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현안, 정치인 의존방식 버려야
장애계 현안, 정치인 의존방식 버려야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11.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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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민 기자.
윤현민 기자.

대의민주주의의 국내 정착은 아직 먼 나라 얘기다. 대의제 민주주의 전당인 국회의 저열함 때문이다. 여전히 거대 양당이 기득권을 움켜쥐고 활개치고 있다. 정치 이념이나 가치, 철학이 아닌 좌우 맹동주의가 판친다. 양 진영 모두 기회주의적 처신과 보신주의로 점철된 모습이다.

당장 장애계 권리투쟁의 정치권 대응을 봐도 알 수 있다. 장애인 이동권, 교육권, 개인예산제 등은 해묵은 과제가 됐다. 주요 선거 때마다 이슈로 소환하지만, 이내 허공으로 흩어진다. 선거 전후 딴 판인 정치인 특유의 ‘아님 말고’식의 레토릭이다. 물론, 이 중 일부는 현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돼 시범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정부 출범 6개월 넘도록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조차 없다. 영락없이 개혁과제 앞에서 미적대는 모양새다.

또, 거주권과 관련한 탈시설과 시설잔류도 마찬가지다. 극성을 부리는 일방시위에 선택적 침묵으로 일관한다. 이들이 시민 일상을 마구잡이로 할퀴어도 입을 다문다. 그러면서 주저없이 탈시설 옹호에는 한껏 열을 올린다. 마치 시위 주도단체의 이중대 역할을 자처한 듯 말이다.

반면, 시설잔류 필요성에 대해선 여전히 딴전을 피운다. 당사자들이 시설에 남겠다고 해도 철저히 부인부터 한다. 자신들 주장을 절대선으로 믿고 강요하는 아집과 독선이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절에 머물러 환각에라도 빠진걸까? 시설 이용 당사자와 부모에겐 기가 차고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모두 정치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와 부작용이다.

그러자 장애계도 참다 못해 정치권을 성토했다. 최근 전국 규모 장애인 행사에서 한 장애인단체 대표는 “우파는 보신주의와 무기력증에 빠져 있고, 좌파는 과거 학생운동 투쟁방식을 국가운영에 적용하며 자기합리화와 선동, 감성적 포퓰리즘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며 “사회는 점진적으로 발전해야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와 정치는 온통 혼돈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당사자의 각성 노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런 낙후된 정치 환경을 바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 장애인들이 건강한 이념과 정신을 갖고 더 똑똑하고 현명해져야 한다”고 했다.

정치인 의식의 한계와 수준을 꼬집은 작심발언이다. 민의를 대표하는 헌법기관이란 게 무색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저열한 정치수준에 낙담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정치를 향한 냉소와 무관심은 어디에도 도움이 안 된다. 우리 사회 건강을 해치고 위협할 뿐이다.

정치는 정의감과 이익관계로 구성된다. 하지만, 국내 정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의만 요구할  뿐 이익은 내놓지 않는다. 정치인이 실속만 챙기고 시민에겐 희생만 강요한다. 더 이상 이런 제도권 정치의 저급함에 휘둘려선 안된다.

지금으로선 스스로 권리에 둔감해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 정치인에 대한 기대에 앞서 이제 시민 스스로 적극 나설 때다. 우리 장애인들도 지혜를 짜내 생활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이런 의식의 전환과 노력이 장애계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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