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 6.25 전쟁의 참상… 통일 염원 담은 안보 관광단지
임진각, 6.25 전쟁의 참상… 통일 염원 담은 안보 관광단지
  • 양우일 객원기자
  • 승인 2022.05.0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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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랜드, 평화누리공원, 민통선 등 3구역으로 조성
평화누리공원 산책… 이동약자도 편히 이용할 수 있어

[소셜포커스 양우일 객원기자] = 4월 하순인데 여름처럼 덥다. 세상은 온통 초록색으로 물들고 있다. 초록은 하나뿐인데 눈으로 보는 초록은 스펙트럼을 펼쳐 놓은 듯 했다. 라임 색, 옥색, 풀색, 국방색, 청록색, 에메랄드 색, 쑥색, 황록색, 멜론색 등 초록의 축제다. 온통 연하고 짙은 초록색이 어우러져 세상을 덮고 있다. 초록의 다양함이 살아 내뿜는 봄의 아름다움이 퍼지는 향연처럼 경이롭다.

경이로운 봄 풍경이 펼쳐진 민통선내 산책로 ⓒ소셜포커스
경이로운 봄 풍경이 펼쳐진 민통선내 산책로 ⓒ소셜포커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다. 휴전선을 중심으로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다. 이제 살아있는 이산가족 1세대는 주변에서 찾기 쉽지 않다. 그들이 없어짐으로 가슴 저리고 통렬한 이산의 아픔도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분단과 이산(離散)의 아픔은 기록으로만 남겨질 날이 멀지 않은듯하다. 통일에 대한 염원이나 강한 의지도 과거처럼 강렬하지 않다. 낡은 이념과 정치적인 이해타산으로 통일을 바라볼 뿐이다.

임진각 전경 안내도
임진각 전경 안내도

임진각은 경기도 파주에 있다. 우리나라 이산가족의 아픔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임진각 관광단지는 크게 3구역으로 나뉜다. 전쟁과 관련된 시설물을 모아놓은 평화랜드, 너른 잔디와 바람개비가 있는 평화누리공원, 곤돌라를 타고 임진강을 건너는 민통선 내 구역이다.

임진강을 건너 민통선을 오가는 곤도라 ⓒ소셜포커스
임진강을 건너 민통선을 오가는 곤도라 ⓒ소셜포커스

임진각 곤돌라는 평화랜드와 평화누리공원 중간쯤에 있다. 곤돌라는 민통선을 통과하기 때문에 출입자 인적사항을 적어 내야 한다. 이동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는다. 거리는 엄청나게 짧은데 이용요금은 성인 11,000원으로 매우 비싸다. 민통선을 통과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주머니가 편해진다. 민통선 구역에 붉은 경고표지에 지뢰, 미사일금지구역 팻말이 꽂혀 있다. 사진 몇 장 찍으니 벌써 강 건너 북쪽 승강장에 도착했다.

잠시 앉아 쉬면서 북쪽 바람을 맞았던 평화정 ⓒ소셜포커스
잠시 앉아 쉬면서 북쪽 바람을 맞았던 평화정 ⓒ소셜포커스

승강장에서 내려 출구로 나가면 좌측은 임진강이 보이는 평화정, 우측으로는 캠프 그리브스가 있다. 좌측 언덕길로 500여 미터 오르막을 산책하듯이 걸었다. 4월에 찾아온 무더위는 속옷을 다 적셨다. 임진강을 배경으로 평화등대, 남북정상회담을 했던 도보다리가 재현되어 있다. 평화정에 잠시 앉아 땀을 식혔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봄바람은 시원했다. 왔던 길을 다시 내려와 갈림길에 우측 언덕길로 향했다.

캠프 그리브스 전시장에서 관람중인 관광객들 ⓒ소셜포커스
캠프 그리브스 전시장에서 관람중인 관광객들 ⓒ소셜포커스

캠프 그리브스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미군기지 중 한 곳이다. 1953년 조성하여 미 육군 2사단 506연대가 2004년 8월 철수할 때까지 50여 년간 주둔했던 곳이다. 2007년 우리나라로 반환됐다. 미군이 머물렀던 흔적이 그대도 남아 있어 리모델링한 후 전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6.25전쟁 참상을 사진으로 전시하고 있다. 다양한 사진 속에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고통과 삶의 질곡을 느낄 수 있었다.

