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개발원장 총리급 대우(?)
장애인개발원장 총리급 대우(?)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5.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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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민 기자

공공기관장의 도덕적 해이는 우리 사회 단골 메뉴다. 조직을 좀 먹는 고약한 습성으로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특히, 개인 쌈짓돈으로 전락한 업무추진비가 대표적이다. 상세 집행내역이 베일에 가려져 더 과감해질 때도 있다. 들통나지 않을 것을 맹신하는 일종의 확신범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기관장의 도덕불감증은 증폭하기 십상이다.

최근 한국장애인개발원도 기관장 업추비로 논란이 있었다. 국내 공공기관장 평균치보다 2배 이상 더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유관기관 경조사에 수 백만원씩 지출했다. 연봉도 국무총리와 거의 맞먹는 수준으로 챙겨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장은 지난해 업무추진비로 모두 2천867만원을 사용했다. 2018년 취임 당시(2천422만원)보다 18% 늘었다. 국내 공공기관 평균치와 비교하면 2.3배 많다. 지난해 366곳의 기관장 업무추진비는 평균 1천202만원이다. 이 중 263만7천500원은 유관기관 경조사비로 지출했다. 나머지는 유관기관 업무협의(1천449만1천300원)와 직원격려(1천154만7천740원)에 썼다.

각 항목별 세부 집행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용처, 건수, 집행액만을 공시했다. 월별 간담회 또는 경조사비 몇 건에 지출액 얼마 식이다. 간담회 대상, 취지, 집행방식, 경조사비 지급대상(소속 및 성명) 등은 빠졌다. 

정부의 업무추진비 집행지침과는 딴 판이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서 기관장 업무추진비의 집행목적, 일시, 장소, 집행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해 용도를 명확히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받아간 연봉도 국무총리와 비슷한 규모다. 전년 대비 4.6% 오른 1억7천668만원이 지급됐다. 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해 1억8천468만원을 받았다. 부총리와 장·차관과 비교해도 크게 웃돈다.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유은혜 전 교육부총리,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1억3천972만원씩 지급받았다. 각 부처 장관(급)은 1억3천580만원, 차관(급)은 1억3천189만원씩 받았다.

개발원 원장 업추비와 연봉 모두 의아스럽기만 하다. 공공기관장 평균치를 훌쩍 넘는데다, 총리급 연봉이라니…. 직무에 걸맞는 규모로 보기엔 의문만 켜켜이 쌓일 뿐이다. 구체적인 집행내역도 내놓지 못하겠다며 어깃장까지 놨다. 그래도 명색이 매년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공공기관 아닌가? 제발 혈세가 개인 쌈짓돈으로 둔갑되는 게 기우이길 바란다.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공정하고 투명한 재정운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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