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진 나루터와 유람선… 장애인 접근성 돋보여
사무진 나루터와 유람선… 장애인 접근성 돋보여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09.02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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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유람선 내부까지 거침없이 이동
공연장 등 일부 시설, 장애인편의 미흡 유감

[휠체어 명소 탐방기]

사무진 나루터의 주변풍경과 노래비 ⓒ소셜포커스

나루터야 나루터야 사문진 나루터야/ 낙동강 굽이 돌며 속삭이는 물소리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리움에 젖게 하네.

위 노래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에 있는 ‘사무진 나루터’를 소재로 한 노래의 앞 소절이다. ‘사문진 나루터’가 최근 대구에서 떠오르는 관광명소라 하기에 유튜브 영상자료를 검색해봤다. 나루터 풍경을 소개하는 자료보다는 가수 신유가 부른 위 노래의 영상이 상위에 올라왔다.

사무진 나루터에 관한 노래는 이뿐만이 아니다. ‘달성아리랑’, ‘황혼의 사문진’, ‘사문진 나루’ 등 5가지가 넘는다. 나루터에 불과한 특정 소지역 하나를 두고 이렇게 많은 대중가요가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다.

철도 등 근대식 교통망이 개설되기 전 조선 말기까지 물류의 흐름은 강을 통한 수상운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낙동강 역시 그 중심에 있었다. 강원도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하구인 부산 구포까지 1,300리 길이다. 배가 다닐 수 없는 상류를 제외하고 경북 상주시에서 시작하면 하구까지 700리라고 하는데, ‘낙동강칠백리’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달성군의 사문진은 낙동강 칠백리의 중간지점이다. 구포에서 시작하면 400리 정도 되는데, 영천에서 발원하여 대구의 북쪽 외곽을 돌아 나온 금호강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낙동강 주변 지역에서 생산되거나 부산포를 통해 외국에서 들어오는 물자가 경상 감영이 있는 대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무진 나루에 모였다.

조선시대 일본인의 물건을 보관했던 왜물고가 이곳에 설치될 정도로 교역 물산이 많았다. 경상도 내륙에서 징수한 세곡은 주로 이곳에서 세곡선에 실려 낙동강 하구로 빠져나가 남해와 서해를 거쳐 한양으로 올라갔다. 이렇듯 과거 조선시대 사무진 나루는 교통의 요지였다.

그러나 1903년 경부선 철도가 개설되고 교통망이 근대화의 맛을 들이면서 사무진 나루는 물류거점의 기능을 잃어갔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차츰 멀어졌다.

사무진 나루터 바로 옆에는 화원유원지가 있다. 화원동산이라고도 한다. 사문진 나루터와 화원동산이 있는 곳의 동네 이름은 산성리라고 하는데 성(城)이 있는 산동네라는 뜻이다. 화원은 산성리가 속한 읍의 명칭으로 이름처럼 사방이 꽃동산처럼 아름답다. 예로부터 명승지로 알려져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 정자에서 시를 짓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화원동산 안에는 신라 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토성과 상화대가 있고, 여러 고분이 남아 있다. 신라 경덕왕이 가야산에 병으로 수양 중인 세자 문병을 위해 왕래할 때에 이곳에 행궁을 두어 절경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1928년 일제는 이곳에 화원유원지를 조성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한때는 빛을 잃기도 했다.

그러다가 4대강 사업으로 주변이 정비되면서 재조명을 받게 됐다. 강정·고령보와 달성보 등이 건설되고 보에 물이 차면서 유람선도 등장했다. 달성군은 나루터 자리에 한옥 형태의 전통 주막을 지어서 '사문진 주막촌'을 복원했다. 그리고 피크닉장과 생태탐방로 및 생태습지학습관을 건설하면서 화원동산과 함께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도 이곳을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사무진 나루터의 주막촌 풍경 ⓒ소셜포커스
피아노를 형상화한 각종 조형물과 주변풍경 ⓒ소셜포커스
사무진나루터에 인접한 화원동산 초입의 풍경 ⓒ소셜포커스
화원유원지의 정상인 상화대로 가는 길 ⓒ소셜포커스

 

이곳에선 피아노 조형물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나루터와 주막촌의 분위기로 보면 좀 생뚱맞기는 하지만 사연이 있다. 이곳을 통해서 우리나라 처음으로 피아노가 반입되었다고 한다. 1900년 3월 미국 선교사 사이드보텀 부부가 대구에 부임하면서 피아노를 가져왔다. 이곳 사문진 나루터에 내려 사람들이 상여처럼 떠메고 사흘에 걸쳐 대구시내에 있는 선교사의 거처로 옮겼다. 그때는 경부선 철도가 개설되기 3년 전이니 부산항에 도착한 피아노는 작은 배에 옮겨 싣고 낙동강을 통해 이곳으로 와서 육지를 밟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 최초의 피아노가 되었다.

고령군은 이 사실을 사문진 관광마케팅에 적극 활용한 것이다. 또한 고령군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12년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매년 피아노 100대를 동원하여 '100대 피아노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사무진 나루터와 관련한 대중가요가 많은 것도 고령군의 관광 마케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관광지로 급부상하는 이곳의 장애인 접근성을 살펴보기 위해 대구광역시 지체장애인협회의 도움으로 근육장애인 대구경북협회 장애인 2명과 함께 전동휠체어를 타고 사무진 나루터를 찾았다.

