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도 ‘위워롱(We were wrong)‘
장애계도 ‘위워롱(We were wrong)‘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8.10 11:0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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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민 기자.
윤현민 기자.

요즘 해외 유력 일간지의 ‘아이워스롱(I was wrong)’이 화제다. ‘제가 틀렸습니다(I was wrong about)’로 시작하는 칼럼 얘기다. 주요 필진들이 자신이 쓴 칼럼의 잘못을 인정하는 일종의 ‘반성문’이다. 노벨경제학상, 퓰리처상 수상자 등이 모두 기꺼이 ‘자기고백’에 동참했다.

일찍이 없었던 언론의 자기반성이라 순간 머쓱해지는 한편 무척 반가웠다. 사회단절을 해소하는 소통의 활로를 자기반성에서 찾는 노력으로 보였다. 이 매체도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환경과 확증편향에 빠진 소셜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언론부터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함으로써 지적인 소통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하지만, 탈시설을 놓고 양분된 장애계 현실에선 먼 나라 얘기다. 궁극적으로 같은 목표를 지향하면서도 늘 반목과 대립 양상이다. 양 쪽 모두 장애인 차별 해소와 권익 신장을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실현방법 앞에선 서로를 극단으로 치부하며 대척한다. 한 쪽은 지하철 출근시위 등 물리력을 동원해가며 전면전 양상이다. 시민 일상을 할퀴어가며 장애계 불신을 자초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다른 한쪽은 전략적 접근을 통한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다양한 정책제언과 장애인 정치세력화에 기반한 문제해결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는 전혀 없다. 하물며 각자 잘못을 인정하는 자기반성은 어림없는 일이다. 오히려 사회 상식과 질서를 농락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최근 한 장애인단체는 경찰서를 돌며 희대의 촌극을 연출했다. 경찰서 입구에서 자진출석을 가장한 불출석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편의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14일(혜화서), 19일(용산서), 25일(종로서) 등 지난달에만 총 3차례다. 불과 3개월 전 같은 곳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았던 때와는 영 딴 판이다. 당시엔 경찰서 내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편의시설 미비를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자, 서울경찰청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남대문서에 사건을 병합했다. 이에 이 단체는 서울경찰청장을 피고로 하는 모의재판을 열겠다며 맞불을 놨다. 그러면서 김광호 청장에게 장애인등편의법 위반 피의자로 재판출석을 요구했다.

궁극의 목표는 지우고 극단으로 향하는 끝 모를 질주다. 이런 선택이 결코 장애계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 될 순 없다. 오히려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아 사회에서 고립되기 십상이다.

이젠 양 쪽 모두 최소한 그간 각자의 노력 정도는 인정하자! 다소 투박하지만 지속적인 장애인 권리 주장은 평가받을 만하다. 또, 시대흐름에 맞춘 정치적 접근으로의 전환 필요성도 인정받아야 한다.

여태껏 겪은 부당한 차별과 사회적 외면에 대한 설움은 함께 극복해야 한다. 가슴 속 뜨거운 분노는 유지하돼, 문제는 차가운 이성으로 냉철히 해결하자! 이를 위해선 양 쪽 진영의 논리와 셈법을 초월한  전방위적 노력이 요구된다.

당장 서로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면 자기반성부터 시작하자! 내가 잘못 알았다(I was wrong). 우리 모두 틀렸다(We were wrong). 이쯤해서 다시 장애계 궁극의 목표를 위한 연대의 싹을 틔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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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2022-09-18 21:58:22
잘못을 인정하는것 부터 다시 시작해 보겠습니다...

정*영 2022-08-12 10:21:16
정말 답답한 현실입니다. 과거 장애를 격멸시했던 정부를 상대로 했던 행태를 아직도 ㅠ.ㅠ
메이져 장애인단체에서 정부와 관계기관에 정책제안 및 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그리고 계속해서 바뀌고 있는데... 과격 시위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텐데....
언론에서 과대포장 기사가 나가니 더욱 그럴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