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평 나들이… 꼭 들러야 할 어비계곡
겨울 가평 나들이… 꼭 들러야 할 어비계곡
  • 양우일 객원기자
  • 승인 2022.02.09 12:4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도 가평군 어비산 어비계곡
인공적으로 조성한 빙벽이 있는 어비계곡 풍경 소셜포커스
인공적으로 조성한 빙벽이 있는 어비계곡 풍경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양우일 객원기자] = 잠잠해 질 듯 하던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오미크론으로 변신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증으로 악화될 비율이 높지 않다는 의학 정보다.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바이러스가 사멸되지는 않겠지만 올해 말이면 존재감이 약해지면서 토착 병으로 변모하여 사람과 같이 공존하며 살 것으로 예견했다.

이번 설 명절을 보내면서도 코로나19로 “고향에 찾아가지도 찾아오지도 말자”는 캠페인이 3년째다. 이번 설에도 가지도 오지도 모이지도 못했다. 가족 그리고 사람과의 단절은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주며 소통의 문제를 야기하며 크고 작은 의견충돌을 빚기도 한다.

설날 새벽부터 눈이 왔다. 차례를 지내고 바깥바람을 쐬러 나가기로 했는데 도로 사정이 괜찮을까 걱정이 앞섰다. 정오를 넘기자 눈이 그치고 도로의 눈도 전부 녹았다.

요즘 여행지는 인터넷을 통해 결정한다. 한국관광공사나 지자체별 문화관광을 검색하면 자신이 원하는 여행지를 바로 찾아볼 수 있다. 또 먼저 다녀온 여행객들의 SNS 정보도 중요한 검색자료다. 이번에 다녀온 어비계곡도 같은 방식으로 선택했다.

작은 얼음산이다. 소셜포커스
작은 얼음산이다. ⓒ소셜포커스

어비계곡은 용문산과 유명산 사이에 있는 어비산을 감싸고도는 계곡이다. 지금은 작은 개울 같은 계곡에 불과하다. 예전에는 물이 맑고 물고기가 많아 펄쩍펄쩍 뛰는 모습이 마치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빼어난 계곡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물고기가 날아다닌다는 의미가 담긴 어비(魚飛)다. 어비계곡을 흐르는 물은 유명산 계곡에서 내려온 물길과 어비1교에서 합쳐져 사기막천-벽계천을 거쳐 북한강으로 흘러간다. 가평은 여행지가 워낙 많아 어비계곡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내비게이션에 어비계곡을 입력했다. 가평과 양평 두 군데가 나왔다. 가평방향 어비계곡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다. 갑자기 아재 개그가 발동했다. “이 부근에 어미계곡이 있을 꺼다. 잘 살펴봐라. 어린아이에게 위험을 경고할 때 ‘에비!’라고 하는 어원이 어비계곡에서 나온 거다”고 하자 차 안이 순간 얼음으로 변했다. 이제는 아재 개그는 안 먹히는구나 생각하고 운전에만 집중했다. 아무튼 나이 들면 입을 닫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속언에 충실해야겠다.

가평 겨울산은 여름에 입었던 푸른 잎사귀를 모두 털어 낸 나목만 추위에 떨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행스럽게 을씨년스런 산야는 아침에 쌓인 눈으로 하얀 겨울옷을 입고 있다. 춥고 얼어붙어 있는 까닭에 도로주행에 위험이 있어도 겨울은 역시 눈이 있어야 제격이고 멋이 있다. 눈 내린 겨울의 정취가 눈동자를 거쳐 가슴으로 들어와 조용히 쌓였다.

유명산 부근 도로에 다다르자 도로변에는 솥뚜껑닭볶음탕 음식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오늘 아침 차례 음식을 먹지 않았더라면…, 쇳물을 부어 만든 무쇠솥뚜껑 위에서 매콤하고 달콤하게 끓어오르는 광경을 마주하고 있었을 것이다. 뜨거운 김을 내 뿜는 빨간 고추장 국물의 닭볶음탕을 맛있게 먹고 있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조상님 덕에 배가 든든함에도 상상만으로도 입안에는 침이 가득 고인다.

어비계곡으로 향하는 간판이 방향을 알려줬다. 도로 위의 눈은 거의 녹았다. 음지에는 결빙된 곳이 있어 서행하며 겨울철 안전 운전 주의사항을 충실히 지켰다. 계곡 입구로 들어서자 도로가 더 좁아져서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을 더욱 주의해야 했다.

어비계곡이 있는 어비산장에 도착했을 때는 앞서 도착한 차량이 10대 정도 세워져 있다. 어비산장 주차장은 사유지라 주차요금을 받는다. 대형 1만원 소형은 5천원이다. 요금은 선불로 받는다는 안내 문구가 보여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주차관리원이 자리에 없다. 주차료를 내고 싶었지만 낼 수 없었다. 새해 첫날부터 횡재한 생각이 들었다. 어비산장 주차장 옆 화장실은 동파를 우려했을까 열쇠로 잠겨 있다.

