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편의 등진 강진군청
장애인 이동편의 등진 강진군청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3.04.13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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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 데크 하단 단차로 휠체어 통행불가
‘아찔’한 장애인 위협시설 벌써 수년째 방치

며칠 전 전남 강진군청을 방문했다. 군청 건물 옆에는 주차장 2곳이 나란히 있다. 상주차장과 하주차장이다. 정식명칭은 아니고 지형의 높낮이에 따른 필자의 표현이다. 상주차장에서 민원실 건물로 진입하는 통로가 있다. 상주차장의 지대가 조금 높은 탓인지 그 통로는 10여미터 길이의 경사형 데크가 깔려 있다.

계단으로 시공하지 않고 경사형 데크를 설치한 것으로 보아 휠체어 및 유아차 등 이동약자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경사로를 내려가면 아래쪽 끝에는 한 뼘 정도 높이의 단차가 있다. 정작 휠체어 통행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위험성을 안고 있다.

아래쪽에서 위쪽을 바라볼 때는 단차가 바로 보이기 때문에 “무슨 경사로를 이렇게 만들어놨지? 휠체어 장애인을 우롱하는것도 아니고... 참 한심하네” 하고 원망은 하겠지만 진입은 포기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경사로 위쪽에서 아래쪽을 내려다 볼 때는 단차가 잘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휠체어에 앉아서 바라볼 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휠체어 이용자가 주차장에서 민원실로 내려가는 경사로를 발견하면 당연히 그쪽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함정을 파놓고 그곳으로 유인하는 것과 같은 꼴이다.

만일 내리막길에 가속도가 붙은 휠체어가 단차가 있는 줄 모르고 그대로 통과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휠체어는 추락하고 사람은 앞으로 거꾸러지면서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100㎏가 넘는 전동휠체어 밑에 중증장애인이 깔릴 수도 있고, 머리가 땅바닥에 부딪히면 끔찍한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도대체 어느 회사에서 그런 시공을 했을까? 또 그런 회사에 다른 공공시설의 시공을 맡기지는 않는 지 걱정이다. 이런 것을 보고도 아무 대응이 없는 강진군청 공무원은 더 한심하다.

필자는 약 1년 전 이 사실을 발견하고 본지 2022. 4. 8.자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기고를 한 적이 있다. "강진군청 장애인 화장실은 비품창고?"라는 제목으로 몇가지 문제점을 함께 지적했다. 강진군청 담당부서에도 본지 기사를 근거로 시급히 시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에 시정 약속도 받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며칠 전, 시정된 내용도 확인해 볼 겸 다시 군청을 방문했다. 그런데 웬일인가? 본관건물 현관 말고는 1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특히 이번에 지적하는 주차장에서 민원실 건물간 경사로 단차문제는 위험한 시설이니 시급히 개선해달라고 별도로 부탁까지 했었다. 그런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보수하면 될 일을 이렇게 방치할 수가 있을까?

아니 달라진 것이 하나 있기는 했다. 단차 바로 위의 벽에 못보던 안내표지판이 하나 새롭게 붙어 있었다. 전라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장애인학대신고 전화번호 안내 표지판이다. 국비로 운영하는 단체다. 그런 기관에서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의 어이없는 시공 잘못으로 장애인의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있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무튼 강진군청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누구 한 사람이 큰 부상을 당하는 등 인명사고가 나야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겠습니까?” 담당 공무원의 직무태만과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조속한 시정을 촉구합니다.“

강진군청 청사 주차장 주변 경사데크.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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