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후부터 문제점 지적했으나 수년간 방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컨벤션 시설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대표적인 공공시설이자 공중시설이다.
수원컨벤션센터는 5만여㎡의 대지에 지하 2층, 지상 5층 총 9만7,600㎡의 규모로 2019년 3월에 개관하였다. 전시홀, 이벤트홀, 회의실(28개), 구름정원(옥상) 등을 갖추고 있다.
경치가 수려한 힐링명소 광교호수공원을 끼고 있는데다 500m 거리에 경기도청이 있다.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도 많은데다 건물 내에는 판매시설과 음식점도 있어 꼭 대규모 행사가 없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대규모 전시 등 행사가 열리면 외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필자도 최근 경기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애인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가 인근에 있는 수원컨벤션센터를 방문했다. 휠체어를 타고 갔던 필자에게 각 출입구는 모두 육중한 여닫이문이 장벽처럼 출입을 막고 있었다. 1번 게이트부터 7번 게이트까지 20개(양여닫이 1쌍을 1개로 계산)가 넘는 출입문이 있지만 어디에도 법령에서 설치하도록 돼 있는 자동문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사람들의 출입이 많은 5번 게이트는 6개나 되는 문이 모두 양여닫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자동문이 없으면 출입 단계부터 심각한 불편을 겪는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양손 또는 한 손으로 휠체어를 이동시켜야 하는 상태로 육중한 유리문을 여닫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2014년 12월 29일자로 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2에 나와 있는 3.가.(4)에 의하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청사는 장애인등의 출입이 가능하도록 설치하는 출입구를 자동문 형태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원컨벤션센터는 수원시에서 2019년도에 신축(준공일 기준)한 시설이다. 자동문 의무규정이 생긴 이후의 시설이다. 각 게이트별로 자동문 1개씩은 갖추어야 했다.
요즈음엔 꼭 국가나 지자체의 건물이 아니더라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중시설에서 터치식 자동문을 갖추는 것은 상식적인 문제가 되었다. 여러개의 문이 있다면 그중에 적어도 1개는 자동문이다. 아무리 작은 식당이나 상점들도 웬만하면 자동문으로 바꿔가는 추세다.
그런데 수원컨벤션센터의 자동문 미설치로 이동약자 출입에 불편을 주고 있다는 문제가 개장한 직후에 언론에서 두 차례나 보도가 된 사실이 있었다. 수원컨벤션센터는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수년이 지나도록 개선을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20개가 넘는 문은 모두 밖에서 들어갈 때는 당겨서 열게 되어 있다. 당장 자동문 설치가 어렵다면 자동문 설치가 될 때까지 여닫는 방식을 개선해서라도 장애인에 대한 출입의 어려움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진행하면서 문을 당겨서 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진행방향으로 밀어서 여는 것은 어느정도 가능하다. 따라서 동일게이트에 4개의 문이 있다면 2개는 밀어서 열고 2개는 당겨서 여는 방식으로 바꾸면 어떨까? 밖에서 들어갈 때나 안에서 나올때 각 방향에서 보아 밀어서 여는 문을 선택하여 보다 쉽게 출입할 수 있을 것이다.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우선 그렇게라도 개선이 되어야 한다.
수원컨벤션센터가 장애인 불편시설을 방치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에 속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장애인 차별행위로 본다. 또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설치 등 제반 조치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원시와 수원컨벤션센터의 조속한 개선을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