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목표는 ‘문경시장애인근로사업장’ 건립
마지막 목표는 ‘문경시장애인근로사업장’ 건립
  • 강신미 기자
  • 승인 2022.05.03 12: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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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장애인종합복지관 박종훈 관장
‘제42회 장애인의 날’기념식에서 국민포장 수상
2013년부터 관장 재직하며 장애인복지발전 앞장
문경시장애인종합복지관 박종훈 관장
문경시장애인종합복지관 박종훈 관장

Q. 관장님! 안녕하세요. 먼저 「제42회 장애인의 날 기념」 국민포장을 수상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감사하고 영광스럽기도하지만 한편으로는 쑥스러운 마음이 큽니다. 막상 상을 받고 나니, 기쁜 마음보다는 제 자신의 부족함이 먼저 머리를 스쳤습니다. 더 겸손하고, 더 열심히 고민하며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대학시절 동아리 ‘푸른샘’의 회원, 30여 년 동안 함께 성장한 지체장애인협회의 동지, 그리고 복지관의 이용고객과 직원 여러분의 협조와 성원, 격려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장애인 운동한다고 집안일은 뒷전이던 남편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 준 아내와 항상 자랑스러운 아버지라 여기며 잘 자라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Q. 장애인 당사자로 장애인 복지현장에서 살아온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2살이 되던 해에 소아마비로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경증 정도의 장애였기에 살아오면서 크게 물리적인 애로는 없었으나 장애를 가졌다는 열등감과 심리적 위축감은 부인할 수 없었죠. 그런 인식은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을 통해 내가 가진 장애가 장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내 삶에 있어서 생각의 문제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내가 변하고 보니 과거의 나처럼 장애로 인해 고립되고, 괴로워하며 힘들어하는 이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때마다 나의 노력으로 소수의 장애인들이라도 사회적 편견과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힘들고 괴로운 삶을 살지 않을 수 있다면 참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장애인 당사자로 장애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장애인복지를 위해 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1992년도부터 고향 지역의 장애를 가진 청년들을 모아 지장협 문경시지회의 개혁과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장애인복지라는 개념에 낯설어하던 지방 소도시에서 목소리를 내기란 결코 쉽지 않더군요. 그럼에도 사명이라 여겼기에 함께하는 동지들과 함께 쉼없이 달렸습니다. 그렇게 지장협 문경시지회의 노력으로 1998년에 문경시장애인종합복지관을 유치하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지방 소도시 지회로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복지관 운영수탁까지 이뤄내 지금까지 최우수복지관 평가를 받으며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저는 2013년부터는 직접 복지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장으로서 지역 장애인을 위한 복지뿐만 아니라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중입니다.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시민 모두의 공간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라는 것입니다. 낡고 노후한 복지관 건물을 증축하고 리모델링 하는데 애를 썼던 이유도 문경시민 누구나 편하게 이용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일상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장애인인식개선의 기초가 아닐까요?

문경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보고 다가올 20년을 바라보며 더 나은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그리고 최고의 복지관이 되기 위해 오늘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9년 리모델링 및 증축을 마친 문경시장애인종합복지관 전경
2019년 증축 및 리모델링을 마친 문경시장애인종합복지관 전경 ⓒ소셜포커스

Q. 관장님의 삶에 영향을 끼친 신념이나 사건이 있다면요? 혹은 장애인 복지 실천가로 일하며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가치관이 있는지요?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입니다.

1979년 대학 1학년 때 대구·경북 장애인대학생들이 활동하는 동아리(푸른샘)에 가입해서 활동을 했습니다. 이 시기는 장애인 복지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시절이었죠. 고교시절까지 나에게 장애란 열등의식과 패배의식을 조장하는 요소로만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고민하면서 장애의 불편함을 인정하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나를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동등한 입장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죠.

그러자 세상이 다르게 보이더군요. 그런 의식이 다른 장애인과 소통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장애인을 위한 삶에 저를 던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 뜻과 함께 할 동료를 모으고, 생각을 모으니 장애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둘씩 생겨났죠. 그리고 함께 모은 생각들은 항상 현실이 되었습니다.

단, 그 생각이 선한 목표라는 전제하에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 좌우명은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입니다.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또 쉽게 행하지 못하는 말이기도 한 이 옛말이 제게는 희망이었고, 삶이었으며, 꿈을 이루게해준 말이었습니다.

Q 장애인복지를 실천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말해 ‘자존감의 회복’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다운 삶의 구현’입니다.

장애인은 때때로 열등한 존재, 받기만 하는 수혜의 대상, 비생산적인 구성원으로 인식될 때가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약자로서 인식되기도 합니다. 부정할 수 없는 면이 없진 않지만 동의하고 싶지 않은 내용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가 바로 사회복지가 가지는 목적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사회복지는 필요나 욕구의 보완을 넘어선 인간 본연의 가치를 보장하고 보장받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Q. 코로나19를 겪으며 복지관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은 걸로 알고 있는데 장애인복지관을 운영하며 애로사항이나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있나요?

