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정읍 소 축사 장애인 노예(?)
이번엔 정읍 소 축사 장애인 노예(?)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4.28 0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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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일하고 통장엔 9만2천원 남아
장애인연금 등 정부수급비 9천만원 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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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전북 정읍에서 장애인 노동 착취 사건이 또 나왔다. 수십년 째 축사에서 온갖 일만시키고 월급은 떼먹는 식이다. 특히, 장애인 연금 등 1억여 원까지 가로챈 정황도 포착됐다. 2014년 전국민의 공분을 산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의 판박이다.

27일 전북 정읍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에 따르면, 40대 중증장애인 A씨는 1992년 5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익산의 소 축사에서 비료 주기, 청소 등의 일을 했다. 그는 변변한 주거 공간도 없어 축사 옆 컨테이너에서 식사와 잠을 해결해야 했다.

또, 소 50여 마리를 돌보는 일을 도맡아 했지만 제대로 된 월급도 받지 못했다. 30년간 일하고 통장에 남은 돈은 9만2천원이 전부였다. 자신 명의로 나온 정부 수급비도 축사 주인에게 떼였다. A씨에겐 매달 장애인연금, 주택보조금, 기초생활수급비 등 90여만 원이 나왔다. 하지만, 축사 주인인 B씨가 통장에서 몰래 빼 썼다. 이런 식으로 가로챈 금액이 총 9천100여만원으로 추산된다.  

애초 A씨의 장애인 등록도 B씨가 꼬드겨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정부 수급자 등록을 적극 도와 연금과 수당을 가로챈 혐의다. 

이 사실은 최근 A씨 가족이 그를 만나러 축사로 갔다가 알게 됐다. A씨는 축사에서 일하기 전엔 익산 모처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왔다. 그러다 축사 일을 도맡으면서 가족과 떨어져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태껏 가족과 만남도 3~4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떠들썩했던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을 빼다 박았다. 당시 신안 신의도 염전에서 장애인들을 유괴해 강제노동을 시켜온 일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 지적장애인 채모(48)씨는 더 나은 일자리가 있다는 직업소개소 꼬임에 넘어가 5년 2개월 동안 하루 5시간도 못 자고 소금 생산 등 에 동원돼 노예처럼 일했다. 시각장애인 김모(40)씨도 먹여주고 재워주는 일자리를 구해준다는 직업소개소 말에 속아 같은 곳에서 1년 6개월 동안 강제로 일했다.

앞선 과정에서 B씨가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센터 관계자는 “가족들이 항의하자 축사 주인은 곧바로 5천만∼6천만원의 합의금을 제시했다”며 “A씨 가족들을 도와 경찰과 고용노동부 고발 등 모든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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