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된 장애인 지하철 시위
애물단지된 장애인 지하철 시위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10.17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위현장 곳곳 찢긴 전단스티커 투성이
청소 노동자, 전단지 제거 때마다 ‘골치’
지하철 승강장 벽면에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전단들이 갈갈이 찢긴 채 붙어있다.
지하철 승강장 벽면에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전단들이 갈갈이 찢긴 채 붙어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시위현장 곳곳 찢긴 전단투성이로 누더기가 되면서다. 겹겹의 전단스티커에 청소 노동자만 골머리를 앓는다. 열차 승객 일부도 흉물스런 모습에 진저리를 칠 정도다. 그간 출근시위 피로감까지 겹쳐 반감만 커지는 양상이다. 한편에선 다른 사회적약자따윈 아랑곳 않는다는 지적이다.  

17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장애인권리예산 요구 시위가 있었다. 기자회견을 연 뒤  역마다 내렸다 타기를 반복하는 식이다. 이날도 휠체어 20대와 단체 관계자 50여 명이 광화문역~여의도역 구간에서 역마다 승·하차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12월 3일 처음 시작했으며, 이번이 39번째다. 평일 출근시간대 매 주 한 번 꼴로 시위를 해 온 셈이다. 주로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과 삼각지역, 5호선 광화문역에서 진행했다.

하지만, 시위현장 뒷모습은 빈민가를 연상케 한다. 승강장 벽마다 여기저기 나붙은 전단스티커 투성이다. 갈갈이 찢긴 종이 파편들이 군데군데 흉물로 남았다. 전단이 있는 자리 위에 두 겹 세 겹 붙어있기까지 하다. 접착력이 강해 말끔히 떼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웬만한 독성 화학약품을 써도 별 소용 없을 정도다.

결국, 해당 역사 청소 노동자만 속앓이 하는 실정이다. 서울지하철의 한 청소용역 노동자는 “시위대가 한 번 다녀가면 벽에 붙인 전단스티커 떼느라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니다. 물청소도 해보고 화학약품을 써봐도 벽에 눌러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청소 노동자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단체가 하는 시위라고 들었는데, 우리 같은 청소 미화원 하나 배려하지 않으면서 무슨 정의니 권리니 하며 외칠 자격이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도 눈살을 찌푸리긴 마찬가지다. 대학생 A(21·여) 씨는 “아무리 장애인 권리 주장을 위한 명분이 있다고 해도 공공시설을 제멋대로 훼손해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다른 사회적 약자나 일반 시민들을 생각하는 최소한의 공동체 의식이 없다면 그 자체가 공해(公害)”라고 짚었다.

실제, 이날 전장연 시위에 대한 부정여론도 잇따랐다. 이들 단체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중계 실시간 채팅창에 ‘공정과 상식을 먼저 보여야 시민들도 공감한다’, ‘지하철은 시민 모두의 것이지 특정단체의 것이 아니다’, ‘도저히 말로는 안 통하는 단체’ 등 댓글이 달렸다.

이에 전장연은 공익을 강조하며 시민들의 양해를 당부했다. 전장연 관계자는 “특정인이나 단체가 아닌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 모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 권리에 대한 정당하고 합리적 요구”라며 “시위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시민불편은 사회공동체 일원으로서 널리 양해 바란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