나루터엔 초가집이 늘어선 옛날 모습의 주막촌, 한국 최초로 피아노가 들어온 곳임을 상징하는 여러 곳의 피아노 조형물, 그리고 아름답게 단장된 꽃길과 조경시설이 눈길을 끈다. 장애인 접근성도 대체적으로 양호하다.

먼저 유람선부터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갔다. 사람들이 많은 유원지 주막촌과 선착장은 상당한 고도차가 있지만, 휠체어가 접근하기 좋도록 완만한 경사형 통로를 만들어 놨다. 선착장에도 휠체어 이용자가 쉽게 승선할 수 있도록 전용통로가 갖추어져 있다. 유람선도 측면 일부를 개조하여 선착장에서 선박의 내부로 휠체어가 수평으로 이동할 수 있다. 선박 내부에도 휠체어 전용공간이 있어 운항 중에도 편안한 자세로 주변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유람선은 달성군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전국에 많은 유람선 선착장이 있고, 운행하는 선박은 사무진 유람선보다 훨씬 대형이 많음에도 휠체어를 탄 채로 곧바로 승선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곳은 드물다. 다른 지역에서도 대구달성군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 

이곳은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섬모양의 생태습지가 잘 발달되어 있다. 이곳 선착장에서 1키로미터 거리에는 생태학습관이 있다. 강변 수면 위로 설치된 데크로드를 타고 그곳까지 가다보면 강변을 따라 깍아지른 듯한 절벽(하식애)과 모감주나무 군락지 등 특이한 지형과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진다.

이동약자를 최대한 배려한 유람선 선착장 가는길과 승선시설을 볼 수 있다.  ⓒ소셜포커스
나루터에서 습지생태학습장으로 가는 1km의 강변데크로드와 하식애 풍경 ⓒ소셜포커스
생태학습관 건물과 실내 전시공간 ⓒ소셜포커스
생태학습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습지의 풍경이 아름답다. ⓒ소셜포커스

사무진 나루터를 중심으로 하는 화원동산, 생태학습관, 공연시설 등을 둘러보니 법적으로 의무화 된 장애인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이 더러 발견됐다.

나루터 바로 옆에는 대규모 야외공연시설이 있다. 무대의 길이만도 30미터가 넘는 초대형이다. 광활한 잔디광장을 이용한 객석 또한 1만 명을 수용하고 남을 만큼 큰 규모다. 매년 피아노 100대를 동원한 공연도 이곳에서 한다. 그런데 무대의 사방을 둘러봐도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통로는 없었다.

2018년 1월 30일자로 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2의 3.가.(14)(나)에 의하면 “공연장, 집회장 및 강당 등에 설치된 무대에 높이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장애인등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경사로 및 휠체어리프트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그 부칙 제3조(무대의 경사로 등의 설치에 관한 경과조치)에서 시설주가 국가 또는 지자체인 경우에는 시행령 개정 전에 준공된 시설이더라도 개정안 공포후 2년 내에 의무적으로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규정했다. 휠체어 장애인도 얼마든지 무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접근성이 갖춰진 무대라면 장애인 뿐만아니라 공연장비 이동 등 모든 모든 면에서 편리할 것이다. 장애인에게 편리하면 비장애인에게는 더욱 편리하다.

사무진 나루터에 있는 공연시설의 소유주인 달성군청은 관련 법령에 따라 장애인의 무대 접근시설을 제대로 갖추기 바란다. 조속한 시정이 필요하다.

장애인등편의법을 지키지 않은 시설은 또 있다. 앞에 소개한 달성생태습지학습관 건물의 경우다. 이 학습관은 달성군이 2019년에 개관한 시설이다. 누구나 이곳을 방문하면 습지생태에 관한 다양한 전시물과 체험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 방문하는 사람은 입구에서 지나가는 사람이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자동문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위 학습관이 생기기 전인 2014년 12월 29일 개정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별표2의 3.가.(4)에 의하면 국가·지자체 건물의 경우에는 “장애인 등의 출입이 가능하도록 설치하는 출입구를 자동문 형태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동문이 아닌 경우에 휠체어 장애인은 혼자 출입하기 매우 어렵다. 양손 또는 한손으로 휠체어를 운행하면서 육중한 출입문을 여닫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요즈음 동네 구멍가게도 고객의 편의를 위해 자동문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달성생태습지학습관과 같이 규모가 크고 방문객이 많은 지자체 소유의 공중시설에서 자동문을 갖추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조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초대형 공연시설의 무대는 휠체어 접근로가 없다. ⓒ소셜포커스
자동문을 갖추지 않은 생태습지학습관의 정문은 장애인 불편시설이다.
자동문을 갖추지 않은 생태습지학습관의 정문은 장애인 불편시설이다. ⓒ소셜포커스
휠체어용 경사로를 갖춘 포토키오스크 체험시설, 그러나 경사각도는 20.2도로 확인되어 법정한도 4.8도보다 4배 이상을 초과한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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