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종교계, 기자회견 및 대규모 집회 예정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보건복지부의 개방직위 인선 파문(본지 2023년 3월 10일 보도)이 심상찮다. 신규 임용자의 정치편향에 따른 이해충돌 우려 속에 반발이 잇따르면서다. 장애계는 물론 종교계도 이 사안을 엄중히 보고 집단행동에 동참할 조짐이다. 특히,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를 주장해 온 만큼 탈시설 논란은 더 격화할 전망이다. 장애계를 갈라쳐 갈등과 대립만 부추기는 ‘인사테러’란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장애인탈시설범사회복지대책위원회는 15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에(3월 13일) 새로 임용된 김치훈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당장 10년 내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를 요구하는 극단적 성향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산하 조직 정책실장으로 10여년간 일하며 탈시설 관련 정책 수립의 중추역할을 한 장본인”이라며 “현재 거주시설을 혐오 시설로 낙인찍고 없어져야 할 곳으로 몰고 가는 전장연 밑에서 부역했던 사람에게 장애인거주시설의 지원 및 육성을 총괄할 장애인권익지원과장 자리를 맡기는 건 끔찍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장애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고 경험이 많은 사람, 이념이나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아 균형잡힌 정책을 펼 사람이 맡아야 개방형 직위의 본래 취지가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9일 발족했으며, 밀알복지재단,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 사회복지법제학회 등 17개 단체로 꾸려졌다.
전날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등 29개 장애인단체도 규탄 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내고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장애인차별금지, 장애인권리협약을 비롯해 장애인 편의증진 및 이동편의 등 업무 전반에서 고도의 장애감수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그(김치훈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의 이력과 업무는 발달장애분야에 한정돼, 포괄적 장애인정책을 이해하고 수행할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결코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년 째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로 시민 불편과 사회혼란을 초래한 전장연의 불법투쟁을 잠재우기 위해 모종의 뒷거래에 의한 야합의 결과물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이런 의심과 함께 장애인정책국장의 무능과 독단의 극치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임명된 당사자 본인이 자진사퇴 하든 복지부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든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종교계도 이번 인사를 매우 엄중하고 심각한 사태로 봤다. 천주교 수원교구의 이기수 신부는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들을 내쫓아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탈시설을 추진하는 데에 중심역할을 한 인물이 장애인권익지원과장 자리를 꿰찼다는데 심각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오는 17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춘계 총회가 끝나는대로 이 사안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적극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모두 집단행동까지 예정하고 있어 사태는 악화일로다. 오는 17일과 23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 예정이다. 그러자, 정부의 인사실책으로 장애계가 양분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휠체어 이용자 A(52) 씨는 “과거를 돌이켜 보면 항상 정부의 잘못된 인사가 사회 혼란과 갈등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며 “이번 인사 역시 제 때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장애계를 사분오열시키는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복지부는 애써 태연한 모습이다. 이번 개방직 임용 과정에 별 문제 없다는 식이다. 복지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인사혁신처 검증을 통해 임용 후보자 3명으로 압축됐고, 이 중 신임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발달장애인 복지 분야에서 오랜 기간 종사해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입증됐다”면서도 “장애계 등에서 제기한 정치편향, 비장애인, 비전문성 지적은 일단 무겁게 받아들이고, 향후 주무부서를 중심으로 신중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