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위한 유튜브 화면해설 서비스 시작
시각장애인 위한 유튜브 화면해설 서비스 시작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2.03.15 17:5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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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방송 접근권 확장 노력 돋보여
‘거대한 해군 함정 어떻게 육상으로 올렸을까?’
가장 먼저 국방부의 홍보영상 유튜브 화면해설 제작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은 영국의 유아 프로그램인 텔레토비가 유명세를 타면서 알려졌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이었지만,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 이후로 장애인에 대한 방송 접근권이 중요함을 인식하게 됐다. 방송사들은 어린 아이는 물론 장애인 인식개선에 다가섰으며, 자연스럽게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장애인을 일상 속의 한 존재로 받아들이도록 구성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노력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화면해설 제작을 하는 미국 보스톤의 WGBH사를 견학한 후 본격화 됐다. 국내 방송사도 시각장애인들이 드라마나 뉴스, 다큐, 오락물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화면해설 방송을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전원일기’를 시작으로 화면해설 서비스가 이루어지기 전, 연극 ‘십이야“가 화면해설 공연으로 시도됐다. 지금은 배리어프리 영화로 화면해설 영화도 제작되고 있다. 초기에는 비디오로 화면해설 영화를 제작하여 별도로 보급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영 영화관에서도 화면해설 서비스가 일부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 동영상에서 화면해설이 되지 않아 문제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들은 홈쇼핑과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정보접근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기도 하고, 소송을 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 회의를 거쳐 시정명령을 하기도 했다.

화면해설은 충분하지는 않아도 일부 방송 프로그램과 동영상, 영화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 바로 유튜브다. 화면해설 방송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거의 독점으로 제작을 해 왔으나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까지는 여력이 미치지 못했다.

지난 해 7월에 사회적 협동조합 ‘하다’(HADA: Human Association of the Differently Abled)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인가를 받아 유튜브 화면해설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게 됐다. ‘하다’는 능력이 다른 사람들의 인권조합을 약어로 표현한 것이다.

‘하다’의 이사장 박정숙은 1996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홍보팀에 입사하여 6년간 시각장애인 잡지를 제작하는 기자생활을 했다. 그리고 2006년부터 화면해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8년 경력의 화면해설 작가로서 사회복지사 자격도 획득했다. 대학원에서 화면해설 학위 논문을 통하여 인터넷에서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의 활성화를 촉구했다.

‘하다’는 5인의 조합원으로 구성됐다. 그들은 피디, 기획, 작가 등 방송 관련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화면해설 유튜브는 국방부의 홍보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총 15편의 홍보 영상이 매주 한 편씩 유튜브에 업로드 되고 있다. 시청각 장애인용 첫 작품의 제목은 ‘거대한 해군 함정 어떻게 육상으로 올렸을까?’였다.

시·청각 장애인용 콘텐츠 배리어프리 군금해 ‘거대한 해군 함정 어떻게 육상에 올릴까’편.(국방NEWS 유튜브 화면캡처)
시·청각 장애인용 콘텐츠 배리어프리 군금해 ‘거대한 해군 함정 어떻게 육상에 올릴까’편.(국방NEWS 유튜브 화면캡처)

함정 수리 및 점검을 위해 육지로 올리는 시설을 ‘건선거(乾船渠:Dry Dock)’라고 한다. 도크에 들어올 때 함정은 충돌 방지를 위해 동력을 끄고 예인선에 끌려 들어온다. 함정을 건선거의 상가대(上架臺) 위에 올려 바닥에 붙은 따개비 등을 제거하고 수리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영상은 200명 정도의 인원이 승선하는 4천400톤급 대조영함이 점검을 받기 위해 진해 해군기지로 들어온 내용을 담았다. 함선을 건선거에서 점검을 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자막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또 방송 중간 중간에도 영상의 모습을 화면해설로 설명해준다.

시각장애인들이 국방부의 홍보물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은 그 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국방 장비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군대 생활을 하지 못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특히 우리의 튼튼한 국방력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안심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취지를 국방부 홍보원도 적극 이해하고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시각장애인들에게 국방을 소개하는 것에 화면해설을 붙이는 것을 적극 반영하여 준 것이다. 정보와 문화 콘텐츠에 접근이 가능해야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제 시각장애인들도 군대 이야기에서 듣기만 하는 소외된 입장에서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이 됐다.

오디오작가 협동조합(이사장 장현정)과 ‘하다’가 협력하여 화면해설 제작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업들을 하고 있다. 화면해설 작가교실을 열어 현재 6명의 작가 지망생이 열심히 전문지식을 습득 중에 있다. ‘하다’는 누구나 평등하게 정보와 문화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소통해야 한다는 목적 아래 이색적인 콘텐츠를 제작해 나가고 있다.

국방부 홍보원에서 제작하는 유튜브 콘텐츠는 화면해설과 자막 서비스를 입혀 ‘군금해’라는 콘텐츠로 제공된다. 군에 대하여 궁금하다는 의미다. 3월 5일 첫 번째로 업로드 된 ‘거대한 해군 함정 어떻게 육상으로 올렸을까?’는 조회수 2만회를 선회하고 있다. 댓글로는 “모든 영상을 이렇게 만들어 주면 좋겠네요”, “비장애인도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영상에 화면해설이 있으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등 긍정적인 내용이 담겼다.

화면해설 영상을 본 시각장애인 김혜일 씨(41세)는 “직접 군대를 가보지는 못했지만 자세한 묘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군사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사회적협동조합 ‘하다’ 박정숙 이사장은 “화제가 되는 여러 영상들을 시각, 청각 장애인들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즐길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하다’의 목표로 장애인은 물론 고령자, 경력 보유 여성 등의 정보 문화 정보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제 시각장애인들도 동영상을 유튜브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다만 동영상 제작자들이 ‘하다’와 협력해 화면해설 제작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느냐가 문제다. 그 동안 제작하는 곳이 없어서 웹 접근성을 갖출 방법이 없었다며 웹 접근성 인증심사를 받다가 접근성에 문제가 발생하면 있던 동영상마저 삭제해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화면해설 제작을 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화면해설을 반영해 주면 좋을 것이다.

‘하다’의 홈페이지를 보면 다양한 활동을 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도 메타버스를 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방송, 영상물, 광고 동영상 등의 화면해설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전시 및 무대에서의 음성해설, 화면해설도 이뤄진다. 이를 위한 전문 인력 양성 및 화면해설 활성화를 위한 연구 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밖에 스포츠, 세미나, 간담회 등의 음성해설 사업을 계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사자들의 자문과 피드백을 위해 모니터링 감수단을 두고 있음도 알 수 있다.

시·청각 장애인용 콘텐츠 배리어프리 군금해 ‘거대한 해군 함정 어떻게 육상에 올릴까’편.(국방NEWS 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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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2022-03-26 11:27:57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배***리 2022-03-15 18:37:15
좋은 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