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 행복 공동체 만들기
사람 중심 행복 공동체 만들기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11.22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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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장애인 복지현장을 찾아서 ⑨서산시장애인복지관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사람 중심의 행복 공동체 구현! 서산시장애인복지관(서산장복)이 지향하는 목표다. 각자 꿈을 서로 응원하고 일구는 의지의 표현이다.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역할을 다지는 노력이기도 하다.

서산장복은 2001년 4월 처음 문을 열어 올해로 개관 20년 째다. 당시 서산시 호수공원13로 9 일원의 보건소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건물면적 1천39㎡에 지하1층 지상2층 규모다. 1층엔 상담실, 체력단련실, 직업재활실, 자원봉사자실, 관장실, 사무실, 사회서비스실 등이 있다. 2층엔 강당, 특수교육실, 언어치료실, 주간보호실, 휴게실, 정보화교육실, 물리치료실, 통증치료실 등을 갖췄다. 지하엔 식당, 주방, 프로그램실이 있다.

카페 ‘느린 달팽이’에서 장애인바리스타가 테이블을 정리 중이다. ⓒ소셜포커스

모두 장애인 재활과 복지를 꾀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 중 직업훈련과 정보화교육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우선 복지관 1층의 카페 ‘느린 달팽이’를 들 수 있다. 복지관 바리스타 교육을 활용한 직업체험 공간이다.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2시간씩 운영 중이다. 현재 발달장애인 1명이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직업적응훈련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해 근무 중이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카페 근무를 어려워 했다. 하지만, 레시피를 익히면서 차츰 실력이 늘었다. 조리속도가 빨라지고 손님 응대도 이제 능숙하다. 자조모임 참여자들의 자원봉사도 크게 도움이 됐다. 그러면서 장애인 바리스타에 대한 편견도 점차 바뀌었다. 카페를 찾은 한 손님은 “처음엔 장애인인 만드는 커피라는 말을 듣고 단순히 안쓰러운 마음이었는데, 커피 맛을 보니 일반카페와 다를 바 없고 조리과정을 보면서 믿음이 더 커졌다”며 “이제 매일 빼먹지 않고 들르는 단골손님이 됐다”고 말했다.

정보화교육 프로그램도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애초 정보 활용능력을 키워 취업과 연계하기 위해 시작했다. 올 들어 각종 대회에서 굵직한 상을 받은 사례도 벌써 여럿 있다. 지난 7월 열린 2022 충남장애인기능경기 대회에 참가해 워드프로세서와 컴퓨터활용능력 부문에서 금·은·동상을 휩쓸었다. 10월엔 2022 국민행복IT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본선 진출자도 5명(지적: 2명, 지체 1명, 청각: 2명) 있었다.

IT 정보화 수업 중 참여자가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소셜포커스

같은 달 28일 열린 제8회 충남 장애인정보화경진대회에서도 금상을 수상했다. 지금껏 IT 자격증을 취득한 수도 27명 정도다. ITQ(정보기술자격) 24명, GTQ(그래픽기술자격) 3명씩 합격했다. 이 가운데 5명은 이미 취업에 성공해 현장 일선에서 근무 중이다.

장애인의 원활한 의사표현을 위한 프로그램도 빼 놓을 수 없다. 보완·대체 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ative Communication, AAC)이다.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해 말을 보완하거나 대체적인 방법을 쓰는 식이다. 이를 통해 문제행동 감소, 학습활동 참여, 언어발달 등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관련 교육을 하고, AAC ZONE도 구축해 운영 중이다. 교육 대상은 주간활동서비스 대상자 및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이다. 이와 함께 복지관 직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AAC 정보제공 및 교육도 병행한다. AAC ZONE은 복지관 내 다양한 시설을 활용해 조성했다. 주로 안내판 및 피난도, 배치도 등을 AAC로 보완했다. 또, 주간활동서비스 활동실 내 시각 스케줄표과 달력도 만들었다. 이밖에 선거 및 코로나 정보, 오늘의 식단 등도 AAC를 활용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복지관 안내데스크에 AAC ZONE을 구축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복지관 관계자는 “장애로 인해 표현의 기회가 제한되고 지역사회 내에서의 정보 접근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도록 구어 뿐 아니라 그림, 사진, 문자, 점자, 제스처 등 다양한 보조적인 의사소통 방법을 지원함으로써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가장 가까운 환경인 복지관 및 가정에서의 의사소통 환경을 AAC ZONE으로 구축하고 대상자와 조력자 교육을 실시하게 됐다”고 했다.

