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위 패러다임 바뀔까
장애인 시위 패러다임 바뀔까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3.29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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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 논리와 대표성 취약 지적 나와
사회적 약자 ‘절대선’으로 성역화 관행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장애인 단체 지하철 시위가 새 국면을 맞았다. 정치권에서 시위 성격과 방식을 문제 삼으면서다. 시위가 격화하자 정치행동으로 변질됐다는 주장이다. 또, 다양한 현실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점도 짚었다. 결국, 요구하는 논리와 대표성이 취약하다는 얘기다. 반면, 이들을 성역화 하면서 맹종하는 정치세력도 있다. 약자로 규정하고 절대선으로 치켜세워 두둔하는 식이다. 일각에선 소수자 정치의 위험 신호로 보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은 장애인 이동권 시위라는 주장을 통해 지하철에서 투쟁하지만, 이미 서울시는 94%의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했으며 나머지 6% 역사는 역사 구조상 엘리베이터 설치가 난해한 곳들”이라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엘리베이터 설치를 완벽히 완료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서울시민의 출퇴근시간을 볼모 잡고 지하철 문에 휠체어를 넣어 출입문이 닫히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지하철 운행을 막아세우고 있다”고 했다.

앞서 시는 지난달 9일 지하철 전 역사 승강기 설치를 약속했다. 당시 오 시장은 “오는 2024년까지 사업비 650억 원을 들여 서울 지하철 1∼8호선 275개 전 역사에 승강기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275개 역 중 승강기가 없는 곳은 총 21곳이다. 이 중 지난 2020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1호선 청량리역, 2호선 용답역, 3호선 교대역, 4호선 명동역, 5호선 마천역 등 5곳은 연내 완공된다. 나머지 16곳 중 10곳은 올해 설치공사를 시작한다.

그는 이어 장애인 이동권 약속도 다시 확인했다. 이 대표는 “이미 국민의힘은 대선 과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광역교통수단에 휠체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이야기를 59초 쇼츠공약을 통해서 발표한 바도 있다”며 “전장연은 조건을 걸지 말고 현재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의 시위를 중단하시라”라고 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대선후보 시절 “시내버스뿐만 아니라 시외·고속·광역버스도 저상버스 및 리프트 설치 버스 비율을 늘려 휠체어를 타는 교통약자들의 접근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준석 대표도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도시간 교통수단에도 저상버스나 리프트 장착 버스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퇴행적인 시위 성격과 방식 문제를 짚었다. 이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특정집단의 요구사항은 100% 꼭 관철되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선량한 시민 최대 다수의 불편을 야기해서 뜻을 관철하겠다는 방식은 문명사회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것이 용납되면 사회는 모든 사안에 대해 합리적인 논의와 대화가 아닌, 가장 큰 공포와 불편을 야기하기 위한 비정상적인 경쟁의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성을 가장한 정치적 요구로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 시위를 성역화 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국민의힘 김예지 국회의원은 이들에게 무릎까지 내줬다. 같은 날 그는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 역 승강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전장연 관계자 앞에서 안내견 조이와 함께 바닥에 무릎 꿇고 “적절한 단어 사용이나 소통을 통해 마음을 나누지 못해 죄송하다”며 “정치권을 대신해서 제가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그러자 한편에선 시위문화의 잘못된 패러다임을 지적했다. 특히, 소수자 정치의 위험성과 성역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책위 부의장 출신의 한 야권 인사는 “일부 단체의 소수자 정치가 성역화 하면서 정당한 이의 제기도 하지 못하게 틀어막는 구조로 전락했다”며 “정치권도 이에 동조하며 사회적 약자를 절대선으로 감싸 돌고만 있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장애인 시민활동가 A씨도 “지하철 승강기든 탈시설이든 장애계 안팎에서 이해와 찬반이 대립하는 현실은 뭉개면서 마치 장애계 전체 이익을 대변하듯이 정치적 요구를 하고 있다”며 “이제 민주노총 지지를 업고 스스로 대표성을 주장하며 성역화 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전장연 관계자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의 불가피함과 시민불편에 대한 양해는 이미 여러 차례 설명드린 바 있다”며 “장애인 탈시설, 이동권, 교육권 확보를 위한 권리예산 보장 요구를 특정 집단의 독선적인 정치요구로 보는 건 억지주장”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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