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희망 1순위 '양육 지원', 지원책은 글쎄
여성장애인 희망 1순위 '양육 지원', 지원책은 글쎄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3.1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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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硏, 여성장애인 13.3% '양육 지원' 필요 응답
장애인 부모 별도 지원 근거 법 부재 등 여건 열악
여성장애인이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응답한 주요 필요 서비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성장애인이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한 서비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여성장애인들은 임신·출산 지원보다도 필요한 정책 과제로 자녀 양육을 꼽았다. 이른바 ‘결혼 적령기’로 분류되는 30대 이상 여성들의 응답이 절대적이었다.

1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내놓은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만 49세 이하 여성장애인들이 필요 서비스 1순위로 꼽은 정책은 ‘자녀양육지원’으로 전체 응답자의 13.3% 비율이다.

두 번째 순위로 꼽힌 활동지원사(11.3%) 지원은 물론 출산 비용 지원(10.2%), 건강관리 프로그램(10%), 임신·출산 교육과 정보제공(8.8%), 장애를 고려한 여성용품 제공(8.7%) 등보다 높다.

장애인 실태조사는 장애인복지법 등에 따라 1980년부터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전국 17개 시·도 일반주거시설에 거주하는 등록장애인 7천25명을 모집단으로 면접 인터뷰가 진행됐다. 248개 조사지역의 등록장애인 1만1천120명을 접촉해 조사 완료율은 63.2%다. 표본을 토대로 추정된 전국 49세 이하 여성장애인 수는 15만1천248명이다.  

30대가 넘는 여성들의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29~38세 여성들은 15.8%, 39~49세는 양육 지원의 필요성을 14.1% 비율로 응답하면서 각 연령층 내에서도 1순위였다. 다만 28세 이하 응답자 가운데선 자녀 양육 필요성에 공감하는 비율은 8.5%로, 6번째였다. 20대 여성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지원은 ‘활동지원사’(16.7%)다.

장애 유형별로 보면 언어장애인이 25.9%로 응답자 4명 가운데 1명꼴로 양육 지원을 원했다. 지체장애인은 20.5%, 시각장애인 20.2%, 안면장애인 19.6% 등의 순이었다.

장애인들이 임신 기간 힘들어한 주요 사유로도 양육 문제는 큰 부분을 차지했다. 임신 경험이 있는 49세 이하 여성들 중 12.3%가 “자녀 양육을 잘 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고 답했다. 임신 중 몸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자 비율 12.6%보다 근소하게 낮으면서도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한 비율 11.8%보다 높다.

사실상 여성장애인들은 임신이나 출산보다도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의 돌봄과 육아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 것인데, 정작 장애인들을 위한 별도 지원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 사업 가운데에선 감각장애가 있는 부모와 조부모 등에게 제공되는 ‘언어발달지원’ 사업이 유일하다. 올해 450명을 지원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예산 6억5천만원을 편성한 상태다.

지차제 사업으론 서울·경기·전남 등지에서 자체 시행 중인 돌봄지원 사업이 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서울시 사업을 보면 중위소득 120% 이하 가구 여성장애인이 9세 미만 자녀를 키울 때 월 70시간 한도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적·자폐·정신 장애인일 경우에만 12세 아동까지 지원되며 별도 자부담은 없다.

하지만, 이외에 장애인 부모들을 위한 사업들은 모두 비장애인 사업 내에 묶여있다. 출산지원금은 물론이고 아이돌봄 지원 사업도 취약계층 추가 지원 형태로 장애인 부모를 지원한다.

경증 장애 부모에게 유일한 대책인 여성가족부 아이돌봄 사업의 경우 종일제 기준 36개월 이하 영아, 시간제론 만 12세 이하 아동까지만 돌봄이 이뤄지고 시간당 최소 1만1천80원씩 요금이 발생한다. 올해 장애인과 한부모·조부모, 청소년 부모 등 지원을 위해 편성된 총 예산액은 31억7천만원이다.  

지난 2020년 여가부 실적에 따르면, 전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한 5만9천663가구 가운데 장애인 부모는 1천91가구로 1.8%에 불과했다. 대부분인 970개 가구조차 가장 저렴한 시간제 기본형(등·하원, 놀이와 같은 아이 돌봄만 가능)을 이용했다. 마찬가지로 중증장애인도 자부담이 있는 활동지원 사업에서 출산 시 특별지원급여가 추가되는 식의 보조 지원이 전부다.  

장애인 부모를 별도 지원할 수 있도록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되는 이유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여성팀 입법조사관은 현안 분석을 통해 “해외와는 달리 한국에는 장애인의 부·모 성권을 담아낸 법률 근거조차 없기 때문“이라며 “돌봄부터 양육과 교육까지 장애 부모에 대한 지원책을 폭넓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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