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정책 부실은 정부 소통 부족때문”
“장애인 정책 부실은 정부 소통 부족때문”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4.13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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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다룬 영화 ‘복지식당’ 14일 개봉
정재익 감독.
정재익 감독.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30대 청년 재기는 사고로 졸지에 중증 장애인이 된다. 혼자 거동조차 힘들고, 왼손은 가만있어도 벌벌 떨린다. 언어장애까지 있어 더 이상 말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 하지만, 서류상으론 장애등급 5급의 경증장애인이다. 그래도 취업도 하고 대출도 받으며 희망을 일궈나간다. 자신의 이름처럼 삶의 재기도 이제 코 앞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당장 장애등급제 폐지의 공허함에 무릎 꿇었다. 모두 스스로 중증장애인임을 증명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오는 14일 상영관에 첫 선을 보이는 영화 ‘복지식당’ 얘기다. 이 영화를 연출한 정재익 감독 자신이 실제 겪은 경험담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바뀐 장애등급제의 허구와 공허함을 짚었다. 지난 2019년 정부가 장애등급제를 없앤 지 벌써 3년 째다. 기존 1~6등급의 장애등급을 없애고 경증·중증으로 나눴다. 그래도 이전에 받은 등급때문에 처지는 크게 나아진 게 없다.

정재익 감독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 세계를 너무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통해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복지제도와 장애인을 이해하고 배려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이동권의 비현실적인 제약을 지적했다. 그는 “움직여야 일도 할 수 있는데 그것부터 막혀버린다. 이동권은 장애인에게 삶이고 생존의 문제”라며 “교통약자 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몸 상태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비로소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내부 파벌 조성 같은 폐쇄적인 장애계 문화도 언급했다. 정 감독은 “장애인 세계도 비장애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오히려 더 좁은 사회이기 때문에 권력 다툼이 치열하고 한 번 찍히면 끝이라는 분위기마저 있다”고 했다.

또, 장애인 당사자 문제에 미온적인 정부 책임도 짚었다. 소통 부족으로 비현실적인 정책만 쏟아낸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가 우리 영화를 보고 정책을 만들 때 장애인 사회 안으로 들어와 직접 소통해야 한다는 걸 깨닫기를 바랐다”며 “화장실 출입구에 높이 3㎝ 턱이 있는데, 이것만 없애도 장애인 세상은 완전히 바뀐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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