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인사로 ‘된서리’ 맞은 복지부
억지인사로 ‘된서리’ 맞은 복지부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3.20 18:45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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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익지원과장 임용 7일 만에 자진사퇴
직무 부적격자 채용 따른 인사검증 부실 논란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복지부 개방직위 과장이 임용 1주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장애계 중심의 대규모 집회 예고 직후 나온 ‘뒷북’ 대응이다. 인사 내정 때부터 직무 부적격 지적이 쏟아진데 따른 것이다. 주로 정치 편향과 장애인 당사자 원칙 파괴에 크게 반발했다. 당장 복지부의 인사 검증 부실에 대한 비판도 불가피해졌다. 예견된 반발에도 억지인사를 하다 된서리 맞았다는 지적이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 장애인정책국 김치훈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이날 오전 사직서를 냈다. 지난 13일 인사발령 이후 7일 만이다. 애초 건강상 이유로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부적격 인사 비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김치훈 과장 인사가 발표되자 장애계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이틀새 장애인단체 50여 곳이 규탄성명을 내고 임명철회를 요구했다. 이들 모두 장애인 당사자 원칙 파괴와 편향된 정치성향을 문제 삼았다.

인사발표 당일인 13일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등 29개 장애인단체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2004년부터 장애인권익지원과장직에 장애인당사자 전문가를 임명하면서, 장애인 당사자만이 가질 수 있는 높은 장애 감수성과 이해를 바탕으로 장애인의 삶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 및 활동을 하도록 보장해 왔다”며 “하지만, 이번에 임명된 자(김치훈 과장)는 비장애인으로써, 그간 20년째 유지해온 장애인 당사자 채용 원칙과 인선기준을 완전히 뭉개 전국 500만 장애인에 대한 인격 살인을 저지른 셈”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 자리는 2004년 개방형 직위로 바뀌었다. 이후 줄곧 장애인 당사자가 장애인권익지원과장에 임용됐다. 그새 19년째 장애인 당사자 채용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1997년 장애인복지심의관제 시절까지 치면 26년 전통이다. 장애 감수성과 이해로 정책 이행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취지다.

이튿날 장애인탈시설범사회복지대책위원회도 성명서를 내고 “김치훈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과 함께 장애인거주시설 입소금지, 정원감축, 신규시설 설치 금지등을 추진했으며, 무연고발달장애인들의 본인 동의 없는 퇴소를 진행했다가 지난해 7월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장애인 학대 판결까지 받았다”며 “현재 거주시설을 혐오 시설로 낙인찍고 없어져야 할 곳으로 몰고 가는 전장연 밑에서 부역했던 사람에게 장애인거주시설의 지원 및 육성을 총괄할 장애인권익지원과장 자리를 맡기는 건 끔찍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9일 발족했으며, 밀알복지재단,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 사회복지법제학회 등 17개 단체로 구성됐다.

김치훈 과장은 전장연 연대기구에서 8년 일했다. 2010~2017년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서 정책실장 등을 지냈다. 이 기간 전장연의 시위·집회에 동참하며 같은 행보를 보였다. 주로 장애인등급제 폐지 등 탈시설 정책 수립에 공동전선을 폈다. 2년째 지하철 시위로 논란의 중심에 선 전장연의 주장이기도 하다.

이번 개방직 인사 낙마로 복지부 인사 검증도 도마에 올랐다. 장애계 여론은 아랑곳없이 논란만 키우는 인사를 했다는 얘기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는 “30여년간 지켜온 관행까지 깨면서 사회적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인사를 강행한 건 장애계와 소통을 단절하겠다는 의지의 노골적인 표현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 장애인당사자주의에 입각한 장애인정책의 종합계획과 실천을 꾀하는 의미에서 장애인권익지원과장 자리는 상징적 의미 이상이다. 이런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장애감수성과 이해를 바탕으로 더 꼼꼼한 인사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복지부는 판에 박힌 인사원칙을 다시 들먹였다. 복지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의 장애인당사자 임용은 오랜 세월 관행처럼 굳어졌지만, 채용자격에 규정돼 있지 않아 의무이행 사항은 아니다”라면서도 “앞으로 장애계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인사검증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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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숙 2023-03-21 11:28:40
새로오실 과장님은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자립이 불가능한 가장약자임을 아시고 거주시설에서 안정된 돌봄과 치료를 받을수 있게 마음을 열어주시는 따뜻한분이 오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최*순 2023-03-21 10:58:23
사직했다니 다행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는 복지부는 판에 박힌 인사원칙을 내세우는건 또한번 장애인들의 맘에 상처를 주는일입니다 . 탈시설 정책 또한 반드시철회 되어야 합니다.

박*영 2023-03-21 09:28:43
보건복지부는 사회적 약자에게 따듯한 손을 내밀어주는 기관이다. 이런 기관에 전장연 부역이나 하던 사람을 내정햇다는 것은 사회적 약자들을 내팽겨쳐버리겟다는 심사이다. 정부에게 바란다. 사회적약자들에게 따듯한 손을 내미는 사람은 인격적으로 결함이 없는, 정치적 이년이나 사상이 좌로 기운 사람이 아닌 반듯한 성품의 사람으로 내정하기를.......

김*임 2023-03-21 09:24:25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출신인 김치훈 과장이 사퇴했다. 그런데 그가 활약했던 주무대는 전장연 함께 장애인거주시설 입소금지, 정원감축, 신규시설 설치 금지등을 추진했으며, 무연고발달장애인들의 본인 동의 없는 퇴소를 진행했다가 지난해 7월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장애인 학대 판결까지 받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과연 이분의 이력을 모르고 내정햇을까? 보건복지부에 경고한다. 또다시 탈시설 주장하는 단체들 부역이나 하던 사람을 내정한다면 우리 장애계, 밀알복지재단,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 사회복지법제학회 등 17개 단체가 대한민국 심판할 것이다.!

김*중 2023-03-21 09:18:55
20일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김치훈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이 사직서를 냄은 자신이 가야할 길이 아님을 안것 같다. 정부에 호소드린다. 장애인 복지를 담당하는 자리는 정치, 이념이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 사람이어야한다. 국민을 생각하는 사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을 아픔을 아는 사람으로 내정해 장애인들에게 따듯한 삶을 안내줄 수 잇는 사람으로 내정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