전장연, 가짜 자진출석 기자회견 ‘촌극’
전장연, 가짜 자진출석 기자회견 ‘촌극’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7.15 0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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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서 내 엘리베이터 없어 경찰조사 거부”
박경석 대표, 3개월 전엔 피의자 출석조사 응해
전장연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 앞에서 열린 경찰 조사 자진출석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희대의 촌극을 연출했다. 경찰 자진출석 조사를 가장한 불출석 기자회견을 돌연 열면서다. 경찰서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다며 입구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불과 3개월 전 같은 곳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았던 때와 딴 판이다. 이를 지켜본 경찰 관계자들도 아연실색하며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다.

전장연은 “오늘(14일) 오후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등 4명은 서울 혜화경찰서에 자진출석 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입장을 낼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국회의원, 김두나 공익인권변호사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 천성호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의 지지발언도 예고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당일 느닷없이 경찰조사 불출석 입장을 냈다. 경찰서 내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이날 서울 혜화경찰서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혜화서는 예산 문제로 엘리베이터가 없다고 하니 지금부터 경찰조사를 거부한다”며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을 때 조사받으러 가겠다”라고 밝혔다. 또, “서울 지역에서 혜화·종로·용산·수서·영등포·남대문 등 6개 경찰서에서 출석 요구를 해오고 있다. 각 경찰서에서 정당한 편의 제공을 하는지 확인한 후 조사를 받겠다”고도 했다.

지지발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도 거들었다. 강민정 의원은 “최소한의 시설과 요건도 마련해놓지 않고 조사받으러 오라고 하는 경찰이 정말 21세기 대한민국의 공공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과 3개월여 전 피의자 조사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4월 25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았다. 당시 경찰은 오전 10시35분께부터 2시간45분 가량 박 대표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지하철 출근 시위에 따른 전차교통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박 대표 등 전장연 관계자들이 지난해 2월 10일 지하철 4호선에서 승하차 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해 혜화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주변에서 이 광경을 본 경찰 관계자도 실소를 금치 못했다. A씨는 “당연히 경찰 자진출석 조사에 앞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아 출석을 거부한다는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며 “올 초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때는 별 문제 제기 없다가 이제 와서 엘리베이터 운운하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건 궁색한 논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에 전장연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미설치는 명백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다.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이 불법을 저지르고 장애인 차별행위자가 되는 것”이라며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공되는 즉시 각 경찰서와 출석 날짜를 협의해 차례대로 성실히 조사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지난 4일 전장연의 지하철·도로점거 시위 등과 관련해 단체 관계자 28명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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