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취업이 오히려 ‘독’
장애인 취업이 오히려 ‘독’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3.11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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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취업 후 기초급여 지원 중단
국민청원 동의댓글 일평균 100여 개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바뀐 장애등급제가 공정성 시비로 연일 시끄럽다. 이번엔 획일적인 장애인 소득보장 제도가 논란이다. 생계형 취업이 되레 기초수급 자격을 빼앗기 일쑤다. 이런 내용의 국민청원에 동의댓글도 수 백개씩 달린다. 그러자 장애인 소득보장 제도의 전면개편 요구가 나온다. 기준을 일괄적용해 서비스 범위를 축소시킨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장애인 처우 개선’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생계 목적 취업 후 기초급여 지원이 끊겼다는 내용이다. 청원인 K씨는 이 게시물에서 “사고로 한 쪽 눈을 실명해서 장애진단을 받고 기초수급자 생활을 하던 중 양쪽 발 족저근막염으로 자주 넘어지고 다쳐 무릎 연골이 찢어지는 등 하루하루가 병원생활의 연속“이라며 “병원에 가도 비급여가 많아 기초수급비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아침 일찍부터 장애인 스쿠터를 타고 40분씩 걸려 일을 나가기 시작했는데 느닷없이 기초수급비를 비롯한 모든 혜택이 중단됐다“라고 썼다.

이어 불합리한 장애등급 기준과 소득보장제도를 성토했다. 그는 “이런 몸상태가 어떻게 경증 장애인으로 분류되냐”며 “생계를 위해 일은 해야 하고 몸은 따라주지 않고 기초수급마저 끊겨버리니 정말 살아갈 의욕이 없다. 도대체 이 나라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을 할수록 손해만 보는 이런 장애인 지원 시스템에서 어느 누가 열심히 일하겠냐“며 “말로만 복지국가니 선진국이니 떠들지 말고 장애인 실태부터 제대로 파악해 평등의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 게시물엔 11일 오후 1시 기준 367개 댓글이 달렸다.

이런 장애인 소득보장제도 불균형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중증장애인의 장애인연금 기초급여 비율은 70% 정도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21 장애통계연보’를 보면, 2020년 장애인연금 기초급여 수급자는 모두 37만5천759명(72.2%)이다. 전년(52만176명)보다  27% 줄었다. 나머지 19만2천230명은 기초급여 지원대상에서 빠졌다. 선정기준인 소득총액 122만원을 넘어섰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장애인연금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기준 122만원이다. 이 기준액도 지난 2019년 이후 3년 째 제자리 걸음이다.

일각에선 개편 장애등급제와 소득보장제도 경고음이 들린다. 한 시민활동가는 “먹고 살기 위해 불가피하게 일하는 것까지 소득인정액에 포함시켜 기초급여 지원을 중단하는 건 쥐꼬리 만한 기초급여로 생존을 강요하는 꼴“이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 발표한 장애인 수요자 중심의 장애등급제 개편 취지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장애인총연맹 관계자도 “소득과 상관없이 장애인 복지서비스가 이뤄지는 사회보장 기반을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며 “장애인 스스로 일을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 그것을 소비하면서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는 생산적 시민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짚었다. 

이에 관계당국은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지원과 관계자는 “올해 장애인연금에 반영된 물가인상률이 처음으로 2%대에 진입했다“며 “장애인연금이 중증장애인 분들의 생활 안정과 경제적 부담 경감에 도움이 되도록 부족한 점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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