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특성·전문가 의견 고려 없이 범죄 예단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중증장애인에게 들이민 성범죄 잣대가 공정성 시비로 논란이다. 장애특성은 아랑곳없이 제 식구 감싸기와 법리 판단에 의존하면서다. 학교 측은 교사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장애 학생을 성추행범으로 몰았다. 검찰도 여러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특수학급 교사 손을 들어줬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실업계 고등학교 보건교사 A(50·여) 씨와 특수학급 교사 B(32·여) 씨는 2020년 10월 17일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에 이 학교 특수학급 학생 C 군(중증장애 1급)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교육활동 침해사안 신고서를 제출했다. 2020년 10월 7일 C 군이 등교하면서 코로나19 발열검사(체온측정)를 받던 중 자신들의 가슴을 만져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주장이다. 또, 같은 해 7월과 8월에도 수 차례 자신들의 팔을 꼬집거나 가슴 부위를 만졌다고도 했다.
이후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C 군에게 출석정지 5일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에 C 군의 학부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관할 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아들은 자폐증을 앓고 있어 애초 의도적인 성추행이 불가능하다며 반발했다. 교육청도 이를 일부 받아들여 지난해 6월 26일 해당 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그러자, 학교 측은 C 군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 징계처분을 재차 시도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27일 교권위원회를 다시 열어 심리치료 4일의 특별교육 처분을 했다. 이에 맞서 C 군의 학부모는 해당 교사를 무고 혐의로 제소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교사들 주장을 허위사실로 보기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C 군에겐 범행 의사가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일반적 견해다. 손을 뻗쳐 자신의 거절의사를 표시한 장애아의 문제행동이란 얘기다.
경기도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C 군은 지적장애, 뇌전증과 자폐성향이 강한 중증의 중복장애가 있고, 뇌전증의 발작으로 손을 앞으로 뻗치는 행동을 보인다”며 “이해력, 판단력, 추상적 사고력 등이 현저히 낮아 손뻗침 동작이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지 여부조차 변별할 능력이 없어 추행이라거나 추행의 고의가 있다고 결코 볼 수 없다”라고 했다.
D 스포츠과학센터도 “인간의 행동, 특히 문제해결과 같은 행동에 대해선 인지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데, 지적장애 1급인 C 군의 경우 인지 이해력이 크게 떨어져 학교에서 주장하는 여교사에 대한 성추행을 의도적으로 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또, C 군의 언어치료사도 검찰 의견서를 통해 “증거영상에서 보인 C 군의 행동은 언어치료 수업 중에 치료사 지시를 거부하면서 밀치는 행동과 매우 유사하다”며 “성적인 의사와는 한참 거리가 멀고 누군가의 통제나 지시에 대한 분명한 거부 의사”라고 했다.
일각에선 학교와 수사기관의 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 문제를 지적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학교가 중증의 장애학생 행동을 장애특성에 대한 고려없이 여교사 주장만 믿고 성추행으로 예단하고, 수사기관도 본인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학생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사실상 뒷짐을 진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학교 측은 절차에 따른 조치로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는 당시 교권보호위원회 판단에 따른 결정을 이행했을 뿐”이라며 “앞으로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면 그대로 따를 방침”이라고 했다.
한편, C 군의 학부모는 지난 1월 학교를 상대로 특별교육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오는 17일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