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 여기 어때? 태양의 제국 아스테카
피서, 여기 어때? 태양의 제국 아스테카
  • 양우일 객원기자
  • 승인 2022.08.01 0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28일까지 아스테카 특별전
멕시코 기원 한 눈에…이동약자 피서지로도 제격
국립중앙박물관 아즈테카 특별전 8월 28일까지(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아즈테카 특별전 포스터.  ⓒ국립중앙박물관

최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공간찻집’을 다녀왔다. 안에 들어서자 시원한 공기가 내 몸을 감쌌다. 우선 한 자리를 차지한 뒤 냉 유자차를 주문하고 밖을 응시했다. 창밖은 여름 태양의 열기로 이글거리고 있다. 냉 유자차는 한 모금 마시자 몸이 더 시원해졌다. 시선은 창밖 작은 물동이에 앉아 물 한 모금 넘기는 까치한테 꽂혔다. 여름의 한복판, 사람이나 동물이나 더위에 지친 목마름은 같았다.

작은 물웅덩이에서 한 모금으로 갈증을 해소하는 까치
작은 물웅덩이에서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해소하는 까치. ⓒ소셜포커스

오늘 하루를 돌아봤다. 너무나 더운 날씨, 휴가 가기에 부담스러운 고물가, 사람으로 북적이는 산과 바다가 얽히면서 거부감이 생겼다. 올해 여름휴가는 잘게 쪼개서 활용키로 했다. 그중 하나로 국립중앙박물관 아스테카 특별전 관람을 선택했다. 지금 작렬하는 태양을 피해 보려고 예전에 태양을 사랑한 국가인 아스테카를 만나기로 했고 실행했다. 어찌 보면 이열치열인 셈이다.

관람객으로 북적이는 특별전시관 입구
관람객으로 북적이는 특별전시관 입구. ⓒ소셜포커스
휠체어를 타고 국립중앙박물관에 관람온 장애인. ⓒ소셜포커스

여름 휴가철임에도 생각보다 박물관 관람객들이 많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꽤 많았구나고 생각했다. 여름방학 중인 어린 학생들은 병아리가 어미 닭을 졸졸 따라다니듯 인솔자인 선생님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 관람하는 장애인 부부도 있었다. 손을 마주 잡은 젊은 연인들도 많았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들도 삼삼오오 모여 관람했다. 은빛 머리카락 노년들은 관람하면서 힘에 부치듯 좌석에 자주 앉았다.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더위를 피해 지식과 소양을 채우고자 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스테카, 잉카, 마야제국이 있었던 지역
아스테카, 잉카, 마야제국이 있었던 지역. ⓒ국립중앙박물관

아메리카 대륙의 3대 문명은 잉카, 마야, 아스테카가 있다. 잉카는 남아메리카, 마야는 멕시코 동부, 아스테카는 멕시코 중서부에 있었던 국가였다. 아스테카는 마야나 잉카문명보다는 덜 알려져 있다. 스페인어로 ‘아스테카’, 영어로 ‘아즈텍’으로 알려지게 된 아스테카는 스스로는 ‘메시카’라고 불렀고 현대의 멕시코로 이어졌다.

지금의 멕시코 중앙및 서부지역에 위치한 아스테카
지금의 멕시코 중앙및 서부지역에 위치한 아스테카. ⓒ국립중앙박물관

아스테카는 14세기~16세기 지금의 멕시코 중앙고원 지역에서 번성했던 국가였다. 우리나라 고려말에서 조선 중기까지 같이 유지되었던 국가였다. 아스테카는 1521년 8월 13일 스페인 침략자 에르난 코르테스에 의해 멸망했다.

멘도사 고문서에 그려진 화려한 생활용품
멘도사 고문서에 그려진 화려한 생활용품. ⓒ국립중앙박물관

서양의 침략사관으로 인해 아스테카의 올바른 역사와 문화보다는 불필요한 전쟁, 인육희생 의례 등 미개한 국가로 왜곡된 역사로 알고 있다. 멸망 이유는 아스테카의 잔혹한 통치에 반기를 든 원주민이 스페인 침략자에게 도움을 준 점과 유럽에서 들어온 전염병으로 알려졌다. 아스테카 사람에게 천연두는 지금 코로나 19와 같은 펜데믹이었던 것이다.

