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질환 FOP를 아십니까?
희소질환 FOP를 아십니까?
  • 이동근 기자
  • 승인 2021.12.06 18: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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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몸이 감옥이라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김옥자 작가

[소셜포커스 이동근 기자] = 김옥자 작가는 FOP(Fibrodysplasia ossificans progressiva)라는 희소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다. 고통 받으며 지내면서 자신과 같은 환우를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며 글을 써왔다. 작가의 글은 [희망바라기1, 2, 3권]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그는 희소질환의 특성 때문에 코로나 예방 백신도 맞을 수 없다. 외부인과의 접촉도 위험할 수 있어 서로 메모를 주고받으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가의 일상은 침대에 기대어 살아간다.
작가의 일상은 침대에 기대어 살아간다.

- 선생님 안녕하세요.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옥자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FOP 질환으로 47년째 투병 생활을 하고 있어요. 거기다가 청각장애도 있어서 일상 대화도 불편을 겪고 있지요.

- 투병 생활하느라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것도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거의 평생을 투병 생활하실 테니 앞으로도 얼마나 괴롭고 힘드실지 상상이 안 됩니다.

네, 저는 FOP 질환으로 중증 1급 장애로 분류되어 생활하고 있어요. 몸이 뻣뻣하게 굳어서 조각상처럼 혼자서 움직이기가 매우 힘들어요.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선생님은 몸이 불편한데 어떻게 책을 쓰게 되었나요? 저도 몸이 너무 아프면 책은커녕 간단한 메모조차도 싫어질 텐데요.

FOP이라는 희소질환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기자님은 FOP가 무슨 병인지 알고 있나요?

- 아니요. 저는 선생님께 듣기 전에는 그런 병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FOP는 무슨 병인가요?

김옥자 작가
김옥자 작가

FOP란 “부드러운 연결조직이 점차 뼈로 바뀐다”는 영어 문장의 약자에요. ‘진행성 골화성 섬유이형성증’이라고도 합니다. 고통을 느끼게 하는 섬유성 결절이 상체부터 시작해서 하체로 진행됩니다. 그러다 보니 병이 진행될수록 고통도 커지죠. 움직이는 것도 다른 사람의 힘을 받아야 겨우 가능하죠.

- 몸에 붕대를 감고 하루만 지내도 아주 괴로운데 선생님은 그런 고통스러운 병을 언제부터 안고 있었나요?

초등학교 고학년 때 증상을 처음 인식했습니다. 애들과 부딪혀 넘어질까 불안에 떨고…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심장은 항상 쪼그라드는 느낌이었죠. 넘어지면 장애가 된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다쳐서 속상해도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어요. 물론 부모님이 계셨지만 차마 말할 수가 없었죠.

-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너무나 큰 절망을 느꼈겠어요.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퍼도 그럴 때마다 혼자 지고 가야 할 고통이라 여기고 제 가슴에 묻었습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병이다 보니 그때는 어린 마음에도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워낙 힘드니까요.

- 다행히 선생님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네요.

부모님께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도 저는 비록 초등학교를 어렵게 마쳤지만, 그 덕분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어요. 학교에 다니며 다쳐 장애가 시작되었지만 배움에 대한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가 있었어요.

- 옛날에는 장애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 좋았나 보네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지만, 아직도 어딘가에서 배우고 싶어도 기회를 못 얻는 장애인들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 초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어떻게 지냈나요?

그 후 한동안 장애인 시설에서 살았는데 나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없었어요. 매일같이 머릿속에는 죽음이란 것이 수없이 괴롭혔죠. 정확한 병명을 모른 채로 그렇게 10대를 보냈습니다.

- 감수성이 풍부할 시기인 10대를 혼자서 보냈으니 많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어른이 돼서야 병명을 알았지만 여전히 저 혼자 가야 하는 길이더군요. 언제였을까, 컴퓨터를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이 병을 알리고자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모임도 만들었습니다.

-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방법으로 하셨나요?

FOP 담당 교수님께 제 연락망을 공개로 공유했어요. 그렇게 해서 환우들이 모일 수 있게 부탁도 드렸고요. 요즘 들어서 새로 알게 된 환자들은 대부분 신생아나 어린아이더군요.

- 애들은 자유롭게 뛰놀고 싶을 텐데 그걸 막는 보호자의 마음은 얼마나 미어질까요.

