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뭐하시노."
"아버지 뭐하시노."
  • 김정훈 부장
  • 승인 2018.12.06 18: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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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취재부장
김정훈 취재부장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이는 영화 ‘친구’ 속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심지어 유치원 입학원서부터 대기업 지원서까지 참 고루하게 부모의 직업을 묻고 적을 것을 당연시 요구받아 왔다.

한술 더 떠 “아버지 얼마 버시노.” 질문까지 더해지며 부모의 월수입과 최종학력 등 개인정보를 상세히 묻는 경우도 아직 만연하다. 정부가 공공기관·공기업의 채용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등 공정한 채용을 위한 정책과 혁신 방안이 나오고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부모의 직업이 지원자의 합격을 결정한다는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현대판 음서제(蔭敍制)가 아닐 수 없다.

음서제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특권 신분층인 공신과 양반 등의 신분을 우대하고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주어진 특권 제도다. 5품 이상 관리의 자식은 과거시험 없이도 관리가 될 수 있는 특채의 기회를 부여했다.

지난해 불거진 공공기관이나 준(準)공기업의 채용비리와 의혹은 국민들이 이를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바 있다. 그 이유는 현대판 음서제가 종합선물 세트 마냥 각양각색으로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름을 올린 기관·기업만 해도 부지기수다. 정부기관과 공기업, 금융권 곳곳에서 의혹이 제기됐고 사실로 들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불어 닥친 채용비리 강풍이 아직도 유효한 듯 보인다.

최근 친·인척 채용특혜, 고용세습 등 공공분야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에 따른 국민적 비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고을리 없다. 공적인 일처리에서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대의를 위해 사소한 원한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대공무사(大公無私). 대공무사의 자세로 터져 나온 부정채용의 민낯들이 의혹인지, 팩트인지 사실관계를 보다 명확히 밝히고 바로 잡아야 하겠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실업률은 3.5%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3%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05년 3.6%를 기록한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실업자 100만명 시대 진입과 고용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구직자들은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많게는 수백, 수천 대 1의 관문을 비집고 뚫고 들어가야만 한다. 학력, 학점, 어학점수, 인턴경력, 공모전 등이 필수 스펙으로 자리매김 한 현실속에서 결국 최대 스펙은 부모의 직업이라니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

최근 금융권과 공공기관 등 할 것 없이 전방위로 불거진 채용비리 이슈와 관련해 정부 부처의 움직임 역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지난달 29일 산하 공기업, 준정부기관 13곳의 기관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채용비리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주문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신규 채용,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부정채용이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와 채용과정 전반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그 절차를 투명하게 운용해 공정한 임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같은 달 16일에는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이 산하 공공기관 기관장 회의를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꺾는 일이 없도록 공정한 채용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장애인 의무 고용을 비롯한 고용노동정책과 관련해 산하기관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국회는 정기국회 이후 공공부문 채용비리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또 현재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가 주관해 범정부 차원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들의 체감실업률도 22.5%로 지난해보다 0.9% 상승했다. 통계 집계 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이들 채용비리 사례는 취업준비생(취준생)들에게 좌절감을 넘어 분노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채용비리와 관련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그에 따른 피로감 역시 크다.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정직하게 구직을 준비하는 청춘들에게 참 맥빠지게, 허탈하게, 공허하게, 참담하게, 만드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잡코리아가 지난달 14일 올해 면접 경험이 있는 취준생 1천127명을 대상으로 ‘면접 들러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5명 중 4명이 면접에서 ‘들러리’라는 느낌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기업 유형으로 보면 외국계기업이 80.7%, 대기업 79.9%, 공기업 75.8% 등의 순이었다.

고득점(?)을 나타낸 곳들이 소위 잘나간다는 기업들로 나타나 씁쓸함 또한 커진다.

들러리처럼 느낀 이유에 대해 취준생들은 ‘특정 지원자에게만 질문이 쏟아져서’(45.5%)가 가장 많았고, ‘나에게 질문하거나 응답을 듣는 태도가 건성처럼 느껴져서’(37.1%), ‘내정자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26.5%), ‘질문을 거의 받지 못해서’(25.4%), ‘특정 지원자에게 면접관이 계속 호의적이라는 인상을 받아서’(24.8%)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와 같이 들러리 경험을 느낀 취준생들은 구직, 취업의욕이 높을 수 있겠는가. 슬럼프는 물론 스트레스는 쌓여만 갈 것이다. 해당 기관이나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또한 결코 적을 리 없다.

취준생은 면접의 병품도 아니요. 들러리도 아니다. 언제까지 짜고 치는 ‘고스톱’ 방식으로 채용이 이뤄진다는 의혹 찬 시선을 받을 것인가.

서둘러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법안 마련을 통해 청년들의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는 채용비리가 우리사회에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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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 2018-12-14 09:36:33
우리아부지 직업은 농부, 울엄마는 농부의 아내 전업주부, 학기가 바뀔때마다 생활기록부에 썼던 기억이 나서 공감..."너거 아부지 뭐하시노"!!

윤*진 2018-12-13 11:03:13
기업에서는 일할당사자만 보면 될것을 아버지가 뭘하시든 집안이 어떻든 쓸데없는것에 신경쓰느라
정작중요시 해야하는건 못보는 우를범하는건 아닌지
안타깝기 짝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