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염치한 ‘장콜워싱’ 문화 근절해야
몰염치한 ‘장콜워싱’ 문화 근절해야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6.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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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민 기자
윤현민 기자

장애인 콜택시(장콜)가 또 이용자들을 애먹인다. 속 터지는 대기시간도 모자라 이번엔 목적지 변경 문제로 말썽이다. 지자체로부터 장콜을 위탁운영하는 수도권의 한 지방도시공사(공사) 얘기다.

공사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A시로부터 위탁받아 휠체어를 태울 수 있는 특별교통수단(장애인 특별택시) 90대를 운영 중이다. 이용대상은 중증장애인(기존 장애 1~3등급)이다. 요금은 시내와 시외로 나눠 매겨진다. 시내는 시내버스 교통카드 요금(1천450원)이 적용된다. 시외의 경우 시 경계로부터 5㎞마다 100원씩 추가된다. 운행범위는 시내 및 인근지역, 수도권 등이다.

하지만, 공사의 장콜 차량운행 관련지침은 꽤나 시대착오적이다. 이용자가 목적지를 바꾸려고 하면 거세게 손사래 치며 막아선다. 일단 장애인 콜택시에 타면 출발 전이라도 목적지는 바꿀 수 없다. 불가피한 사정이 생겨 행선지를 바꾸려고 해도 대답은 마찬가지다.

차량 출발 전·후 따질 것 없이 목적지 변경은 철저히 금지돼 있다. 군소리 없이 원래 목적지까지 가거나 그 곳에서 다시 신청해야 한다. 이동시간과 거리는 물론 억울한 마음에 짜증까지 두 배로 날 지경이다. 목적지 주변에 지하철역이 보여 그곳에서 내리려고 해도 그럴 수 없다. 당초 신청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꼼짝없이 콜택시 안에 있어야 한다.

공사는 관련 업무처리 지침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정작 목적지 변경 내용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구석구석 들여다봐도 해당 센터장 조치에 따른다는 임의조항뿐이다.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 특별교통수단 운영 업무처리지침 4번 라항엔 ‘운전원은 이용자가 차량이용 중 센터에 변경신청 없이 임의로 목적지 변경을 요청한 경우 정차 후 센터장에게 보고 후 센터장 조치에 따른다’고 돼 있다.

관련 조례나 시행규칙을 찾아봐도 콜택시 목적지 변경 내용은 없었다. 결국 콜택시 목적지 변경은 공사의 업무처리지침 해석에 따른 것이다. 공사가 명확한 근거규정 없이 해석만으로 이용자 불편만 강요한 꼴이다. 

이처럼 이용자 속 터지게 만드는 부조리와 악습이 12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마저 최근 관련 민원이 제기돼서야 공사는 뒤늦게 시정조치를 약속했다. 공사 교통환경본부장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누구나 살다보면 약속변경이 있을 수 있어 획일적으로 해선 안되고,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며 “시간이 오버된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닌만큼 이런 것(목적지 변경)은 어떻게든 바로 시정토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개선할 것 같은 뉘앙스다. 주무 책임자 입에서 나온 것이어서 내심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실무진 대답을 듣고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현재 입장과 절차 문제를 들먹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공사 교통약자지원팀 관계자는 “장애인 특별택시 목적지 변경 허용을 위한 업무처리지침 개정과 관련해선 아직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개정하더라도 위탁기관인 A시와 협의하는 절차가 남아 있어 당장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 공사 설립취지를 부인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교통약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은 이제 온데간데 없다. 사실 장애인 이용편의가 아닌 자신들의 행정편의 아닐까?

이제 그린워싱, 소셜워싱이 아닌 장콜워싱마저 걱정될 지경이다. 그린워싱(Green Washing)은 기업이나 단체의 ‘위장환경주의’를 말한다. 환경을 해치는 제품을 허위·과장 광고 해 친환경으로 둔갑시키는 식이다. 비슷한 말로 소셜워싱(Social Washing)도 있다. 사회공헌사업을 잔뜩 홍보하고선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그대로 두는 행위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척 그럴싸하게 포장하는데에만 집중한다는 얘기다.

공사의 꽉 막힌 장애인 콜택시 운영지침과 많이 닯았다. 우선 겉 다르고 속 다른 공사의 당초 설립취지 내용이 그렇다. 이용자 분통만 터뜨리는 공사 임직원의 엇박자 대응도 마찬가지다. 교통약자 접근성 개선, 안전하고 편리한 이용 따윈 입에 발린 소리가 됐다.

이쯤되면 ‘장콜워싱’이라 불릴만 하다. 부디 이용자는 아랑곳없는 ‘장콜워싱’ 문화가 확산돼 만연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공사가 적극 나서 그 최 일선에서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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