어린 환우가 새로 들어올 때마다 저 역시 마음이 아프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매우 안타까워요. 그런데 병원에서도 이 병에 대해서 잘 몰라요. 그래서 의료 종사자는 물론이고 세상 사람이 모두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어요.

- 책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말씀은?

저같이 부족한 사람도 용기를 내서 사람들 앞에 나섰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FOP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장애인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 선생님이 가진 용기를 다른 장애인에게 나눠준다는 말씀은 정말 깊은 울림을 주네요.

그리고 특히 이 병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하는 곳은 의료계입니다. 이 병의 증상 중 하나가 관절 주변에 골연골종이 생기는 거예요. 그걸 잘못 판단하여 병원에서 제거 수술을 하면 재발하고 더욱 심하게 병이 진행되거든요.

- 그런 만큼 의료진이 잘 알고 있어야겠네요.

그렇죠. 앞서 말했듯이 요즘 FOP 환자는 거의 다 어린이에요. 그러니 신생아의 건강상태를 검사할 때 FOP조기 진단이 가능했으면 좋겠어요. 수술 등 성급한 치료를 먼저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이 FOP를 제가 직접 겪다 보니 이 병이 주는 고통을 너무 잘 알거든요.

- 선생님께서 쓴 책과 블로그에 올려놓은 글을 잘 읽어봤습니다. 희소질환과 장애를 갖고 살아간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글에서 희망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제 경험상 희망을 품고 살아가야 삶이 덜 힘드니까요.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만드세요. 그 어떤 바람이나 소원하는 것, 무엇이든 말이죠. 희망이 있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품는 것이기에 자신의 희망을 찾으세요.

- 선생님 말씀대로 모든 분이 자신의 희망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소셜포커스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하루아침에 팔의 기능을 잃어 스스로 밥을 먹지 못합니다. 남은 한쪽 팔도 기능을 잃어 같은 고통을 두 번이나 겪었습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다리도 못쓰게 됐습니다. 계속 반복되는 크고 작은 재발로 인해 수많은 좌절을 맛봐야 했고, 어둠에 갇힌 듯 빛조차도 보이지 않았었죠. 비록 고통뿐인 삶이지만, 어둠에서 희망을 찾아 가슴에 품었습니다. FOP는 저를 뼈의 감옥에 가두고 괴롭게 하지만 저는 오늘도 희망을 노래합니다. 멈추지 않는 FOP를 이길 순 없지만 예전처럼 병마에 끌려 다니지 않으려고 해요. 좌절하지 않고 버티며 내게 주어진 오늘이란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희망은 멀리 있지 않으며 우리 안에 있어요. 어떠한 상황이 닥칠지라도 희망의 끈은 놓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젊은 시절 모습
작가의 젊은 시절 모습

김옥자 작가는?

강원도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어렵게 졸업했다. 개인 블로그에 틈틈이 일상 글을 올리면서 올해 [희망바라기] 시리즈로 책 3권을 출간했다. [희망바라기]는 고통 속에서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작가 자신의 47년 투병 생활을 담았다. 구독자 여러분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FOP(진행성 골화성 섬유이형성증)란?


출생 시부터 손가락이나 발가락 기형이 있다. 신체 여러 부위의 근육이나 힘줄이 점차 뼈 조직으로 변화하면서 결국 전신의 관절이 굳어버리는 희소질환이다.

유아기 때는 종괴로 인해 머리나 목에 여러 멍울이 잡히기도 한다. 증상은 환자마다 다르다. 대부분 10세 이전부터 외부 충격으로 타박상을 입거나 심한 운동 또는 근육주사와 같은 사소한 외상이 있을 때에도 증상이 발생한다. 혹은 외상이 없어도 목, 등, 팔다리, 턱 등이 붓고 아픈 “급성악화(flare-up)”가 발생한다.

급성악화 발생 후 며칠 뒤 또는 수 주 후 부은 것이 가라앉으면서 해당 근육이나 힘줄이 뼈처럼 굳어진다. 이로 인해 주변 관절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뼈로 바뀐 근육이나 힘줄의 위치에 따라서 영양실조, 척추 증만증, 호흡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넓은 범위에 발생하면 움직일 수 없어 휠체어에 의존하게 된다. 이 밖에 원형 탈모증이나 청각 이상도 동반될 수 있다.

김옥자 작가의 [희망바라기] 시리즈 책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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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훈 2021-12-07 10:07:25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K*m 2021-12-06 19:36:28
좋은 기사 잘 보고 갑니다. 작가님에게 좋은 일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