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약자 차별하는 이크루즈 한강유람선
이동약자 차별하는 이크루즈 한강유람선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3.04.10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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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는 선착장에 맡겨놓고 승선하라.
당사자에겐 탑승거부보다 더한 모욕감
선실 출입구 위험요소들, 안전에 문제없나?

4월이 되니 봄의 중심에 와 있는 느낌이다. 여의도 윤중로에 활짝 피었던 벚꽃도 어느새 꽃비를 뿌리며 사그라졌다. 지난 주말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한강공원 유람선 선착장 주변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일행과 함께 예약해둔 유람선 관광을 위해 승선장에 도착했다. 운항 관계자가 휠체어를 타고 있는 필자를 보더니 “이 배는 휠체어나 유아차는 승선이 불가능한 것은 아시죠?”하고 물었다. 전혀 몰랐다고 대답하자, “승선권 발매 시에 그런 안내를 했을 텐데요?”라면서 그런 정보도 없이 여기 왔느냐는 말투다.

사실 일행 중 한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서 예약했기 때문에 설명을 들을 기회도 없었다. 예전에 휠체어를 탄 채로 한강유람선을 이용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황당한 쪽은 필자였다.

유람선 관계자는 아무런 미안한 기색도 없이 당연하다는 태도다. 어이없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동안 운영하던 선박이 오래되어 다른 배로 바꿨다고 했다. 종전 선박도 운항은 가능하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관계법령 개정으로 선박 운항허용 선령이 축소되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유람선도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해야 할 공중시설이다. 더구나 서울 중심부를 흐르는 한강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다. 국제적으로도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강상 유람선이다. 이런 시설인데 휠체어를 탄 채로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선박을 바꾸더라도 종전처럼 이동약자 불편이 없는 시설로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이동약자를 위해 편의시설을 강화하게 당연하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장애인 등 이동약자의 관광여건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설명과 함께 관계자에게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렇지만 사과는 고사하고 그런 건 우리와 상관없다는 표정이다.

휠체어나 유아차는 승선장 입구에 보관해두고 승선하라고 했다. 승선 출입구에도 이런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안내판에도 사과의 표현이나 왜 휠체어가 승선할 수 없는 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일시 불편한 이유로 휠체어를 사용한다면 또 모르겠다. 그러나 항상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는 자신의 몸이나 마찬가지다. 보호자가 없어도 스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소지품이나 보장구 등이 휠체어에 부착되었거나 포켓에 보관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은 전동휠체어에서 이탈하는 순간 반 식물인간이 되고만다.

걸을 수 없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휠체어에서 내려 승선하라니 말이 되는가? 이는 승선을 거부하는 것보다 더 모욕적이다. 장애인 차별을 넘어 장애인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필자도 그렇게 느꼈다.

한강유람선을 운영하는 ‘이크루즈’홈페이지에도 똑같은 공지사항이 떠 있다.

“2월 10일부터 선박 동선의 변경으로 전동휠체어, 유모차 승선이 불가능합니다.(접이식 휠체어 유모차는 선착장 내 보관소에 보관 후 탑승가능)”

그 외 다른 설명은 없다. 한마디의 사과나 양해를 구하는 말도 없이 어쩌면 이렇게 당당하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 휠체어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가져온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렇게 할 수 없다고 본다.

왜 휠체어 승선이 불가능한지 선박 내부를 보고 싶어 승선하기로 했다. 어쩔 수 없이 휠체어를 입구에 두고 일행의 등에 업혀서 배에 올랐다. 주변의 시선이나 수치심, 자존감은 버려야 했다.

상당한 거리를 업혀 이동했다. 입구에서 선실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뱃머리까지의 통로 폭은 휠체어가 이동하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선실로 올라가는 통로가 문제였다. 계단으로 통하는 입구가 매우 좁았다. 그런데다 2개의 단차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5단 높이의 계단은 보통 계단보다 훨씬 높았다. 게다가 발판이 좁고 계단코가 챌면(계단 위 발판과 아래 발판을 연결하는 벽면) 앞으로 돌출되어 있다. 주의하지 않으면 넘어지기 쉬운 안전상으로는 매우 취약한 구조다.

필자를 업고 올라가던 분도 신발 앞쪽이 기어이 계단코에 걸리고 말았다. 그 바람에 기우뚱하며 계단 위로 넘어지고 등에 업힌 필자도 떨어질 뻔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과정이었으니 망정이지 내려가는 과정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선실 앞좌석에 앉아 입구를 바라보게 됐다. 잠시 후 좁고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오던 다른 노인 한 분도 신발이 계단코에 걸렸는지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선실 바닥에 손을 짚고 일어나는 광경을 직접 보게 됐다. 계단을 내려갈 때 이런 일이 발생하면 큰일이다. 그 후에도 많은 노인들이 위태로운 자세로 계단을 올라왔다.

우리나라도 어느덧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유람선 등 관광시설도 노인 안전과 편의가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이태원 군중 압사 사고가 떠올랐다.

안전을 위해 선박을 바꿨다는데 훨씬 위험한 구조의 선박을 운항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한강에 왜 이런 유람선을 운항하도록 허가했는지 궁금하다. 장애인 차별 문제보다 더 심각한 안전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한강유람선을 운영하는 (주)이크루즈는 (주)이랜드파크의 계열사로 알려졌다. 나중에 이크루즈 회사 핵심 관계자를 찾아 문의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종전 선박의 선령이 30년이 넘어 새로운 선박을 건조 중이다. 건조 중인 선박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반영되어 있다. 당분간 임시로 그 선박을 투입한 것이다. 파도가 많은 바다에서 운항하던 배를 가져온 것이라서 구조가 그렇다”고 했다.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나니 오히려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임시로 투입한 선박은 국민 안전을 무시하고 이동약자를 차별해도 되나하는 생각이 앞선다.

안전문제는 물론이고 이동약자가 겪게 될 불편사항을 개선한 후에 운항하는 게 운선이다. 건조 중인 선박을 진수할 때까지 영업운항을 잠시 중지하는 것도 방안이다.

그러나 휠체어 탑승불가 안내문을 게시할 때 이런 부득이한 상황을 먼저 설명해야 했다. 사과의 뜻과 함께 새 선박이 나올 때까지 양해해 달라는 표현을 추가할 수는 없었을까?

휠체어는 건널수 없는 한강유람선 승선통로 ⓒ소셜포커스
휠체어와 유모차는 선착장에 맡겨놓고 승선하라는 공지사항 ⓒ소셜포커스
현재 운항중인 한가유람선의 선실 출입구, 비장애인이라도 노인들이 오르내리기에는 매우 위험한 구조다. ⓒ소셜포커스
이크루즈 홈페이지 공지사항(화면 갈무리)
이크루즈 홈페이지 공지사항(화면 갈무리)

 

휠체어 탑승이 가능했던 과거의 한강유람선
휠체어 탑승이 가능했던 예전 한강유람선 ⓒ소셜포커스
현재 한강유람선보다 훨씬 작은 대구 사문진 나루터의 유람선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하며, 선실출입구는 계단이라서 올라갈 수 없으나 선실앞 뱃머리 여유공간을 활용하여 휠체어석을 멋지게 꾸몄다.
현재 한강유람선보다 훨씬 작은 대구 사문진 나루터 유람선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하다. 선실출입구는 계단이라서 올라갈 수 없으나 선실앞 뱃머리 여유공간을 활용해 휠체어석을 멋지게 꾸몄다. 한강유람선도 대안을 찾아보면 없는 게 아니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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