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장애계 갈라치기 ‘뇌관’
전장연, 장애계 갈라치기 ‘뇌관’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4.21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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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룸센터 앞 두 단체 불법컨테이너 대치 국면
불법 장기농성, 정면충돌·내부 편가르기 조장 지적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두 장애인 단체가 설치한 컨테이너가 대치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두 장애인 단체가 설치한 컨테이너가 대치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한 장애인단체 불법농성이 내부 분열 기폭제가 됐다. 다른 단체가 이들 불법컨테이너에 맞불을 놓으면서다. 두 단체 불법구조물이 건물을 가로막고 대치하게 됐다. 긴장이 고조되면서 충돌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그러자 장애인 전체에 대한 부정여론 확산 우려가 크다. 불법 장기농성이 장애계 갈라치기를 촉발한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와 한국장애인개발원에 따르면, 장총련과 한국교통장애인협회는 이날 오전 5시 15분께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농성장 주변에 컨테이너를 설치했다. 1년 넘은 전장연의 불법구조물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이들은 “전장연은 이룸센터 앞마당을 무단점거해 컨테이너와 텐트를 설치하며 오랜 기간 장애인과 이용자들 불편을 야기시켜 왔다”며 “장애인 편의와 이룸센터 정상화를 위해 영등포구청과 경찰서에 조속히 철거할 것을 당부하며 이렇게 맞불식 컨테이너를 설치하게 됐다”라고 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3월 16일부터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이곳에 2미터 높이 컨테이너 2개를 철제 경사로로 연결했다. 또, 가로, 세로 3미터 남짓의 몽골텐트 2개 동도 추가했다. 모두 허가권자인 영등포구 승인 없이 설치한 불법건축물이다. 이후 구는 지금껏 네 차례 자진철거 요구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강제철거 방침까지 세웠지만 결국 변죽만 울리다 끝났다. 이런 식으로 미적대는 사이 불법구조물은 이미 철옹성이 됐다. 지자체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설치해 2년째 무단사용 중이다. 이제 버젓이 시민활동가까지 동원해 가며 밤새 교대로 지킨다.

그러자 장총련은 지난해 이와 관련한 입주자 의견을 수렴했다. 10월 1일과 6일 회원단체 및 이룸센터 입주자를 대상으로 했다. 대부분 전장연의 불법 점거농성에 반대하며 조속한 철거를 요구했다.

당시 한 장애인단체는 “현재 불법점유와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전장연 측 주장과 이룸센터는 전혀 연관도 없고, 이룸센터 앞에서 농성을 지속하는 것도 어떤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즉각적인 퇴거를 요청하고, 불응 시 행정집행 등을 통해 강제퇴거가 절실한 사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단체도 “장애인 인권과 권리증진을 위한 농성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장애인과 일반시민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것은 물론, 시민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기만 할 뿐”이라며 “이룸센터와 전혀 관련 없는 단체가 불법점유를 하면서 입주단체에 불편과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입주단체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했다.

전장연과 연대 또는 관망을 주장하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A 단체는 “이룸센터 광장 앞을 지나 다니시는 시민들의 보행권도 중요하지만, 소수자인 장애인들의 권리확보는 생존권에 해당해 시급성이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어떤 의견을 내기보다 이룸센터 앞 농성장이 불법점유인지 판단은 경찰에서 하도록 하고 저희 입주단체는 연대나 관망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후 장총련은 같은 해 11월 이 의견들을 관할 영등포경찰서에 냈다.

두 단체간 대치국면으로 장애계 전반에 우려 목소리가 크다. 불법 장기농성이 장애계 편가르기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지금 상황을 정면충돌 위험에 노출된 일촉즉발 위기로 보고 있다. 또, 수위가 높아가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도 조속한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전장연은 현재 장애인들이 지하철까지 갈 인도조차 조성 안된 상황에서 무턱대고 지하철 승강기 설치와 탈시설을 요구하는 등 장애인 당사자의 현실적 수요를 제대로 파악도 못해 장애인 대변자로써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 했다. 이어 “시민들 불만을 사회적 약자 지위를 이용해 혐오 프레임을 씌워 진영논리로 갈라치는 것은 매우 비열한 정치적 행태로서 장애인 대부분이 분노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에 전장연 관계자는 “21년 동안 아무리 외치고 기다려도 기본적인 장애인의 시민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비장애인만의 문명사회는 장애인에겐 비문명 사회일 뿐”라며 “죽을지언정 장애인 권리는 결코 잊히지 않게 하겠다”라고 맞섰다.

한편, 전장연은 이날 오전 7시께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2호선 시청역·5호선 광화문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 한국교통장애인협회도 같은 날 오전 11시 국회의사당역 4번 출구 앞에서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중단 촉구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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