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반쪽짜리 만든 국회
차별금지법 반쪽짜리 만든 국회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5.25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가 진술인 놓고 여야 지리한 공방전
전체회의 공청회 약속 뭉개고 졸속 개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 차별금지법(평등에 관한 법률) 제정 관련 공청회가 25일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공청회가 25일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15년 만의 차별금지법 국회 논의가 변죽만 울리다 끝났다. 거대 양당의 지리한 신경전 끝에 반쪽짜리 공청회로 전락했다. 국민의힘은 참가 진술인 구성에 이견을 보이며 일제히 불참했다. 또, 민주당은 전체회의가 아닌 소위 차원의 공청회로 축소시켰다. 결국, 진술인 모두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일각에선 각자 입맛에 따라 법안 심사를 정하는 독선을 지적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는 25일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2007년 첫 발의 후 15년 만에 국회 논의 첫 걸음을 뗐다. 그간 모두 11차례 발의됐지만 논의도 없이 공전과 폐기를 반복했다. 21대 국회 들어 다시 소관 상임위에 상정했지만 여태껏 계류 중이다. 거대 양당 입장 차로 좀처럼 법 제정에 진척이 없다. 차별금지법은 차별 피해에 적절한 구제수단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게 골자다. 성별 등을 이유로 고용이나 교육 기회 등에서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공청회도 더불어민주당 추천 인사들로만 진행됐다. 김종훈 대한성공회 신부,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진술인으로 참여했다. 모두 차별금지법 찬성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날도 적극적인 지지 의사 속에 관련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종훈 신부는 “그리스도인들도 차별금지법을 적극 지지한다. 종교인들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것은 일부 의견이 과잉대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혜인  변호사도 “차별금지법에 형사처벌 조항이 없고,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거나 규제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홍성수 교수는 공청회에서 “차별금지법은 평화와 안전,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와 달리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여론이 60%까지 올라오는 등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확보됐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법사위 간사 박주민 의원을 비롯해 김남국·김영배·이수진·최기상 등 법안심사 1소위 의원 4명과 같은 당 이상민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참석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합의 안된 공청회라며 진술인을 추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박형수·유상범·전주혜 등 법안심사1소위 의원 3명 모두 불참했다.

당초 양 당이 약속한 전체회의 공청회도 스스로 뭉갠 셈이다. 지난달 26일 양당은 전체회의에서 관련 공청회 계획서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한 달 뒤 슬그머니 소위 차원의 반쪽짜리 졸속 공청회로 대신했다.

당장 법안 심사가 정치적 이해로 얼룩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략적 판단으로 법안을 골라 심사하는 오만과 독선에 대한 지적이다. 한 시민활동가는 “각 정당 또는 의원 입맛에 따라 법안 심의 여부를 제멋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시민 전체를 모욕하는 행위”라며 “정파적 이해를 고려해도 정치권의 편향된 의견수렴과 왜곡된 논의 과정은 유권자에겐 치욕적인 일”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도 “찬성하는 법안만 심의하고 반대하는 법안은 심의하지 않겠다는 독선적이고 불성실한 태도”라며 “설령 반대하더라도 국회 의사일정 안에서 하는 것이 정당과 의원의 도리”라고 짚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