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립고 특수학급 갈등 ‘봉합’…장애학생 기피 여론악화 의식
서울사립고 특수학급 갈등 ‘봉합’…장애학생 기피 여론악화 의식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1.05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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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한영고, 최근 만나 특수학급 신설 합의
6일 현장 컨설팅 시작으로 세부지원 협의 예정
서울 강동구 한영고등학교.
서울 강동구의 한영고등학교.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서울 사립고 특수학급 설치 문제가 일단락 됐다. 교육청 설득으로 우여곡절 끝에 봉합되는 모양새다. 장애학생들의 원거리 통학 걱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4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올해 세종고, 영훈고, 한서고, 한영고 등 관내 사립고등학교 4곳에 특수학급 신설을 추진 중이다. 이들 학교에 모두 16명의 장애 학생을 배정했다. 세종고 5명, 영훈고 4명, 한서고 3명, 한영고 4명 등이다. 각 학교에는 지난해 11월 초 가배정 통보가 전달됐다.

하지만, 이 중 한영고는 절차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했다. 학년도 시작 전 학교 측과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은 제4조에서 교육감은 사립학교에 특수교육대상자 위탁 교육을 위해 매 학년도가 시작되기 10개월 전까지 교육여건, 교육가능인원, 교육기간 등에 관해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영고 행정실 관계자는 “지난해 말 서울시교육청 장학관 외 2명이 교장실을 찾아 왔을 때에도 2022학년도 특수학급 설치 요구만 했지 문제를 서로 협조해 해결하려는 노력은 없었다”며 “일방적으로 학급 가배정 통보 후 특수학급 설치를 공표한 것은 자신들의 직무유기 책임을 특수학급 설치 대상학교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설 및 환경준비를 위해 1년 유예를 요구했다.

이에 시교육청은 특수학급 신설 필요성으로 맞섰다. 공립고 포화상태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학교지원과 관계자는 “특수교육대상자 배정조사 결과 기존 학교는 이미 과밀이거나, 학생 거주지로부터 원거리에 있어 통학불편 해소 및 학교선택권 보장을 위해 신설이 절실하다”라고 했다. 이어 “특수학급 신설 예정학교는 전반적인 컨설팅, 엘리베이터를 포함한 교육환경개선 등이 가능하도록 예산 지원을 통해 학교 부담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수학급당 4천만원, 엘리베이터 설치비 2억5천∼3억원이 각각 지원된다. 또, 교사 인건비 전액과 연간 운영비 및 진로직업교육비 600만원이 주어진다.

그러다 새해 들어 돌연 양측 대립에 화해 기류가 포착됐다. 그간 장애학생 기피에 대한 여론악화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양 측의 책임공방에 따른 대중의 피로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준비가 되지 않아 특수학급을 설치할 수 없다는 이유는 장애학생에 대한 명백한 배제이자 차별”이라며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쁜 학교와 교육청도 이런 여론의 흐름을 무시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양 측이 만나 특수학급 신설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선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의 설득으로 학교 측으로부터 특수학급 수용 의사를 최종 확인했다”며 “6일 현장 컨설팅을 시작으로 장애학생 교육환경 지원 등 세부사항을 협의해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영고 관계자도 “그간 교육당국과 절차와 시행시기에 대한 의견 차가 있었을 뿐 장애학생을 기피한 건 결코 아니다”라며 “앞으로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담아 안전하고 따뜻하게 교육시킬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장애학생 9만8천154명 중 특수학교 입학생은 2만6천967명(27%)이며, 나머지는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다. 특수학급을 설치한 전국 고교 비율도 46.8%에 불과하다. 전체 2천375개교 중 1천111개교가 특수학급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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