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원망 않고 그림으로 사람들 위로”
“장애 원망 않고 그림으로 사람들 위로”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5.26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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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작가, 캐리커처 4천여 편 작품활동
화제 드라마 tvN ‘우리들의 블루스’ 출연도
정은혜 캐리커처 작가. ⓒ유튜브 채널 ‘니얼굴 은혜씨’ 화면 갈무리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발달장애 정은혜 캐리커처 작가가 방송에 모습을 보였다. 요즘 세간의 화제인 tvN 주말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다.

지난 22일 해녀 영옥(한지민 분)의 쌍둥이 언니 영희로 나왔다. 실제처럼 극중에서도 차분하고 담담하게 발달장애 연기를 했다. 그는 장애인증을 목에 걸고 혼자 비행기에 타면서 처음 등장했다. 푸릉마을에선 생선 손질을 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유쾌하게 수다를 떤다. 

이날 회차에선 장애인 가족이 겪는 고충도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영옥은 과거 언니와 기억을 떠올리면서 무심코 한 마디 던졌다. “어릴 때 지하철에서 그 때 (언니를) 버렸어야 했나”라는 독백 대사다. 당시 영옥은 돈 벌러 간다며 영희를 한 장애인시설에 맡겼다. 헤어지면서 자주 보러 오겠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두 달에 한 번씩 찾아가던 게 반년으로 줄었다. 그러다 1년, 2년으로 발길은 갈수록 더 뜸해졌다.

다시 만난 언니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도 토로한다. 그는 극중에서 “영희가 특별한 건 맞다. 영희는 특별히 이상하고, 특별히 못났고, 특별히 나를 힘들게 만드니까. 그래도 죽을 때까지 영희 부양은 내가 해야 해”라고 한다. 남들처럼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꿈을 포기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자매 사이 애틋한 사랑과 현실적 부담이 교차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은혜 작가의 드라마 출연은 우연찮게 이뤄졌다. 당초 제작진은 자료조사를 위해 그를 처음 만났다. 그러다 서로 교감이 쌓이면서 그에게 출연을 제안했다. 대본도 가상이 아닌 그의 실제 모습을 살리는 쪽으로 썼다. 정 작가도 자신이 출연한 방송분을 가족과 함께 보며 드라마 전체 이야기에 빠져 펑펑 울었다는 게 제작진 설명이다.

그는 2005년 옴니버스 영화 ‘다섯 개의 시선’에서도 발달장애 연기를 했다. 박경희 감독의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편에서 은혜 역을 맡았다. 지난해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 우수작인 영화 ‘니얼굴’에선 주인공 역이었다. 그가 문호리 리버마켓 인기 셀러로 거듭나며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은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12회 광주여성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당초 그는 예쁜 얼굴을 안 예쁘게 그려주는 것으로 정평 나 있다. 그의 작품활동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제목도 ‘니얼굴 은혜씨’다. 구독자 5만8천여 명을 둔 인기채널이다. ‘예쁘게 그려 주세요’라고 부탁하면 ‘원래 예쁘신데요 뭘….’이라며 개성 있는 얼굴을 그려준다. 이들과 따뜻한 눈길을 포개며 자신만의 시선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이렇게 자신을 그려달라며 그의 앞에 선 사람도 4천 명을 넘었다. 선천성 장애를 자책하던 그가 이젠 그림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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