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을 초과한 경사로, 편의시설 아닌 위험시설
기준을 초과한 경사로, 편의시설 아닌 위험시설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12.17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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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역 주변 휠체어 통행용 경사로, 기준각도 4배 초과한 위험시설
계단과 나란히 설치된 경사로 위치 바꾸었으면 안전각도 가능할 수도
이런 개념 없는 시공사에 다른 공공시설을 맡기지는 않는지 걱정
계단과 같은 각도로 설치된 위험한 경사로 ⓒ소셜포커스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내린 적이 있다. 4번 출구 쪽 옥외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면 여의동로 차로와 여의도 목화아파트 담장 사이로 골목길 보행로가 있다. 이 보행로를 따라가면 여의도고등학교가 나온다.

그런데 이 보행로는 차로에 비해 매우 낮은 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하철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이 보행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계단이나 경사로를 이용해야 한다.

계단과 함께 그 옆으로 경사로를 나란히 설치해놓은 것으로 보아 휠체어나 유아차 등이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경사로는 너무 가팔라서 매우 위험한 구조다. 그 옆에 나란히 설치된 계단보다 더 가파르다. 기울기를 측정해보니 18.9도가 나왔다. 법령에 장애인 편의시설로 명시된 경사로의 법정 기울기(3.2도)에 비하여 6배나 초과하였다. 완화된 기준치(4.8도)와 비교해도 4배 가까이 되었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관련 별표1 「편의시설의 구조·재질등에 관한 세부기준」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등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의 기울기를 18분의1 이하로 하며, 지형상 부득이한 경우는 12분의1 이하로 한다.“ 그리고 건물 등 시설 내의 경사로인 경우에는 12분의1 이하가 원칙이고, 공간 및 구조 등의 이유로 불가능한 경우 시설관리자 등의 인적서비스 제공을 조건으로 8분의1까지 완화할 수 있다.

여기서 12분의1이란 높이가 1m일 때 밑변의 길이를 12m로 한다는 뜻이다. 이를 각도로 환산하면 4.8도이다. 18분의1일 때는 3.2도이고, 8분1은 7.1도이다.

따라서 여의나루역 앞의 경사로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시설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장애인 혼자서 이용하는 전동 휠체어의 경우 기울기가 너무 가파르면 제어장치가 기능을 상실하여 주변의 다른 지형지물과 충돌하거나 전복하는 등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곳의 현장은 벽면 쪽에 계단을 설치하고 그 반대 쪽에 경사로를 설치함으로써 경사로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경사로가 가파르게 형성된 것 같다. 그 반대로 계단과 경사로 위치를 바꾸어 시공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의 계단 쪽에 경사로를 설치한다면 벽면을 따라 현재보다 길게 동선을 확보하여 훨씬 안전한 기울기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개선이 필요하다.

도대체 어느 회사에서 이처럼 안전개념이 없이 시공을 했을까? 또 어느 공무원이 묵인했을까? 이런 개념없는 회사에서 다른 공공시설을 시공하지는 않는지 걱정이다. 아무리 하찮은 시설이라도 장애인 편의를 위한 시설이라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장애인편의시설기술지원센터와 같은 전문기관의 자문이나 지원을 받은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편의시설기술지원센터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정부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며, 각 시·도협회와 전국의 시·군지회에서 각각 운영한다.

아래에서 올려다 본 문제의 경사로, 측정각도는 18.9도
아래에서 올려다 본 문제의 경사로, 측정각도는 18.9도 ⓒ소셜포커스
계단을 왼쪽 파란선 구간에 설치하고 경사로를 오른쪽 노란선 구간에 설치했다면 경사로의 안전각도 공간확보가 가능했을 것이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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