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다리 짚은 교통약자법 시행령 개정 방향
헛다리 짚은 교통약자법 시행령 개정 방향
  • 조봉현 전문기자
  • 승인 2023.08.02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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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케이블카 장애인 접근성 보장 미흡
전동휠체어 탑승권 완전 보장 시급 지적
개통 1년도 안 된 예산의 예당호 모노레일. 그러나,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은 전혀 불가능하다. ⓒ예당호 모노레일 누리집 갈무리

지방자치단체별로 관광시설 개발을 위해서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다. 그중에서도 관광지마다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러한 시설은 수백억원의 국가 및 지자체 예산이 투입된다.

이처럼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되는 관광시설이라면 누구나 차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야 한다. 그러나 많은 관광지에서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다수의 시설에서는 수동휠체어로 바꿔타는 경우에만 탑승이 가능한 것도 있다.

남산케이블카나 설악산케이블카 등 오래된 케이블카는 전동휠체어가 자유롭게 탑승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 내에 설치한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의 상당수는 전동휠체어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남원춘향테마파크 모노레일, 여수해상케이블카, 목포해상케이블카, 통영 욕지도모노레일, 울산고래문화마을 모노레일 등 다수가 그렇다.

최근에 설치한 것일수록 접근성이 어려운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가장 최근이라 할 수 있는 작년 10월에 개통한 예당호 모노레일의 경우 수동휠체어 접근도 불가능한 구조다. 특히 레일카에 벽체와 지붕이 없는 개방형의 경우에는 장애인 이용이 전혀 불가능하다. 반면에 강진의 가우도 모노레일, 보은의 속리산 모노레일 등 소수의 일부 모노레일은 전동휠체어가 아무런 불편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가 반복되는 이유는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다. 기종과 운행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자체별로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갖춘 곳은 전동휠체어 탑승가능 기종과 방식을 선택한다. 반면에 그냥 개념없이 도입한 곳은 항상 문제가 생기고 장애인 차별 논란을 야기한다. 그런데 한번 개통해버리면 다시는 보완이 불가능하다는데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그러한 시설은 장애인 차별시설이라는 낙인을 영원히 안고 가야 한다.

지자체에서 관광지 궤도시설이 기획단계에서 공개가 될 경우 장애인 단체의 모니터링 등을 통해서 미리 개입하여 바로잡을 수 있지만, 대게 개통한 후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아무리 이슈가 되어도 바로잡기가 어렵다.

한국장애인관광협회가 2021년 3월 전국의 총 199개의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을 조사한 결과 탑승장에서부터 차량까지 전동휠체어를 탄 채로 탑승할 수 있는 곳은 단 6개로 전체의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들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관광지 궤도시설을 조성하면서 관광약자 접근성에는 얼마나 개념이 없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국민의 평등권 실현을 위한 헌법정신에도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전국의 관광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모노레일이나 케이블카 등은 궤도운송법 적용을 받는 시설이다. 모노레일을 궤도라하고 케이블카의 케이블을 삭도라고 하는데 모두 궤도운송법에 의한 시설이다.

그런데 「교통약자법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에는 교통시설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화 규정이 있지만 그 대상 중에 궤도운송시설은 포함되지 않았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2020년 2월 10일자 본지의 칼럼을 통해서 궤도운송시설도 교통약자법에 의한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021년 4월 29일엔 일부 국회의원 및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등의 주관으로 열린 관련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가 반영되었는지 2022년 1월 18일자로 교통약자법이 개정되었다. 궤도운송시설도 교통약자법에 의한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부칙을 통해 공포일로부터 2년 이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지금은 2024년 1월 18일 시행을 앞두고 세부 시행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관련 연구용역 발주를 위해 연구기관 등에 공개한 교통약자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개정 방향을 알 수 있는 문건을 미리 입수한 결과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위에서 거론한 문제가 많은 기종과 방식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러한 시설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법령 개정을 하나마나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연구기관에서 얼마나 걸러줄지, 또 입법예고 전에 얼마나 보완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영 미덥지가 않다. 그대로 입법예고가 나가면 큰일이다. 입법예고를 통한 의견수렴 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과거의 입법 전례로 보아 입법예고 이후에는 보완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준비자료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어떻게 보완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곧 이어질 다음 편에 다뤄볼 예정이다.

국토교통부가 준비 중인 교통약자법 시행령 개정안 중 삭도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 O표한 것만 그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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