어비산장 주차장에서 도로로 나오면 두 개의 나무 데크 길이 놓여있다. 오른쪽은 등산로, 왼편이 어비계곡으로 향하는 길이다. 데크 위에는 아침에 내린 눈이 쌓여 얼었다. 미끄러질까 조심스레 걸어야만 했다. 몇 걸음 더 걸어가자 저 앞에 빙벽이 살짝 고개를 내밀며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조금 더 다가가자 어비계곡의 거대하지 않은 얼음산이 자태를 드러냈다. 먼저 온 관광객이 자리를 선점한 채 사진을 찍고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빙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셜포커스

요즘은 겨울 정취를 느낄만한 얼음벽을 쉽게 대할 수 없다. 어비계곡의 빙벽은 사람이 물을 뿌려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규모가 작아 웅장한 맛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빙벽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어비계곡이 곧 남극이고 북극이며 겨울왕국이다.

밤새 계곡의 추위를 견디어 낸 차가운 얼음덩어리는 순백의 푸르고 선명한 맑은 빛을 담고 있다. 아침에 내린 눈은 하얀 목화솜처럼 차가운 얼음을 살포시 덮어 포근하고 따뜻하게 감싸 안은 듯 했다. 그 풍경은 마치 밖에서 놀다 하얀 입김을 뿜으며 집으로 들어오는 개구쟁이 아이의 차가운 볼을 양손으로 감싸며 따뜻하게 녹여주는 엄마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어비계곡 빙벽은 크게 보면 한 덩어리로 보인다. 그러나 세세하게 살펴보면 세 부분으로 나누어 감상할 수 있다. 먼저 빙벽 전체를 바라볼 수 있고, 빙산의 산기슭 같은 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얼음 계곡 가운데 솟구친 얼음기둥 등 각각 나누어 자세히 들여다 보면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가 된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다. ⓒ소셜포커스
서서히 해가 지고 있다. ⓒ소셜포커스

겨울 산과 하나로 어우러진 전경은 타임머신을 타고 진짜 겨울왕국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산기슭 빙벽의 수많은 고드름은 수만 년에 걸쳐 만들어진 석회암 동굴의 종유석 같다. 계곡 가운데 얼음 빙벽은 따스한 햇볕을 머금어 푸른 에메랄드빛을 뿜어내고 있다. 청송 주왕산 바위를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규모가 작고 인공으로 만들어진 빙벽이지만 “야! 멋지다!”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지금은 3년 째 이어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음 아픈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곳 어비계곡 빙벽에서 요리조리 자리를 옮겨가며 마음에 담긴 느낌을 열심히 사진에 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진 한 장으로 기억을 떠올리며 글로 옮긴다. 인생길에서 겪는 어려움도 훗날 우리가 서로 나누고 추억하기 위함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이곳을 다녀가는 독자가 있다면 짧은 메모로 추억을 기록했으면 한다.

여행은 상상을 자극한다. 설날 아침을 먹지 않고 나왔다면 솥뚜껑닭볶음탕을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 또 경치 좋은 인근 카페에서 진한 커피 향에 취했을 것이다. 초록이 넘실대는 여름 계곡에 발을 담근 모습도 조심스레 그려본다. 물고기가 넘실대는 여름 어비계곡이 선사해 줄 기쁨과 설렘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겨울왕국을 따뜻하게 내리쬐던 해가 지고 있다. 회색 구름이 다가와 서서히 식어가는 해를 포근하게 감싸며 산 너머로 사라져 간다.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는 해넘이를 멍 때리며 바라본다.

▶여행정보 : 가평군 문화관광 자료를 참조하면 된다.

▶입장료 : 없음, 주차장 없음(사유지 유료주차장 이용)

▶가는 길 : 자가용→ 서울-춘천간고속도로-설악IC-유명산방향-어비계곡(그냥 내비게이션 찍으면 된다.)

▶주변 여행지 : 유명산, 용문산 전투 전적비, 스위스 테마파크, 초롱이 둥지마을

▶먹을거리 : 매운탕, 솥뚜껑닭볶음탕 등

▶카페 : 주변도로변에 많이 있다. 취향에 따라 선정하면 된다.

한 가족으로 보이는 관광객의 모습 ⓒ소셜포커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유*한 2022-05-03 09:19:04
이젠 장애인이 갈 만한 여행지는 다 떨어졌나보죠? 비장애인들이나 갈 수있는 여행지를 소개하고... 명색이 장애인관련 언론에서 장애인들이 갈 수없는 여행지 소개라......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