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가족참사 탈시설 만능주의 ‘경고음’
장애인 가족참사 탈시설 만능주의 ‘경고음’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4.07 11: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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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자녀 살해혐의 첫 재판 열려
사회고립 환경 속 사회적 타살 지적 나와
한 장애인 단체가 탈시설 정책 폐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발달장애 자녀를 둔 미혼모 A(41)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떨궜다. 아들과 함께 세상을 등지려고 했던 극단적 선택 때문만은 아니다. 생활고에 시달려 자녀를 죽음으로 떠민 자신을 향한 원망이 컸다. 또, 사회와 고립돼 아이에게 절망부터 알게 한 자책도 쏟아냈다. 일각에선 이들을 세상과 단절시킨 사회적 타살이란 지적이 있다. 최근 논란의 탈시설 만능주의에 대한 심각한 경고음이기도 하다.

6일 A씨의 살인혐의 사건 첫 공판이 있었다. 지난 달 2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자택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지 한달 여 만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A씨가 임신 직후 동거남의 잠적으로 심한 배신감을 느끼며 사회와도 고립된 채 살아왔다”며 “동네 마트를 갈 때도 모자를 푹 눌러써 얼굴을 가릴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인혐의와 관련된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를 묻는 재판장 질문에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이날 A씨는 옥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흐느꼈다. 오로지 바닥만 쳐다보며 연신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었다. 앞서 A씨는 지난달 2일 오전 4시 50분께 자택에서 잠자고 있던 아들 B(8) 군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사건 당일 경찰은 A씨 오빠로부터 “동생과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숨진 B군과 함께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B군 양육에 대한 부담으로 B군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임신 직후 동거남이 모습을 감추자 B군을 혼자 키워 왔다. 반지하 월세방에서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어렵게 생활을 유지했다. 그는 자녀돌봄으로 취업은 엄두도 못 내고 정부 지원금에 의존했다. 생계·주거급여와 장애아동수당을 모두 합쳐 160만 원 정도였다. 그러다 생활고를 못 견디고 사건 발생 한 달 전 극단적 선택을 결심했다. 당시 그는 자택 인근 동주민센터에서 사망신고서 2장을 받아와 작성했다. 이후 스스로 아들을 질식시켜 숨지게 하는 참극을 맞았다. B군은 숨진 당일 초등학교에 입학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해 입학해야 했지만, A씨가 장애 등을 이유로 입학을 미뤘다.

그러자 당장 정치이슈로 떠오른 탈시설에 대한 경고음이 터져나왔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C씨는 “자녀를 (장애인거주)시설에 맡기지 못하고 극심한 생활고를 겪으며 절망 속 나날을 보내다 함께 목숨을 끊는 참변을 도대체 언제까지 되풀이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마치 시설을 나오면 모든 행복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일부 주장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라고 했다. 또 다른 방청객도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의 모든 선택권을 뭉개고 획일적으로 추진하는 탈시설이 지속되는 한 지금과 같은 장애인 가족참사는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한편, 이 사건 2차 공판은 오는 19일 오전 다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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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2022-04-07 20:05:36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자식과 살며
자식의 미래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불행한 사태를 언제까지 우리 사회는 방치할것인지~~
오히려 탈시설정책으로 중증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을 다시죽음으로 내모는 아픈현실은
되돌아보기바랍니다

김*차 2022-04-07 20:04:05
거주시설을 폐쇄하고 탈시설 을 유도하는 전장연은 누구를 위한 탈시설인가? 거주시설페쇄하면 정부지원금이 자립센터로 이동한다. 자립센터 운영자의 주체가 누구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