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안전, 이젠 정부가 직접 챙겨야“
“장애학생 안전, 이젠 정부가 직접 챙겨야“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6.27 0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특집: ⑤생존수영 차별에 맞서는 사람들
관련 교재 최초 제작 김범 경동대 교수 인터뷰
ⓒ소셜포커스
김범 교수.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지난해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 생존수영 수업 지침서를 발간했다. 국민체육기금과 복권기금 5천만원을 활용해 만들어진 ‘장애인 생존수영 프로그램 교재’다.

지체(상지·하지)·지적·시각·청각 등 크게 4가지 장애 유형별로 나눠 생존수영 수업 방법을 다룬다. 장애인 학습자가 처음 물에 적응하는 방법부터 사물을 활용하거나 맨몸으로 물에 뜨는 법, 해상 사고 대처법, 심폐소생술 등을 8차례에 나눠 배우도록 했다. 지도자를 위한 지침서를 포함해 모두 2권으로 구성됐고, 장애인체육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상 콘텐츠로도 수업 내용을 볼 수 있는 게 강점이다.

그동안 다뤄지지 않은 장애인을 위한 생존수영 수업 기준을 제시한 데 의미가 크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생존수영 수업이 초등학교 현장에 보급된 지 8년여만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해당 교재 유무조차 알지 못한다. 발간한 체육회는 물론 생존수영 담당 부처인 교육부까지 장애인 교재의 보급·홍보는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보는 까닭이다.

책임연구자인 김범 경동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는 이같은 상황에 아쉬움을 표했다. 18년간 수영선수로 활동해 왔던 그는 국가대표 수영선수 출신으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장애인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은 이후 장애인을 비롯한 전 국민 수상 안전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왔다. 

김 교수는 “초등학교 의무교육화로 생존수영 시장이 급격히 커진 가운데 정작 수영업계는 장애인 생존수영에 대한 전문성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교육부가 장애학생들을 비롯해 학교 현장에서의 생존수영 정착을 위해 제도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발간한 장애인 생존수영 교재를 소개해달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장애인 생존수영 수업을 다룬 책이다. 효과적인 수업이 이뤄지도록 장애 유형별 참가자들이 직접 참여해 기본 수업 구성은 물론 유의점 등을 함께 검토하는 작업을 거쳤다. 학생들은 물론 교사 등 가르치는 이들을 위한 책까지 모두 2권이다. 여기에 QR코드를 통해 유튜브에 접속해 수업 내용을 영상으로도 볼 수 있게 했다. 비장애인을 넘어 장애인까지 생존수영 지도자·강사 등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현장 적응력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참고할 만한 장애인용 생존수영 자료가 거의 없는 게 문제였다. (개인적으로)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꾸준히 수상 안전과 관련된 연구와 교육을 이어왔고, 2017년 경기도교육청과 교육부의 생존수영 표준화교육과정 만드는 과정이나 2019년 EBS를 통한 생존수영 매뉴얼 영상 콘텐츠 촬영 등에도 참여한 바 있다. 또 수영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환경이나 물에 익숙지 않은 장애인 등을 위해 실내 연습용 평영 연습장치를 개발한 경험도 있다.

그런데도 이번 교재 만드는 작업은 하나하나 난관이었다. 처음부터 장애인 참가자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검증된 내용을 최대한 담아내고자 했고, 이를 다시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야 했다. 수업이나 촬영 등을 위한 인프라 확보 문제부터 체육계·장애계 전문가들을 두루 참여시키는 일들까지, 어려운 일들 투성이었다. 그래도 장애인 안전이라는 가치를 위해 많은 이들이 동참하며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됐다고 본다.“

생존수영 교육 의무화 10년차를 앞뒀으나 현장에서의 혼란은 여전하다

“학교 현장에 급격하게 생존수영 교육이 도입되면서 관련 업계가 급격히 커졌다. 사실상 ‘자격증 장사’로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2018년 수도권에서 한 생존수영 강사가 협회를 설립한 후 2억원에 가까운 보조금을 횡령한 사건도 있지 않았나. 

생존수영 주무 부처인 교육부에선 따로 자격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에서 소관하는 관련 자격증을 대신해 법률에 따라 취득 요건이 정해진 해양경찰청 소관 수상구조사·인명구조요원,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지도자 등의 자격에 의존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생존수영 이름을 단 민간 자격증 발급 기관이 우후죽순 늘었다.

사실 생존수영 수업의 목표 자체는 명확하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처할 수 있도록 물속에서의 생존 본능 자체를 끌어내면 된다. 즉 일반적인 수업처럼 영법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뜬 채 버티는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장애인들도 마찬가지다. 각자 신체 특징에 맞춰 구조 전까지 물에 뜨는 능력을 기르면 된다. 

이에 중점을 두되 실제 안전사고 대응이 가능하도록 보다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수상 사고 발생 시 대부분 구명조끼를 못 입을 가능성이 크지 않나. 대부분 수업에선 지도자·강사도 (물에 뜨는) 전신 수트 등을 입은 채 생존수영을 가르친다. 보다 현실적으로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 교육부가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장애학생 생존수영 교육 활성화를 위한 개선과제는

“장애인의 경우 맞춤형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각각 장애 유형과 신체 특성에 맞춰 물에 뜨는 법을 배우면 된다. 일단 교재는 만들어졌으니 이젠 실제 학교 현장에 적용하며 응용하고 세분화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현재 교육부에서 해경청과 초교 교원 등을 대상으로 생존수영 연수를 진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연수 과정 중에 장애인을 위한 교육 커리큘럼도 포함된다면 현장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생존수영 의무화도 이제 10년차를 맞는 만큼 교육부가 장애인 수영 인프라 전반이 커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예로 취업 활성화를 위해 장애인에게 생존수영 지도자·강사 교육을 실시하고 자격증을 발급·관리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현장을 떠난 인력들을 키우기 위해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장애인 생존수영 교재를 만들고도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한 것은 업계 이익으로만 쓰이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젠 정부가 중심을 잡고 장애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나서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