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 살아숨쉬는 한양도성박물관
사이버 공간 살아숨쉬는 한양도성박물관
  • 양우일 객원기자
  • 승인 2022.10.1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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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축조 후 복원 반복하며 원형 보존
홈페이지 사이버 관람으로 간접순성 체험도

유흥준 교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오래 전에 읽었다. 글 중에 "아는 만큼 보인다"와 "인생도처 유상수(人生到處 有上手)"라는 두 문장만 또렷하게 머리에 남아 있다. 답사기를 읽은 후부터 주마간산식 구경에서 안내문을 비교적 꼼꼼히 읽는 관람으로 바뀌었다.

서울시 전경(출처 한양도성박물관)
서울시 전경. ⓒ한양도성박물관

수도 서울의 역사는 아주 길다. 조선이 개국하면서 수도로 정했고 당시 명칭은 한양이었다. 출입문을 만들고 담을 쌓았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사대문과 사소문, 성곽이다. 문을 통해 백성들이 한양으로 통행했다. 담은 지역 경계를 짓는 울타리였고 한양을 지키는 도성이 되었다.

지금의 도로 형태와 비슷한 조선시대 한양지도
지금 도로 형태와 비슷한 조선시대 한양지도. ⓒ소셜포커스

도성은 세월의 풍파와 역사 소용돌이 속에서 부서지고 망가지고 보수를 반복하면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발전이 이루어져 나라 살림이 튼튼해 지면서 한양도성 성곽은 대부분 복원되었고, 복원이 불가능한 곳은 경로와 흔적으로 성곽을 이야기하고 있다.

도성박물관 전경, 앞에는 주차장이 있다
도성박물관 전경, 앞에는 주차장이 있다. ⓒ소셜포커스

한양도성박물관은 과거 이화여자대학교 부속 동대문병원이 있었던 자리다. 지하철 1호선 1번 출구와 4호선 10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지하철을 나오면 박물관으로 오르는 언덕이 보인다. 보행 가능한 장애나 경증 지체장애인은 다소 힘들겠지만, 등에 땀이 날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 있다.

동대문에서 박물관으로 올라가는 경사진 언덕길
동대문에서 박물관으로 올라가는 언덕길. ⓒ소셜포커스

이동약자인 장애인은 휠체어를 타고 언덕 경사로 올라갈 수 있을까? 장애인협회에 물어보니 오르지 못한다고 했다. 오르는 길을 조성할 때 휠체어 장애인도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정책입안자들이 생각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예산집행상 비효율이라고 판단했을까?

박물관부근 흥인지문공원
박물관 부근 흥인지문공원. ⓒ소셜포커스

장애인 차별과 편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국가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많은 부분이 해소되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불편한 사각지대는 사회시설 구석구석 많은 곳에 잔재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사는 사회는 이런 부분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해소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양순성 안내도
한양순성 안내도. ⓒ소셜포커스

지금은 복원된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순성(巡城:성을 두루 돌아다니며 구경함)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동약자는 순성이 불가능하다. 한양도성박물관은 실제 순성을 하지 못하더라도 순성과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박물관 방문과 홈페이지를 통해 사이버 관람도 가능하도록 영상이 제작되어 있어 가 본 것과 같이 간접 체험과 상상 체험할 수도 있다.

시대별 도성축조 변화형태
시대별 도성축조 변화형태. ⓒ소셜포커스

한양도성박물관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이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주차장도 있다. 중증장애인은 승용차를 타고 오면 된다. 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seoul.go.kr)를 통해 정보 접근이 가능하다.