폭격으로 폐허가된 우크라니아 도시(출처 구글이미지)
폭격으로 폐허가된 우크라니아 도시(출처 구글이미지)

러시아 침략으로 고통 받고 살려고 절규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오버랩 됐다. 당시 자위력이 없었던 우리나라와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우크라이나의 역사는 한국의 역사와도 닮은꼴이었다. 우크라이나는 2천여 년 동안 피지배 민족으로 살다가 19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비로소 국가가 만들어졌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이 해체되면서 핵무기 보유 3위가 됐다.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로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러시아, 미국, 영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았다. 그렇지만 자위력이 갖추어지지 않는 국가의 안전보장은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큰 허구인가를 보여준다. 지금도 그치지 않는 전쟁으로 국민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참상을 겪으며 살아가야 하는가?

한국전쟁당시 폐허가 된 민가(출처 구글이미지)
한국전쟁당시 폐허가 된 민가(출처 구글이미지)

곤돌라를 타고 남쪽 승강장으로 다시 건너왔다. 썰물인 임진강은 진한 갯벌로 뒤덮여 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이런 갯벌과 같은 상황 속에서 삶을 견디고 있다고 생각하니 같은 사람으로서 마음이 저려 왔다.

평화랜드로 갔다. 경의선을 달렸던 녹슬고 부서진 증기기관차가 전쟁의 참상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다. 한국전쟁 포로가 돌아왔던 자유의 다리, 추석과 설날에는 북에 있는 조상께 배례하는 망배단을 바라보는 마음이 쓸쓸하다. 독개다리는 부서지고 망가진 상태로 복원됐다. 독개다리 교각의 총알 흔적들이 6.25전쟁 당시 참상을 말해 주는 듯 했다. 임진각 뒤로는 각종 전시기념관이 있다. 통일의 염원을 담은 임진강 철교가 도라산역으로 뻗어 있다.

한국전쟁 당시 총탄에 부서진 녹슨 증기기관차 ⓒ소셜포커스
한국전쟁 당시 총탄에 부서진 녹슨 증기기관차 ⓒ소셜포커스

여행지를 오면 재미있는 장면이 있다. 모든 조형물은 안내문에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누구나 한글을 읽을 줄 안다. 그런데 남자들 대부분은 부연 설명을 늘어놓는다. 공통적이랄까 함께하는 여성이나 가족은 듣는 둥 마는 둥 귓등으로 흘려보낸다. 그럼에도 어딜 가도 비슷한 장면을 볼 수 있다. 평화랜드에서도 이런 장면을 보았다.

가족나들이를 즐기는 평화누리공원 ⓒ소셜포커스
가족나들이를 즐기는 평화누리공원 ⓒ소셜포커스

평화누리공원으로 향했다. 낮은 언덕에 연한 녹색으로 덮인 잔디광장이다. 그 사이로 산책로를 조성해 놓았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몸으로 마주한다. 바람개비들이 신나게 돌고 있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조형물은 북을 향해 평화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초록 내음을 맡으며 평화누리공원 산책로를 천천히 걸었다. 연인들은 손을 잡고 걷기도 하고, 자리를 깔고 앉아서 담소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아빠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꽃이 터진다. 정말 평화로운 광경이다.

평화를 염원하는 바람개비가 돌고 있다.  ⓒ소셜포커스
평화를 염원하는 바람개비가 돌고 있다.  ⓒ소셜포커스

6.25전쟁 참상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되새길 수 있는 곳이다. 통일 염원의 뜻이 모여 있는 곳이자 세계평화를 꿈꾸는 장소가 바로 임진각이다. 이곳에서, 북한을 사주하여 남침 전쟁을 일으킨 옛 소련을 상기해본다. 현재의 러시아 역시 영토 확장 야욕으로 우크라이나에 침략전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마치 평화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듯 폭압적 현상이다. 러시아의 전쟁도발을 규탄하며 안보 관광 나들이를 하는 것도 괜찮은 일정일 듯하다.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을 믿지 말고, 중국에 떼쓰지 말고, 일본은 일어난다. 조선사람 조심해라.” 1945년 해방 후 한반도의 민중들 사이에 회자되던 말이다.

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이지만 이 충고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면서 우리의 처지를 대변하며 경계(警戒)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과 북을 가르는 휴전선
남과 북을 가르는 휴전선
썰물로 진한 갯벌이 드러난 임진강 풍경  ⓒ소셜포커스
썰물로 진한 갯벌이 드러난 임진강 풍경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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