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층구조 공중시설, 장애인 구난장비 갖추어야
다층구조 공중시설, 장애인 구난장비 갖추어야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12.06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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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발생시 신체장애로 인한 사망비율 다른 사람보다 3.4배나 많아
화재 나면 엘리베이터 자동 막히는데 탈출수단 없어 그대로 죽어야
다층구조의 공중건물에 구난용 벨트체어 등 비치의무화 입법 필요
법제처 및 소방청, 입법 필요성 인정하고 아이디어 제안자에게 시상

휠체어를 타고 일상생활을 하는 필자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는 다층의 건물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끔 이런 걱정을 한다. 아파트에 생활하면서도 마찬가지다.

“이 건물에 화재가 나서 엘리베이터가 멈추게 되면 어떻게 탈출하지? 그대로 죽는 거 아닌가?”

오래된 통계이기는 하지만 아래의 2003년도 행정안전부의 화재관련 통계를 보면 이러한 걱정이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2003 화재통계연도, 행정자치부

통계 기준연도의 화재사건에서 부상자와 사망자의 비율을 보면 부상자가 1,744명 발생했고, 사망자는 491명 발생하여 사망자는 사상자의 21.9%로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유형별로 사망·부상 비율을 분석해보면 화재현장에서 신체장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71.1%로서 평균율에 비하여 3.4배나 높다. 또한 사망자가 부상자보다 많은 케이스는 7가지 분류 유형 중 신체장애의 경우가 유일하다. 사망자가 부상자보다 무려 2.5배나 많다. 결국 화재현장에 장애인이 있을 경우 대피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될 확률이 현저하게 높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통계가 아니더라도 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 및 자력으로 거동이 힘든 노약자들의 경우 다층건물 이용시 화재상황이 발생하면 엘이베이터가 멈추기 때문에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화재가 커지면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화재를 대비하기 위한 피난기구의 특허출원이 증가하고 공공시설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으나 장애인∙노인 등 재해 취약자들은 함께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국내에 이동약자를 위한 구난장비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럴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있음을 알아냈다.

이베큐에이션체어(구난용 벨트체어, EVAC체어)라는 것인데 화재 등 비상시에 계단을 내려갈 때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인 등을 이 의자에 태워서 이동하는 것이다.

그 의자는 간단한 구조이지만 바퀴가 아닌 직선구조의 하부에 벨트가 부착되어 벨트가 계단코와 맞물려 평지화가 되면서 안전하게 계단을 내려갈 수 있다. 이때 비장애인이 체어 뒤에서 방향과 속도를 조작하게 된다. 계단의 기울기에 맞도록 각도조절도 가능하다.

이러한 장비는 국내에서도 생산이 되고 있다. 구조가 간편한 만큼 가격이 크게 높은 것도 아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은 구글코리아, 이케아 등 유명한 글로벌기업들도 구입해서 각 사옥에 비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 화재현장 대피를 위한 장비 및 사용예시

국내의 관계 법령에서는 중증 이동약자의 재난대피 수단 및 공중시설에서 의무설비에 대한 근거 규정이 미비하고, 시각∙청각장애인에 대한 대피수단만 명시되어 있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약칭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별표2의 3.가.(12)(가)에서 “시각 및 청각장애인등이 위급한 상황에 대피할 수 있도록 청각장애인용 피난구유도등·통로유도등 및 시각장애인용 경보설비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만 규정되어 있다.

또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소방시설법) 제9조에서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은 특정 소방시설을 소방청장이 고시하는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설치·유지·관리하고, 장애인 등이 사용하는 소방시설(경보설비 및 피난구조설비)은 장애인 등에 적합하게 설치 또는 유지ㆍ관리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동법 시행령에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할 장비의 종류에는 이동약자를 위한 피난장비는 열거되지 않았다.

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미국은 장애인법(ADA, 1990)에 근거한 ‘건물과 시설에 대한 접근성 지침(ADAAG)’에 장애인에 대한 피난 대책 규정에 이동약자 관련 피난대책 규정이 명문화되어 있으며, 장애인을 위한 Evacuation Chair 설치가 보편화 되어있다.

영국은 화재안전규제개혁 명령(Regulatory Reform(Fire Safety) Order 2005)에 의해 화재위험평가를 마련하여 장애유형별 화재발생시 피난 장비 등을 의무화 하고 있으며, 시청각 장애인 및 이동약자를 위한 피난기구(Evacuation Chair 등) 등이 제시되어 있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점에 착안하여 법제처의 2021년 국민아이디어 공모제에 관련 법령개정을 위한 입법제안서를 제출했다.

현행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과 소방설비법 시행령에 자력보행이 불가능한 이동약자(예; 휠체어 이용자)의 계단의 통행을 돕는 이동지원기기를 의무비치대상 시설에 추가해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즉 아래의 도표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법령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등편의법 및 소방시설법 시행령 개정 입법제안에 의한 법령비교

다행스럽게도 필자의 제안이 500여 편의 응모제안 중 전문가 심사와 국민심사를 거쳐 3편의 우수작을 뽑는데 포함되었다. 법제처의 심사과정에서 소방청에 의견을 조회한 결과 소방청에서도 수용이 가능한 제안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에 조만간 입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의 그림은 구난용 벨트체어의 개념도이다.

장애인 구난 및 피난용 벨트체어의 개념도
보행불능 장애인 등을 위한 구난장비 사용예시
보행불능 장애인 등을 위한 구난장비 사용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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