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문학도서관 한옥채, 휠체어는 사절?
청운문학도서관 한옥채, 휠체어는 사절?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06.27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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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숲속 한옥·문학 테마의 종로구 도서관
주시설 한옥채 각종 행사에 휠체어 접근 불가
종로구 청운동 청운문학도서관. ⓒ소셜포커스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윤동주문학관을 나와 언덕길을 올라가면 청운공원을 만나게 된다. 청운공원에는 민족시인 윤동주를 테마로 하는 시인의 언덕이 있다. 시인의 언덕에서 윤동주 시비를 통해 서시를 음미하면서 내려다보는 주변 풍광이 사람들 발길을 더디게 한다. 청운동은 맑은 구름이 걸린 동네라는 의미만큼 높은 지대이고 언덕이 많다.

다시 시인의 언덕을 내려와서 자하문로를 따라 휘돌아가다보면 언덕 아래 숲속으로 커다란 기와집 한 채가 호젓한 모습으로 내려다 보인다. 본채 옆에는 아담한 한옥 누정이 자리잡고 있으며, 수송동 계곡을 타고 내려온 물줄기가 누정 앞에서 폭포수로 변신해 연못으로 떨어진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간판을 보지 않고는 여기가 공공도서관이라고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청운문학도서관이다.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한옥공공도서관이다. 종로구는 이곳을 주민들에게 독서와 사색,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리고 인근 윤동주문학관, 시인의 언덕 등 주변의 문학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 도서관은 한옥과 자연과 문학을 특성화한 이색 도서관이다. 문학도서관이라는 이름처럼 시·소설·수필 위주의 다양한 문학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각종 독서모임 장소와 창작교실 제공은 물론 국내 문학작품 및 작가 중심의 기획전시와 인문학 강연도 열린다. 한옥채에는 창작소가 3칸이나 있다.

또, ‘아빠와 함께하는 1박 2일 독서캠프’를 비롯해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도서관은 뛰어난 주변 자연공간과 함께 한옥이라는 특색을 살려 휴식, 사색, 창작, 교육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한옥도서관은 건축 당시 돈의문 뉴타운 지역에서 철거된 한옥 기와 3천여 장을 재사용해 의미가 각별하다.  특히, 2015년 대한민국 한옥 공모전에서 대상의 영예를 차지히기도 했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구성된 이 도서관은 지하층은 여느 도서관과 다름없이 서가와 열람실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전통 한옥구조의 1층에선 이 도서관만의 특색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나무향기 은은한 대청마루에 모여앉아 주변 숲에서 날아오는 청정한 솔바람을 온몸에 적시며, 대자연 속에서 새소리와 함께 작가의 인문학 강의를 듣고, 창작 교실에 참여하는 것은 다른 도서관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색다른 체험이다. 특별한 단체 행사 없이 혼자 정자에 앉아 창밖의 폭포수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에 빠져보는 것도 에너지 충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이 도서관만의 색다른 체험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남 얘기다. 휠체어가 한옥건물 내부로 접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건물을 신축하면서 장애인 편의시설 문제를 전혀 무시했던 것 같지는 않다. 2층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돼 있고, 일반 도서열람실을 이용하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이 도서관만의 특색있는 시설은 전혀 이용할 수 없다.

마당에서 건물 기단에 이르는 단차를 해소하기 위해 통로 한 곳은 석재구조 경사로로 시공됐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다. 휠체어는 출입문 앞에서 멈춰야 하며 실내 진입은 불가능하다. 기단의 단차 해소를 위해 경사로까지 시공했으면서도 실내 출입을 막아버리니 휠체어 이용자가 느끼는 마음의 상처는 고통을 가중시킨다. 장애인은 시설을 이용하지 말고 구경만 하고 돌아가라? 장애인을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이 도서관은 지난 2014년 준공했다. 공공건물로서는 건축연령이 얼마되지 않는 최신시설이다. 게다가 우수 건축물이라고 큰 상까지 받았다고 하는데, 장애인 접근성이 이렇게 부실하니 이해할 수 없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서관은 어느 공중시설보다도 공공성이 높은 대표적인 공적시설이다. 아무리 한옥구조라고 해도 설계나 시공단계에서 제대로 신경을 썼으면 얼마든지 누구나 이용이 가능한 무장애 시설이 되었을 것이다. 본관뿐 아니라 정자 시설도 마찬가지다.
이 도서관 건물은 오빌종합건축사 사무소에서 설계를 했고, 서택건설㈜에서 시공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들이 다른 공공시설 공사도 이러한 무개념 마인드로 한 건 아닌지 걱정이다. 이러한 공사를 시행하고 허가 및 준공을 해준 종로구청의 개념없는 행정은 더큰 문제다.

무장애 시설로 지어진 한옥구조 공공건축물은 얼마든지 많다. 언젠가 춘천의 김유정 문학촌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전시관이나 각종 체험시설은 기와집과 초가집 등 다양한 한옥으로 지어져 있지만 오래된 건물인 생가를 제외하고는 휠체어로 실내 어느 곳이든지 둘러볼 수 있었다. 한옥으로 공공시설을 지을 때 본받아야 할 사례이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이용이 보장돼야 할 공공시설에서 편의시설 미비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은 수준의 이용이 불가능하다면 이는 법령에서 금지하는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장애인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시설 설치 등 제반 조치를 말한다고 돼 있다.

청운문학도서관 1층(한옥채) 건물 주출입구는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하다. ⓒ소셜포커스
한옥채 뒤쪽으로 마당에서 건물 기단에 이르는 단차를 없애기 위해 경사로 구조의통로가 있지만, 휠체어가 실내로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다. ⓒ소셜포커스 
청운문학도서관 본채 앞 누정. 안에서 창밖 경치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만 휠체어 이용자는 접근할 수 없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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