도성 성벽 축조과정 모형도
도성 성벽 축조과정 모형도. ⓒ소셜포커스

한양도성은 동대문(흥인지문)-광희문-남대문(숭례문)-소희문(터)-서대문(돈의문:터)-창의문-북대문(숙정문)-혜화문을 거쳐 계란형으로 축성되었다. 도성 축조시 성벽 돌에 새겨 놓은 수많은 흔적을 토대로 한양의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유구한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한양도성박물관 및 도성( 출처 한양도성박물관)
한양도성박물관 및 도성 안내도. ⓒ한양도성박물관

70년대까지만 해도 성(城) 안쪽인 사대문 안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만남과 모임은 사대문 안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지금은 도시가 확장되고 팽창되면서 성의 경계가 무너졌다. 사대문 안을 뛰어넘는 부도심이 성장하면서 도심 이상으로 역할이나 기능을 한다. 사대문 안을 특별하게 생각했던 인식도 같이 사라지고 있다.

 

사이버 순성을 할 수 있는 대형 스크린
사이버 순성을 할 수 있는 대형 스크린. ⓒ소셜포커스

박물관 1층 입구로 들어가면 안내데스크가 있고 바닥에 관람 동선이 그려져 있다. 1층은 상설 전시실이다. 특징적인 것은 한양도성 전 구간을 조망할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도성 구간별로 나누어 영상을 터치하면 영상과 설명, 자막이 나온다. 현장에 가지 않아도  눈과 귀, 머리로 순성을 즐길 수 있다.

자료전시실은 도서관기능을 겸한 휴식공간이다
학습자료실은 도서관 기능을 겸한 휴식공간이다. ⓒ소셜포커스

1층에서 2, 3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건물 중간에 있다. 2층은 학습 자료실 및 기획전시 공간이다.  자료실은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책을 보는 도서관 기능도 한다. 관리직원은 찾는 이가 많지 않은 날에는 아주 한가하며 조용하다고 했다.

박물관 전시물을 통해 서울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
박물관 전시물을 통해 서울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 ⓒ소셜포커스

3층은 한양도성 건설과 관리, 훼손과 재탄생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한양도성은 국력이 쇠락하면서 성곽이 훼손되고 무너졌다. 도성을 보수하려고 동원된 민초들의 삶은 척박했던 질곡의 시대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근대화라는 명목으로 민족문화와 정기를 말살하려고 파괴와 훼손된 도성을 보며 가슴이 아프고 쓰렸다. 일제가 왜곡하고 있는 역사인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문화재 약탈 등은 잊지 말아야 중요한 역사적 장면이고 현재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훼손 이전 한양도성과 일제감점기때 훼손된 한양도성
훼손 이전 한양도성과 일제감점기 때 훼손된 한양도성. ⓒ소셜포커스
박물관부근 도성에서 바라본 동남향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박물관 부근 도성에서 동남쪽으로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소셜포커스

3층까지 관람을 마쳤다.  밖으로 내려가는 계단형 통로가 있다. 후문격이다. 계단을 내려가자 도성이 있고 흥인지문으로 이어졌다. 청계천 건너 동대문 디자인 프라자 너머로 남산자락이 눈에 들어왔다. 성곽 바깥 마을인 창신동에서 성곽으로 오르는 길은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창신동에는 봉제공장이 많다. 수많은 봉제 기계가 열심히 기계음을 울리며 돌아가고 있을 것 같았다.

한양도성 바깥마을이었던 창신동전경
한양도성 바깥마을이었던 창신동 전경. ⓒ소셜포커스

순성이 불가능한 장애인에게는 이런 박물관 관람이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면 정신적인 삶마져도 아파지지 않을까? 한 번 정도 그림의 떡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박물관을 접속해 보자. 사이버순성을 시작하자.

한양도성박물관 및 도성 안내( 출처 한양도성박물관)
한양도성박물관 및 도성 안내. ⓒ한양도성박물관

 

파란 하늘에 걸린 감나무에 열린 감은 주홍빛으로 물들고 있다. 이제 가을 초입을 지나 오색단풍이 물드는 찐 가을로 빠르게 향하고 있다. 도성을 따라 동대문 방향으로 빠르게 내려간다.

가을정취를 가득 담아 진주황으로 익어가는 감
가을정취를 가득 담아 진주황으로 익어가는 감나무.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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