코로나19가 발생되고 2년여 동안 타 복지시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우리 복지관 또한 초기에는 전면 휴관을 하기도 하고, 일부만 개관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매일 복지관을 이용하던 200여명의 고객들이 장기간 복지관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이용에 제한이 있어 신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서적인 건강까지 걱정이 되었죠.

우리 복지관에서는 안부전화, 생필품지원, 비대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노력은 했지만, 전면휴관 기간 동안 몇몇 이용객분들이 돌아가시는 안타까움도 겪었습니다. 또한 장애인활동지원, 주간보호 등과 같은 사회적 돌봄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보호자의 돌봄 부담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의 일상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혹하게 느껴졌죠.

그래서 우리 복지관은 복지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코로나 관련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한편, 항상 지자체와 긴밀한 협의 하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복지관 문호를 개방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현재는 모든 이용객 분들이 건강하게 복지관을 이용하면서 코로나19 이전의 활기찬 복지관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용객들로 북적이는 복지관을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행복해지는 요즘입니다.

Q 장애인 당사자로 지도자의 길을 걷고 계신데, 장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에게는 두 개의 장벽이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사회로부터 시작되는 차별적 장벽, 다음으로 장애인 스스로가 쌓은 장벽이 그것입니다. 이상적 복지는 그 두 장벽이 동시에 허물어지는 것이면 가장 좋겠죠. 이를 위해서는 사회가 바뀌고, 비장애인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구조적 문제점들이 해결되는 등 많은 노력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는 장애인 당사자로서 우리 스스로가 만든 장벽을 허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피해의식, 열등감, 패배주의적 사고 등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세상과 동행하는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열정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한계나 어려움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에 굴복한다면 세상이 우리의 바람을 이루어 줄 수 있을까요?

세상을 내 손에 움켜쥐면 겨우 한 줌이지만, 그 손을 펴면 세상이 내 손 위에 있다는 넉넉한 여유로움을 가지고 삶을 대하는 용기가 장애인들에게 넘쳤으면 합니다. 우리 장애인이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가치를 가지고 사람답게 처신하고 인정받는 삶, 동등하게 여겨지고 차이가 인식되지 않는 삶을 살길 바란다면 우리가 먼저 ‘자존감 회복’을 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귀하고 가치 있게 여기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장애인이 먼저 갖추어야 할 덕목이고, 장애를 장애로 인식하지 않고 개인의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요소입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어떠한 처지에 있더라도 우리는 사람다운 삶을 살며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Q. 장애인복지관장으로서 남은 임기동안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요?

저는 제 일생의 대부분을 고향인 문경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문경의 장애인을 대변하기 위한 단체를 조직, 운영하면서 나아가 장애인복지관 유치 및 건립을 위해 일선에 섰고, 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장애인 체육관 건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현 문경시장애인종합복지관 증축 및 리모델링 공사를 완료 했습니다.

이제 이 자리를 떠나기까지 3년 남짓한 시간동안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문경시 장애인 근로사업장’의 건립입니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복지는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에 따라 스스로의 근로를 통한 자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장애인은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소비적 주체보다는 생산적 주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할 수 있는 권리와 사회적 환경 조성이 간절합니다. 장애인 취업을 통한 자립에 있어서 현재의 제조업 중심의 구조와 아울러 문화, 예술, 스포츠, 또는 사회기여형 일자리의 개발과 도입이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방 소도시의 현실에서는 아직 많은 한계가 느껴지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도 지자체가 주축이 되는 사업장을 10여년간 지역사회에 제안해 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업장 스스로 자립을 목표로 운영되어야 하나 그렇지 못할 경우 혹은 사업의 확장을 필요로 할 경우 일반 사회복지법인의 경우보다는 지자체가 더 나은 최소한의 지지기반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은 ‘근로사업장 건립의 어려움’ 보다는 ‘무엇을 할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물리적 시설의 건립은 오히려 더 적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이 고용되고 작업하는 사업장은 사실상 경증장애인 보다는 발달장애인이나 중증장애인이 주 근로자가 되는 노동집약적이고 근로의 안전이 보장되는 환경이어야 합니다.

이 시대는 자동화를 넘어 AI(Artificial Intelligence)의 시대입니다. 이는 장애인이 편리해 질 수 있으나 발달장애인이나 중증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들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만간에 우선복지, 경영, 기술전문가로 구성된 TF(Task Force)를 통해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발전 가능한 업종을 선택하여 지자체에 장애인 근로사업장에 관한 제안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꼭 건립이 실현되어 지역 장애인의 자립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종훈관장의 포장 수상을 축하해주는 고윤환 문경시장 ⓒ소셜포커스
박종훈관장의 국민포장 수상을 축하해주는 고윤환 문경시장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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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 2022-05-09 15:08:27
박종훈 관장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관장님의 바램이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