전시된 유물은 관람하고 있는 방문객
전시된 유물은 관람하고 있는 방문객. ⓒ소셜포커스

황금과 태양의 나라인 아스테카는 400년의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시된 유물은 넉넉하지 않았다. 〈멘도사 고문서〉에 기록된 공물 목록과 같은 화려한 채색의 유물은 없었다. 고급스러움, 화려함과도 거리가 있었다. 아마 그런 유물은 스페인 침략자들이 모두 약탈해 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유럽 어느 박물관에 있거나 숨겨져 소수만이 그 문화를 독식하고 있을 것이다. 황금 유물은 거의 없고 흙으로 빚은 붉은 채색의 토기와 조형물은 거칠고 투박했다. 단단한 돌에 새겨진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인 문양을 눈길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물과 풍요의 신 찰치우틀리투에 향로
물과 풍요의 신 찰치우틀리투에 향로. ⓒ국립중앙박물관

아스테카는 태양을 숭배했고 자신들은 다섯번째 태양의 세상인 ‘움직임의 태양’ 세상에 살았다고 믿었다. 우리나라에서 해, 달, 별의 설화가 있듯이 아스테카에도 있었다. 고대의 많은 설화는 당시 세상을 살았던 사람의 인식은 공통적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아스테카의 수호신 우이칠로포츠틀리가 자신과 어머니를 죽이려는 코욜사우키와 400명의 아들은 물리쳤다. 우이칠로포츠틀리은 해가 되었고, 코욜사우키는 달이 되었다. 그리고 400명의 아들은 별이 되었다. 우리나라 달에도 토끼가 살았다고 했듯이 아스테카의 달에도 토끼가 살고 있었다. 지금처럼 정보와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그 시대의 설화가 글로벌하게 공유되었다는 점은 아주 흥미롭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영상이 나온다. 10분 정도 분량으로 아스테카의 문화와 역사를 설명했다. 관람 전에 먼저 보아도 좋고, 관람을 마치고 나가며 나중에 보아도 좋은 영상이다. 아스테카 역사 전반을 관통하는 만큼 건너뛰기는 하지 말자.

전시에 들어가며, 설명을 읽는데 집중하고 있는 관람객
전시에 들어가며, 설명을 읽는데 집중하고 있는 관람객. ⓒ소셜포커스

전시는 Q1 아스테카 사람들은 누구인가? Q2 아스테카, 마야, 잉카는 어떻게 다른가? Q3 아스테카의 달력은 어떻게 읽나? Q4 <고문서>는 누가 만들었나? Q5 아스테카 사람들은 무엇을 먹었나? Q6 공물로는 어떤 특산품이 있엇나? Q7 기억해야 할 아스테카의 신 Q8 태양의 신이 가장 중요한 신인가? Q9 아스테카의 역사 Q10 아스테카 멸망의 진실 등의 질문으로 구성됐다.

옥수수의 신 치코메코아틀(중앙에 위치한 유물)
옥수수의 신 치코메코아틀(중앙에 위치한 유물)

전시에 눈길을 끌었던 곳은 옥수수의 신 치코메코아틀이다. 아스테카는 여름 주전부리의 제왕인 옥수수를 신으로 받아들였다. 유물은 옥수수로 치장해 세밀하게 조각돼 있다. 경외하는 신을 조각하는 장인이 정성을 다하는 조심스러운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기억해야 할 아스테카의 신(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팜플렛)
기억해야 할 아스테카의 신 팜플렛. ⓒ국립중앙박물관

기억해야 할 아스테카의 신 유물은 몽환적이고 기하학적인 선들에 눈이 혼미스러워진다. 정말 디테일한 예술 작품이다. 그림과 설명이 있는 아스테카의 신은 당시 사람들의 기원과 고단한 삶을 볼 수 있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고문서 일부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고문서 일부. ⓒ국립중앙박물관

결혼 이야기도 있다. 여성들은 보통 16세 정도에 결혼했다. 결혼식은 신랑 부모님 집에서 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을 경우 돌에 맞아 죽은 형벌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남편 바람기 잡기는 결혼 생활에 중요했다.

독수리 조각상
독수리 조각상. ⓒ국립중앙박물관

오늘의 사유를 마무리한다. 여름 피서지로 정한 국립중앙 박물관 관람은 세상에 다소 덜 알려진 아스테카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갔고, 다른 나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서양 침략사관에 치우쳐 왜곡됐던 옅은 지식도 바로 잡아 주었다.

뱀을 물고 있는 독수리가 선인장 위에 앉아 있는 문양이 있는 멕시코 국기
뱀을 물고 있는 독수리가 선인장 위에 앉아 있는 문양이 있는 멕시코 국기. ⓒ국립중앙박물관

아스테카는 현대 멕시코의 문화적 기반이 되었다. 올해 멕시코와 우리나라가 수교한 지 60년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멕시코 국립인류학발물관, 독일 린덴박물관, 네덜란드 국립세계문화박물관 등과 협력해 전시회가 열렸다.

장애인 이동시설이 잘 설치된 국립중앙박물관 내부
장애인 이동시설이 잘 설치된 국립중앙박물관 내부. ⓒ소셜포커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이며 입장료는 성인 5천원, 청소년 및 어린이는 3천원이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등록 장애인 및 동반 1인은 무료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50% 할인된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