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부실급식 장애인 일자리 ‘된서리’
軍 부실급식 장애인 일자리 ‘된서리’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4.26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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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납품물량 30% 경쟁입찰 전환
장애인 종사자 900여 명…90억 피해 추산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군 장병 부실급식이 장애인 고용시장으로 불똥이 튀었다. 관계당국이 피복, 식자재 등 조달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다. 장애인복지단체 등의 피복류 납품물량 30%를 경쟁입찰로 돌렸다. 일감이 줄어들자 장애인 일자리와 복지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2025년 전량 경쟁조달로 바뀌면 피해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그러자 당장 부실급식 해결에만 급급한 땜질처방이란 지적이 나온다. 반면, 정부는 가산점 혜택 등 사후약방문식 지원카드만 만지작거린다.

26일 국방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 및 한국장애인중심기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방부는 중증장애인 생산시설 중 장애인복지단체의 올해 수의계약 납품 피복류 물량을 30% 줄였다. 당초 전량 수의계약에서 공개 경쟁입찰로 전환했다.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량 경쟁조달로 바뀌게 된다.

지난해 10월 장병 부실급식 문제 해결 방안의 후속조치다. 당시 국방부는 전자조달시스템 도입 방침을 정하고 장애인복지단체 등과의 수의계약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없애겠다고 밝혔다. 중증장애인고용기업, 상이군경회 등 장애인복지단체가 대상이다.여태껏 이들에겐 식자재, 피복류 등을 수의계약으로 배정해 왔다.

이날 기준 피복류 군납업체는 전국에 모두 22곳이 있다. 이 중 14곳이 방위사업청과 수의계약을 맺고 물건을 공급한다. 주로, 운동복, 방한내피 등을 생산한다. 모두 중증장애인 생산시설, 상이군경회 등 장애인보훈복지단체다. 전체 종사자는 1천250여명이며, 중증장애인이 70%(900여명) 정도다.

하지만, 바뀐 조달방식으로 업체별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들 장애인 기업으로선 일감이 1년새 평균 30%씩 줄어든 셈이다. 결국  근로시간을 쪼개 직원해고 사태는 틀어막고 있는 실정이다. 연 매출 피해규모도 90억여 원으로 추산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군 납품 피복 생산업체 대표 A씨는 “이달 중순 느닷없이 30% 경쟁입찰 전환을 통보해 올해 납품 물량이 절반 가량 크게 줄었다”며 “그렇다고 해서 70%나 되는 장애인들을 공장에서 내쫓을 수 도 없고 해서 8시간씩 일하던 것을 현재 6시간으로 줄여 운영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0년 가까이 군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납품하면서 장애인 자립기반 제공에 조금이나마 해 오던 역할이 물거품이 될 판인데, 정작 국방부, 보훈처, 복지부는 모두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라고 짚었다.

군 부대에 케이크 등을 납품하는 제빵업체 대표 B씨도 “2025년까지 모두 경쟁입찰로 되면 장애인 생산품이 납품될 기회는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수 년 전 만든 공공기관 등에 중증장애인 생산품을 우선구매토록 한 특별법도 이제 무용지물이 될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은 국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게 연간 총 구매액 중 1% 이상을 중증장애인이 생산하는 제품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사후 지원을 다각적으로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법에서 정한 중증장애인 생산품 의무구매 비율보다 훨씬 더 많은 물량을 매년 장애인단체 등으로부터 사들이고 있다”라며 “군납 조달체계 개편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장애인단체 등에 대해선 가산점 제공 같은 방식의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 2020년 전체 구매액 1천996억3천526만여원 중 20억1천315만여원(1.01%) 어치 중증장애인 생산품을 사들였다. 전년보다 0.05% 줄어든 수치다. 2019년엔 1천660억8천860만여원 중 17억6천269만여원(1.06%) 어치를 구입했다. 관련법의 중증장애인 우선구매 기준 1% 언저리다. 정부 부처 및 기관 평균치인 1.2%를 밑돌고 있다. 법제처가 2.84%로 가장 높았으며, 외교부 2.55%, 고용노동부 2.29%, 국세청 2.19% 등의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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