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공분케 한 어느 공공버스 기사
장애인들 공분케 한 어느 공공버스 기사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05.06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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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퇴근길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 4일 오후 6시 50분쯤에 일어난 일이다. 수원시 파장동 국세청삼거리 버스정류장에서 저상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직장 근처에서는 일반 버스가 5대 이상은 지나가야 겨우 저상버스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휠체어 장애인은 어디를 가나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진다.

저상버스가 도착해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 의사를 밝히면 기사는 버스를 승강대에 바짝 붙이고 휠체어 승차가 가능하도록 출입문에 장착된 슬라이드를 펼쳐서 승강대에 수평으로 걸쳐놓는다. 그러면 휠체어는 그 슬라이드를 통해서 버스로 건너간다.

슬라이드는 운전석에서 자동으로 펼쳐주는 경우도 있지만 수동식은 기사가 내려와서 펼쳐줘야 한다.

보통 이런 과정을 거치면 1~2분이 지연될 수 있다. 그래서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탈 때는 다른 승객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괜히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버린다.

대다수 기사들은 당연한 직무로 받아들이고 친절하게 도와준다. 그러나 어떤 기사들은 휠체어를 발견하는 순간부터 인상을 찡그리거나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일반버스를 몇 대 보내고 몇십 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저상버스를 만났다. 그러나 정차하고 있는 동안 손짓으로 아무리 탑승 의사를 밝혀도 버스 기사는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가버렸다.

“설마 고의는 아니겠지.”

다시 몇십 분을 기다린 끝에 이번에는 7770번 2층버스가 도착했다. 7770번 버스는 수원역에서 사당역까지 운행하는 광역버스다. 경진여객이라는 회사에서 31대를 운영하는데 이중 4대가 2층버스다. 2층으로 제작된 차량의 1층은 저상 구조다. 나머지 27대는 저상버스가 아니다.

이 4대의 2층버스는 경기도가 2017년도에 경기도민의 출퇴근시 좌석난을 해소하고 교통약자의 광역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버스다. 수원시장과 수원지역 국회의원, 도의원들도 시승행사에 참석했을 정도로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들어 탑승의사를 밝혔고 탑승신호가 기사에게 전달이 되었다.

기사는 반갑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버스를 승강대 가까이 붙였다.

그 차의 휠체어 탑승용 슬라이드는 수동식이라서 당연히 기사 내려서 펼쳐줘야 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 기사는 필자가 타는지 안 타는지 백미러로 바라보고만 있을 뿐 슬라이드 펼쳐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승강대와 버스 출입문 사이는 20cm 이상의 깊이와 30cm 이상의 거리가 있어서 전동휠체어가 진행할수 없는 구조이고 조금만 진행해도 길바닦으로 추락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사는 계속 그대로였다. 옆에서 다른 차를 대기하고 있던 사람이 보다못해 기사에게 조치를 해쳐줘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어디 한번 타볼테면 타봐라” 하는 식이었다.

기사는 휠체어가 1m 이상을 날아가거나 점프를 하지 않는 한 탈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또한 자기가 슬라이드를 펼쳐주지 않으면 탈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한참을 그대로 바라보고만 있다가 슬그머니 문을 닫고 떠나버렸다.

주변에서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들렸다.

“그 기사 참 나쁜 사람이네.”

차라리 그 기사가 다른 어떤 기사처럼 휠체어 고객을 보고도 못 본체 그냥 떠나버렸더라도 이렇게 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승차거부로 볼 정도의 단순한 사안이 아니라 인권유린의 문제로 생각된다. 장애인 희롱을 넘어 만행의 수준이 아닐까?

내 페이스북에 이런 사실을 공개하자 여러 장애인 등 많은 사람들의 분노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 버스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버스회사에서도 종사 직원들에 대한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하겠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국에서도 버스회사에 대하여 공공버스에 걸맞는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7770번 버스도 경기도의 공공버스다. 경기도의 로고와 공공버스라는 표식을 달고 다닌다. 당연히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해당 버스회사에 보조금으로 지급된다. 2층버스 1대 구입에는 약 8억원이 소요되며, 이중 6억원 정도를 국비와 도비 예산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광역버스 7770번.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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