자원봉사단 운영도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지역사회 시민들 참여가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올 초부터 ‘다사랑’ 회원을 모집해 이미 100명을 넘었다. 회사원, 학생, 장애인, 예술인 등 참여자 면면도 다양하다. 내년부턴 더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주거환경 개선, 문화공연, 환경정화, 여가활동, 반찬배달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각자 수요에 맞게 제 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이다. 앞선 복지관 관계자는 “사회복지사의 역할, 전문봉사자, 일반봉사자의 역할이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복지관에서는 봉사활동을 통해 자원봉사자는 보람을 찾고, 장애인은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복 서산시장애인복지관장을 만나 복지관 운영방침, 역점사업, 장애인 복지서비스 개선방향 및 목표 등을 들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이상복 관장.
이상복 관장. ⓒ소셜포커스

관장 취임 소감은

“대학에서 교재로만 가르쳤던 장애인 복지는 실제 현장과 분명 차이가 난다는 걸 실감한다. 이론적으로 장애인복지관의 역할과 사업을 소개하지만, 각 사업 추진 과정에는 여러 복잡한 환경과 변수가 작용한다. 우리 복지관도 20여 년 전 보건소였던 것을 쓰고 있는 것이라서 지금 업무와는 다른 건물구조다. 실제, 공간이 협소해 직원들이 1층과 2층으로 분리돼 있고, 서비스팀도 별도 공간에 있어 업무효율을 떨어뜨리는 게 사실이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우리 선생님들이 평균 10년 넘게 일해 오신 걸 보면 참 자랑스럽고, 저 또한 그 이상으로 더 노력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복지관 기본운영 방침 및 철학은

“우선 취임일성으로 강조했듯이 사람 중심 행복 공동체를 구성하고자 한다. 복지관 미션인 ‘고객이 신뢰하는 복지관’,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복지관’, ‘열정과 사랑이 넘치는 복지관’과 맥을 같이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 일환으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장애인 각자 꿈을 실현하도록 이 분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데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계·운영하는데 노력 중이다. 또,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삶을 꾸려나가는데 일조하고 싶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을 없애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어 장애인 권익증진과 사회통합에도 기여하고 싶다.”

올해 역점사업과 현재 추진경과는

“가장 크게 역점을 두는 부분은 직원 화합이다. 노조 가입원들과도 평소 자주 소통하는 기회를 가져 애로사항을 사전에 발견해 조치하려고 노력한다. 직원들이 식사 후 차 마시는 자리에서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으며 부담없이 일상을 공유하는 식이다. 복지관이 구현하고자 하는 이용자 중심의 맞춤형 평생학습도 이런 소통과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취지에 맞게 장애 특성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고, 개인 능력에 따라 전문교육과 취업을 지원 중이다. 장애인 일자리 지원을 위한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과정, 느린 달팽이 카페 운영, 취약계층 정보화 교육 및 자격증 취득 지원, 발달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다사랑봉사단 운영, AAC ZONE 구축을 통한 보조적 의사소통 환경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정보화교육 지원사업 결과, 각종 경진대회에서 꾸준히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을 앞두고 장애인 직업재활과 취업지원 분야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장애인 복지현장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대응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 되면서 당장 돌봄이 필요한 분들을 위한 서비스가 제 때 제공되는 게 중요하다.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신 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분, 점심 드실 곳이 없는 분 등이다. 이런 이유에서 복지관을 지금껏 중단 없이 운영해 왔다. 또,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복지서비스도 병행해야 한다. 일례로 시가 운영 중인 나눔냉장고의 다각적인 활용방안을 들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날짜를 정해 이동마켓 형태로 나눔냉장고 먹거리를 수요자에게 직접 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장애인 특성에 맞는 재활교육과 취업알선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지원토록 노력하겠다.”

지역사회 및 유관기관간 긴밀한 협력도 필수요소다. 그간 우수 협력사례가 있다면

“관장 취임 전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회복지사협의회 등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프로그램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체육회와 양방향 교류를 통해 다양한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장애인체육회 파견 지도자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장애인체육대회에서도 한 팀으로 구성해 참가하기도 한다. 지난 9월  당진시에서 열린 제28회 충남장애인체육대회에서도 총 38명이 참가해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위 8명, 3위 6명의 성적을 거뒀다. 이외에도 시평생학습관과 연계한 평생학습프로그램을 통한 문해교육 등 협력사례가 있다.”

장애인 복지서비스 개선과 관련한 현 정부에 대한 기대는

“장애인에게 최고의 복지는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이다. 보통 6개월, 길어야 2년도 채 안되는 한시적인 계약직 일자리가 아닌 정규직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 평생 직장으로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만연한 고용정책이 절실하다. 장애인이라 특별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고, 특혜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장애인 중에도 아동이 있고, 여성이 있고, 청년이 있고, 노인이 있다. 더 이상 장애인을 시혜 대상으로 보고 차별적인 시선으로 재단하는 습성은 근절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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