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정신재활시설 ‘무용지물’
지역사회 정신재활시설 ‘무용지물’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6.2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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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의료·요양시설 입원환자 설문조사 발표
10명 중 8명 “퇴원해도 지역재활시설 안 갈 것”
지난 4월 19일 한국장애인연맹,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관계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장애인을 배제하는 분리 정책 폐지"를 촉구하는 전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420 총집결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4월 19일 한국장애인연맹,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관계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장애인을 배제하는 분리 정책 폐지"를 촉구하는 전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420 총집결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지역사회 정신재활시설이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의료·요양시설 입원 정신장애인 대부분이 입소를 꺼리면서다. 관련상담을 받은 10명 중 8명은 퇴원해도 이용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들 대부분이 퇴원 후 자립에 대한 도움을 제대로 못 받는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자립이 아닌 집단시설 입원 중심의 의료복지 정책을 비판한다. 정부가 서비스와 전문인력이 부족한 지역사회에만 내맡긴다는 지적이다.

27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선진 사례를 통해 본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퇴원 이후 계획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 정신장애인 중 77%는 퇴원한 뒤 지역사회 정신재활시설을 이용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욕구와 맞지 않아서’가 36.3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상담을 받고도 정신재활시설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몰라서 계획이 없다’(19.48%), ‘이용 가능한 시설이 없어서’( 11.7%),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6.49%), ‘서비스 이용이 부담돼서’,(5.19%), ‘거리가 멀어서’(3.9%) 등의 순이다.

지역 정신재활시설에선 입원 없이 훈련과 생활지도가 이뤄진다. 이를 통해 정신장애인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조사는 지난해 10~12월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에 입원·입소 중인 정신장애인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또, 관련상담조차 받지 못한 입원 정신장애인도 절반을 넘었다. 전체 응답자의 64%는 퇴원 이후 계획 상담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정신의료기관은 70%, 정신요양시설은 58% 이용자가 이같이 답했다.

상담을 받지 못한 이유로는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워서’(28.13%)가 가장 많았다. ‘새로운 환경이 두려워서’(15.63%),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싫어서’(10.94%), ‘거주할 곳이 없어서’(10.94%)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그러자 한편에선 지역사회 자립과 동떨어진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 치료와 재활이 아닌 입원 중심의 의료복지에 치우쳤다는 지적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대부분이 회복 중심의 지역사회 기반 정신건강 서비스를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입원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국제사회 변화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며 “정신장애인이 퇴원하려면 증상 관리·취업·주거 등 당사자가 홀로 정하기 어려운 영역이 많은 만큼 상세한 퇴원 계획 상담을 의무화하고, 궁극적으로 당사자의 욕구에 맞는 지역사회 시설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조사 책임연구원을 맡은 강상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영국과 호주는 정신장애인 입원을 최소화하고, 입원 중에도 당사자 중심의 개별적 퇴원 계획 상담을 제공한다”며 “우리나라는 지역사회 서비스와 정신건강 전문인력이 적어서 제대로 된 상담을 제공하기 힘든 실정이다.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이라는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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