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역 장콜존, 지자체 의지가 관건
순천역 장콜존, 지자체 의지가 관건
  • 조봉현 전문기자
  • 승인 2023.06.12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 대합실 가까운 택시 승강장도 대안
일방통행 차선 3곳 중 1곳 등 활용여지

순천을 대한민국 생태수도라고 한다. 국내 최초의 드넓은 국가정원이 있고, 순천만의 갈대밭과 갯벌은 세계 최고의 연안습지로 세계유산에도 올라 있다. 특히, 세계적인 희귀조류의 보고인데다, 높은 생물다양성으로 전 지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여기에 10년 만에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어 전국의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박람회는 10월 말까지 진행된다. 이러한 생태관광자원과 박람회로 인해 관광객이 많은 편이다. 당연히 장애인 등 관광약자의 방문도 많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관광약자는 지역간 이동시 철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는 휠체어 탑승공간이나 탑승장치가 없으며, 장애인 콜택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타 시·군으로 이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외지의 장애인이 순천에 왔다가든지 순천의 장애인이 외지를 갔다오는 경우도 순천역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순천시내에서의 이동은 장애인콜택시(장콜)를 이용한다. 교통약자에게 순천역은 장콜과 기차를 갈아타야 하는 대표적인 환승지점이다. 교통약자가 아니더라도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에겐 택시 및 시내·시외버스 등 대중교통수단과 환승을 해야 하는 교통거점 장소이다.

그런데 이곳에 다른 교통수단에 대한 전용승강장이 차종별로 각각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장콜 전용 승강장(장콜존)만 없다보니 교통약자들의 불편이 너무 크다. 불편뿐만 아니라 때로는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6월 7일자 본지 “순천역 장콜존 더 이상 미룰 일 아냐”라는 제목으로 1차로 다룬 적이 있다. 거기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일부 승강장(하루 정차횟수 5회)의 공동이용 및 재배치를 통해 장콜존을 마련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번에는 좀더 다른 대안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필자는 수년 전에도 민원제기를 통하여 순천역 장콜존 설치를 건의한 적이 있는데 다음과 같은 회신이 왔다.

“순천역 장애인콜택시 전용승강장 설치 건은 법으로 경찰서와 협의도록 되어 있어 협의한 결과 귀하께서 요구한 장소는 순천시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한 시티투어 정차구역으로 교통량이 많은 지역이라서 교통정체 및 혼잡하여 장애인 콜택시 전용승강장 설치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시티투어가 그곳을 경유하는 횟수는 하루에 5번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교통정체 및 혼잡성은 장콜존 설치요구를 거부하는 핑계에 불과했다.

혼잡성을 이유로 경찰서 반대가 있었다면 "순천역은 복잡하니 장애인은 아예 오지 말라"는 뜻이 되고 만다. 장애인 차별이 아닐 수 없다. 복잡할수록 질서유지가 필요하다. 복잡한 가운데 아무 곳에나 장콜을 정차하게 하여 혼란과 불편을 가중시키는 것보다는 별도의 전용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질서유지와 안전 및 편의 제고에도 훨씬 유리할 것이다.

장콜존 설치는 지난 기고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시티투어 승강장 등의 재조정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순천역에 바로 연결된 주차장의 일부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곳은 수백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곳이니 1면만 할애해도 충분하다.

이 방법에 대해서도 지난 5월 16일 순천시에 건의서를 제출하였으나 역시 거절 회신을 받았다.

“역사 바로 옆 주차장은 코레일 기업의 주차장으로 교통약자들이 승하차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였으나 대수가 많아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코레일 주차장은 코레일 고객을 위한 유료 주차장이다. 30분을 주차하면 기본요금이 700원이고 하루종일 주차를 해도 8천원이다. 주차공간 1면을 1년간 상시 사용하더라도 요금은 292만원에 불과하다. 장콜 운영을 위해서 순천시가 매년 투입하는 수십억 원의 예산에 비하면 비용이라 할 수도 없다.

순천시가 코레일에 충분한 사용료를 지급하고 사용한다면 코레일이라는 공기업에서 거절할 이유가 없다. 순천역에서 장콜 승하차를 하는 사람도 기차를 타고 온 사람이거나 기차를 이용할 코레일 고객이 아닌가? 무상사용에 대한 협조를 구할 것이 아니라 장기 유상계약에 의한 공간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본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교통약자를 위한 장콜을 운영하는 순천시가 교통약자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관심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성이 절실한 것 같다.

다른 대안을 찾아볼 수도 있다. 지금의 택시 내리는 곳 앞은 어떨까?

그곳은 순천역 대합실과 최근 거리다. 택시가 역사 내부까지 들어와서 손님을 내려주고 나가는 공간으로 3차선 중 역사 가까운 한 차선에 택시 2대의 하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 앞이나 뒤쪽에 장콜차량 1대 정도 세울 공간을 마련해도 좋을 것이다. 택시가 갑자기 많이 몰릴 때는 복잡할 수도 있겠으나 일방통행 차선이 3개나 되므로 그 중 1개의 차선은 차량이 항상 빠져나갈 수 있도록 상시통행 공간으로 비워두면 될 일이다.

무엇보다도 순천시 담당 공무원의 인식 전환과 적극성이 필요할 때다.

순천역 역사와 바로 연결된 고객용 주차장. 하루 주차비가 8천원이니 1년간 상시 사용하더라도 3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소셜포커스
순천역의 택시 하차장. 현재 장콜이 서있는 곳을 장콜존으로 지정하면 대합실까지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으며, 우천시 비를 피할수도 있다. ⓒ소셜포커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