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정치 진입문 갈수록 좁아져
장애인 정치 진입문 갈수록 좁아져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6.04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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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당선자 8년새 반토막 이상 급감
“기득권 정치세력 철밥통 수호 혈안” 지적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7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모습.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장애인의 제도권 정치 진입 문이 좁아지고 있다. 최근 8년 새 지방선거 당선자 수가 반토막 났다. 반면, 장애인 할당제 등 입법은 퇴짜맞기 일쑤다. 번번이 다른 사회적약자와 형평성 문제로 무산됐다. 일각에선 기득권 세력의 정치독점 구조란 지적이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장애인 당선자는 모두 33명이다. 기초단체장 2명, 광역의원 12명, 기초의원 19명 등이다.

국민의힘 배광식 후보는 대구 북구청장 선거에서 12만1천281표(77.66%)를 얻어 3만4천882표(22.33%) 득표에 그친 무소속 구본항 후보를 누르고 3선에 성공했다. 또, 국민의힘 이승화 후보는 경남 산청군수 선거에서 1만895표(51.61%) 득표로 당선됐다.

광역의원 선거에선 박선하(국힘·경북), 박재용(민주·경기), 안치영(민주·충북), 원화자(국힘·제주), 황경아(국힘·대전)(이상 비례대표), 김경미(민주·제주), 김근용(국힘·경기 평택), 김기철(국힘·강원 정선), 김대진(민주·제주 서귀포), 김상곤(국힘·경기 평택), 박호형(민주·제주), 최종현(민주·경기 수원) 후보가 당선됐다.

기초의원 선거에선 김세경(국힘·경북 상주), 박문섭(민주·전남 광양), 오용환(민주·인천 남동), 이용운(민주·경기 화성)(이상 비례대표), 김기용(민주·전남 장흥), 김승일(민주·전북 김제), 김형대(국힘·서울 강남), 곽윤희(국힘·서울 구로), 박해수(국힘·충북 충주), 이광규(국힘·서울 종로), 이상복(국힘·경기 오산), 이용권(국힘·충남 계룡), 이재남(민주·전남 나주), 이춘만(무·강원 인제), 임지락(민주·전남 화순), 조규식(민주·대전 서구), 정무권(민주·경남 밀양), 차대식(국힘·대구 북구), 최동석(민주·경남 김해) 후보가 선출됐다.
 
이 중 초선은 12명, 재선 15명, 3선 6명이다. 당선자 수는 직전 지방선거 때보다 11명 줄었다. 지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선 광역단체장 1명, 기초단체장 1명, 광역의원 16명, 기초의원 26명 등 44명이 당선됐다. 2014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87명에서 이번에 33명으로 절반 이상 크게 감소했다. 당시 기초단체장 5명, 광역의원 26명, 기초의원 56명 등 87명을 배출했다.

갈수록 장애인의 정치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입법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관련법안은 1년 가까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지난해 5월 장애인 선거 할당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각 정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의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시 그 후보자 중 5% 이상을 장애인으로 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제동이 걸렸다. 같은 해 12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국회 및 지방의회의 장애인 대표성이 향상돼 정치적 다양성 확보에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장애 유무 외에도 직업, 세대, 경제수준 등에 따라 다수집단과 소수집단이 구분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외의 집단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례대표후보자 추천은 정당 고유권한으로 후보자 추천 의무규정을 두는 것은 정당 자율성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소위원회로 돌려보냈다.

같은 당 이명수 의원도 지난해 7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냈다. 당시 그는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추천 시 그 후보자명부 순위의 상위 50% 이내에 해당하는 후보자 중 20% 이상을 장애인과 청년으로 각각 추천토록 하고, 지역구 기초의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각각 1명 이상을 청년 및 장애인으로 추천한다”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때도 정개특위는 법안 심사에서 “정당의 자유로운 공직후보자 추천권 행사를 제약하는 측면이 있고, 청년이나 장애인이 아닌 또 다른 사회적 약자 등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해당 상임위 소위로 회송했다.

그러자 한편에선 기성 정치인의 왜곡된 정치 독식구조를 비판한다. 사회적 약자의 제도권 정치 진입을 의도적으로 꺼린다는 지적이다. 소위 철밥통 수호를 위한 ‘그들만의 리그’를 지키는데 혈안이란 얘기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겉으론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정치참여를 외치면서 정작 이를 뒷받침할 입법장치 마련에는 꽁무니를 빼고 있다”며 “결국 공천권 행사를 둘러싼 각종 이해와 맞물려 각자 입지에 한치도 손해 보려고 하지 않는 오만과 독선에서 비롯된 정치 독점구조”라고 꼬집었다.

재선을 지낸 수도권의 한 지역 정치인도 “입버릇처럼 정치참여의 다양성 확보를 주장하지만, 사실 기성 정치인의 현실정치 문법에는 안 맞는 표현”이라며 “사회적 대의를 위해 자신들의 입지를 일부 포기하는 선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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