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목재문화 및 생태체험, 산림치유 등 일찍부터 휴양림 산업 선도
장애인 등 이동약자 불편시설 너무 많아, 무늬만 열린 관광지?
휠체어 명소 탐방기
전남 장흥군은 장흥이라는 명칭 앞에 정남진이라는 브랜드를 덧붙여서 고장을 알리고 있다. 정남진(正南津)은 서울의 광화문에서 정 남쪽의 끝에 있는 바닷가라 해서 붙인 이름이다. 강릉의 정동진 마을이 서울의 중심부에서 일직선으로 동쪽 끝에 있어 관광지가 되었던 것에 착안한 것 같다.
며느리바위의 전설이 깃든 장흥 억불산 자락에 있는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예전부터 국민 힐링의 명소로 인기를 누려왔다. 이 우드랜드는 100만㎡의 대자연에 40년 넘은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빽빽한 숲을 이루어 사람에게 유익한 피톤치트와 음이온을 뿜어낸다.
장흥군이 자연환경을 활용한 “치유의 숲”을 조성하고 사람들에게 힐링 공간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도다. 요즘이야 산림청이나 지자체들이 국·공유림을 활용한 자연휴양림 사업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장흥군은 그러한 개념이 확립되기 전부터 휴양림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숲체험 관광산업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다.
이 편백숲 우드랜드는 목재문화체험관, 생태건축체험장, 숲 치유의 장, 산야초 단지, 말레길 등이 조성되어 있다. 목재문화체험관에는 전시와 체험공간, 교육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관에는 숲과 나무에 관한 내용을, 체험관에는 목재문화 전반에 관한 내용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또한 숲치유 체험장에는 편백나무 등 친환경 자재로 지은 통나무 주택, 황토주택, 한옥 등 생태주택과 편백소금집, 편백톱밥 찜질방, 편백톱밥 산책로 등이 있다. 아토피와 같은 환경성 질환의 치유 및 면역성 회복 등 휴양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여기에 읍내에서 불과 10분 거리인데다 4차선 2번 국도의 IC에서도 5분거리에 불과하여 다른 지역에서도 접근하기가 매우 좋다.
편백숲 우드랜드는 2017년도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웰니스 관광 25선에 선정된 바 있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에 '행복(happiness)'과 '건강(fitness)'을 합친 용어다. 웰니스 관광은 여행을 통해 정신적·사회적인 안정과 신체적인 건강의 조화를 이루는 관광이다.
또 2018년에는 이곳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린 관광지“로 지정했다. ”열린 관광지“는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동반 가족 등 이동약자의 관광지 내 불편해소와 무장애를 위한 시설개선 및 인식교육 등을 통해 누구에게나 평등한 보편적 관광복지를 추구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곳은 ”열린 관광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 등 이동약자에게는 장애물이 너무 많았다. 장흥군은 ”열린 관광지“로 지정만 받았을 뿐, 그 이후 시설개선 등 무장애 환경을 갖추는 데는 게을렀던 것 같다. 문광부의 심사과정도 궁금하다.
우드랜드의 메인시설은 숲속 곳곳에 지어진 통나무집이나 황토방 등 생태체험펜션(숙박시설)이 아닐까 싶다. 이곳에는 총 21동의 숙박시설이 있으며, 4인용부터 25인용까지 규모도 다양하다.
그러나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 시설은 ”기둥목구조“로 불리는 8인실 단 하나 뿐이다. 그나마 그 시설이 장애인 전용으로 관리되는 것은 아니어서 아무나 먼저 예약을 해버리면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시설은 없어진다. 인기가 높은 이 우드랜드는 일반객실을 예약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이 객실을 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열린 관광지“라고 하지만 핵심시설부터 열려있지 않다.
장애인 전용실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가급적 모든 시설에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편리한 시설이 비장애인에겐 더욱 편리한 법이다.
산지에 조성된 시설이니만큼 가파른 언덕길 등 불가피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둘러본 결과는 불가피한 환경보다는 이동약자도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부족에 기인한 경우가 많았다.
주차가 가능한 마당에서 건물의 실내로 진입하는 데는 계단 하나 또는 몇 개의 단차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한 환경이었다. 일부의 경우에는 다소의 고도차가 있더라도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진 편집자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측면경사를 이용하여 진입통로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숲속에 있는 강의실 등 공동시설도 지형구조상 무장애 진입로 설치가 가능함에도 계단과 한 뼘도 안 되는 단차가 휠체어 출입을 가로막는다.
우드랜드 숲속에는 원두막, 산책로, 긴의자, 놀이시설 등 휴게공간이 많다. 그러나 이 역시도 대부분 휠체어 진입은 불가능했다. 이동약자의 숲속체험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숲은 바라보기만 하고 주탐방로만 뱅뱅돌다 나가야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일행이 되어 방문하는 경우라면 장애인은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
억불산 정상쪽으로 나무테크가 이어진 말레길 처럼 무장애 산책로가 있기는 하지만 우드랜드 전체를 열린 관광지라고 생색내기에는 비중이 너무 작다.
지형의 고도차 등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장애인이라 해서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작은 노력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음에도 방치된 결과로 남들과 똑같은 이용이 불가능하다면 장애인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이는 법령에서 금지하는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장애인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설치 등 제반 조치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열린 관광지”가 생색 위주의 구호에 그치고 실효성을 갖지 못하면 장애인에게 오히려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열린 관광지로 선정되면 관광약자 불편시설의 지속적 개선 및 종사직원 교육 등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훌륭한 대자연과 귀중한 생태숲을 활용한 웰니스 관광시설이 누구에게나 차별없이 평등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장흥군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