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법 시행령 개정방향의 심각한 문제점
교통약자법 시행령 개정방향의 심각한 문제점
  • 조봉현 전문기자
  • 승인 2023.08.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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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예고 앞둔 교통약자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이대로 가면 장애인 차별행위 고착화, 방향전환 시급
휠체어 탑승이 불가한 남원의 모노레일카. 일부차량만 좌석2개를 입석으로 바꾸고 휠체어 안전벨트만 설치하면 휠체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시설주의 인식개선과 법적보완이 필요하다.

 

케이블카 또는 모노레일(이하 궤도시설)에 대한 교통약자법 적용이 몇 달 남지 않았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대한 입법예고가 이달 중으로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전국 수많은 관광지에서 운영 중인 궤도시설 중 절대다수는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불평등 시설이며 원망의 대상이다. 상당수 시설이 전동휠체어의 탑승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본지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며 관련 법령 개정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그 결과 작년 1월에는 교통약자법 개정을 통해 교통시설의 종류에 궤도운송법에 의한 케이블카 및 모노레일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내년 1월까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작년 9월경에 시행령 및 규칙 개정을 위해 학술기관에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미리 초안을 제공했다. 사실 국토부가 마련한 초안은 자칫하면 연구기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되거나 입법예고의 방향타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필자가 미리 입수한 그 초안에는 매우 실망스러운 내용이 많았다. 이번 칼럼은 국토부 초안의 문제점에 대한 세 번째 칼럼이다.

국토부 초안대로 입법이 추진된다면 큰일이다. 현재 드러난 장애인 불편사항과 차별행위는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대로 고착된다. 게다가 면죄부까지 제공하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국토부 초안에서 나타나는 사안별 심각한 문제점은 지난 8월 2일과 8월 7일자 본지 칼럼을 통해 제기한 바 있으므로 이번 칼럼은 대책을 중심으로 제기하고자 한다.

교통약자법 개정취지는 전동휠체어(휠체어 사용자는 전동이 대세임)를 사용하는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관광약자가 아무런 불편이나 주변의 도움이 없이도 자유롭게 궤도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은 전동휠체어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각기 다른 기종과 방식이 있음에도 장애인 차별행위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도입하는 방식이 문제다. 또 일부 시설은 지금이라도 시설보수와 운영방식의 개선을 통해 무장애 시설로 보완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잘못된 기종과 운영방식을 유지하려는 자세와 발상은 근절해야 한다. 법령을 통해서라도 이를 규제해야 한다.

그런데 모처럼 개정하는 법령에서까지 문제가 있는 방식을 그대로 인정하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의무를 면제하자는 것은 장애인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 신규로 설치하는 시설에서까지 차별행위를 인정하자는 것이어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장애인을 계속 차별현장으로 내몰자는 것이다.

현재 마련 중인 시행령 별표2와 시행규칙 별표1에서 명시한 개방식 삭도에 대한 규정은 삭제해야 한다. 그리고 시행령 별표의 비고란 또는 부칙에 “법 제17조 제4항에 해당되는 사업자가 관광시설용 궤도 및 삭도(스키장 제외)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전동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기종 및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사항을 명시해야 한다.

휠체어 탑승이 전혀 불가능한 개방식 삭도나 궤도는 인정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모든 궤도시설은 전동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방식의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 적어도 지자체 등이 도입하는 공공시설에서만이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개정이 예상되는 시행령 부칙 제2조(이동편의시설 설치대상에 관한 경과조치)에서 “이 영 시행 전에 설치된 궤도차량 또는 이 영 시행 당시 허가 신청 등 설치를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시공 중인 궤도차량 중 승차정원이 8인승 미만인 궤도차량의 경우 이동편의시설 설치대상에 관하여는 별표 2의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을 따른다.”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수의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궤도시설이 전동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현재 공사 중인 시설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주게 되어 장애인 차별행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정은 다음과 같이 바꿔야 한다.

“이 영 시행 전에 설치된 궤도시설에 대해서는 별표 2의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을 따른다. 다만 시설주가 법 제17조 제4항 제1호 내지 제3호에 해당되는 사업자인 경우에는 이 영 시행 후 3년 이내 개정된 시행령에 의한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할 것을 건의한다.

그리고 궤도차량 중 승차정원이 8인승 미만인 경우 종전 규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전국에서 운영되는 궤도시설 중 8인승 미만의 비율이 가장 많다. 이런 경우도 지혜를 짜면 개선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궤도차량의 승차정원이 8인승 미만일 때는 차량별로 장애인석을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부의 차량만이라도 2개 정도의 의자를 뜯어내고 휠체어 안전벨트로 바꾸는 등 개조를 하면 휠체어석 확보가 가능하다. 휠체어 승객이 없으면 입석으로 활용하면 되니 영업지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운행하는 전체 차량의 좌석 중 20퍼센트 이상의 교통약자석이 확보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바꾸면 될 일이다.

입법예고 전에 이러한 심각한 문제점이 미리 정리가 되고 논란이 없기를 간곡히 바란다.

전동휠체어 탑승도 가능한 화성 전곡항 케이블카
전동휠체어 탑승도 가능한 화성 전곡항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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