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흠 칼럼①] 장애인과 사람 사이
[황사흠 칼럼①] 장애인과 사람 사이
  • 소셜포커스(Socialfocus)
  • 승인 2022.10.04 18:2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사흠 지회장.
황사흠 사회복지학 박사

대구지체부자유대학생회 ‘푸른샘’ 일원으로 활동하던 대학 시절 이야기입니다. ‘푸른샘’은 1977년에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등 대구광역시 내 대학의 장애인 학생들이 연합하여 설립한 단체입니다. 당시 저희에게는 한 가지 이슈가 있었습니다. ‘푸른샘’이 장애인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 서클이냐, 설립 취지에 찬동하면 비장애인 대학생도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일반 서클이냐는 것입니다. ‘푸른샘’은 1980년에 회지 「푸른샘」을 창간하였는데 ‘푸른샘의 진로 : 특수성과 일반성의 논의’를 특집으로 다루었습니다. 

당시는 대학에서 장애인의 입학을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던 때였습니다. 배우겠다고 발버둥 치는 학생들 가슴에 소리 없는 총을 겨누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던 당시의 사회를 ‘대아마비’에 걸린 사회라고 비판한 한국소아마비협회가 저희의 우상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사회로부터 얼마나 가슴 아픈 차별과 냉대를 받았으면 대학생들이 이 같은 논의를 하였겠습니까. 지난 발자취를 되돌아보면 푸른 청년들이 참으로 가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수화란 개념의 내포(내용)가 증가하여 그 의미가 정밀화되고 따라서 그 외연(범위)이 감축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대로 일반화란 그 외연이 증가하여 개념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따라서 그 내포가 감축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장애인’은 ‘사람’을 특수화한 것입니다. ‘사람’이라는 개념의 내포에 ‘장애’라는 내포가 다시 증가할 때 ‘사람’이라는 개념은 ‘장애인’이라는 개념으로 특수화되는 것이며 ‘장애’는 ‘장애인’의 특수성이 되는 것입니다. 그 반대로 ‘장애인’을 일반화하면 ‘사람’이 됩니다. 

그런데 ‘사람’을 ‘장애인’으로 특수화하여 ‘장애’라는 특수성을 강조할 때와 그 반대로 일반화하여 ‘사람’이라는 일반성을 강조할 때 장애인에 대한 시각은 매우 달라집니다. ‘사람’을 ‘장애인’으로 특수화하여 ‘장애’라는 특수성을 지나치게 부각하면 ‘사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이원화됩니다.

어떤 대상을 둘로 나누어 보는 이분법적 사고는 자기중심적이고 편협한 시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고대 희랍시대의 보편적인 것과 특수적인 것, 중세의 선과 악, 근세의 정신과 물질, 현대의 부르주아지(bourgeoisie)와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의 대립은 이러한 애매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과거 역사는 자기 국가, 자기 민족만을 옳다고 보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인류를 배반한 결과가 되었고 한 국가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국가의 문화를 말살시킨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배우겠다고 발버둥 치는 학생들 가슴에 총을 겨누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던 우리 사회는 바로 ‘사람’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이원화하여 구별하고 차별한 자기중심주의가 낳은 것이 아닐까요.

2007년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꾼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됩니다. 그런데 1977년에 대학생들이 장애인의 특수성과 일반성을 논의하고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을 지적하고 나섰으니 얼마나 대견하고 가상합니까.

필자는 대학 졸업 후 시골 고등학교에서 30년간 교편을 잡았습니다. 농촌지역 장애인의 여건과 상황은 참으로 참담하였습니다.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를 위한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협력해서 일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고군분투하였습니다.

1989년에 의성군장애인협회를 창설하고 2017년에는 의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이 되었습니다. 군내 장단기 복지계획을 수립하고 많은 복지행사를 관장하게 되었습니다. 필자는 장애인 행사를 치르고 평가를 할 때 지역사회 주민이 얼마나 많이 참석했는가를 하나의 잣대로 삼습니다. 지역사회 주민이 함께 참석하고 함께 호응할 때 진정 성공한 행사를 했다고 직원들에게 말합니다. 장애인 행사가 ‘장애인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푸른샘’을 굳이 특수 서클이라고 주장하거나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학 서클은 출신학교가 같든지, 취미가 같든지…모두 특수 서클입니다. 모든 개체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제각기 다르게 태어났습니다. 다만, 인간은 더불어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그 누구도 혼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도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ㆍ1954년 경상북도 청송군 출생
ㆍ지체장애 3급
ㆍ사회복지학 박사
ㆍ고등학교 국어교사 재직(1980~2010년) 
ㆍ(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의성군지회장 
ㆍ(현) 경상북도장애인컬링협회 회장
ㆍ(현) 의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
ㆍ(현) 의성군장애인단체협의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하 2023-09-18 10:48:31
맞습니다!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사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