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등 장애인 시청권 확대 ‘뒷북’
OTT 등 장애인 시청권 확대 ‘뒷북’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12.13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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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음성-자막 변환시스템 개발 추진
미국 등 해외사례 비해 10년 이상 뒤쳐져
방송통신위원회.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정부가 뒤늦게 장애인의 뉴미디어 시청권 확대 추진에 나섰다. 민간 자체노력에 의존하다 시대 흐름에 뒤쳐졌다는 지적에서다. 유료방송(IPTV)사의 장애인 콘텐츠 제공은 손에 꼽을 정도다. 대중화된 미디어 플랫폼에 화면해설, 자막, 수어가 대부분 빠졌다. 그러자 최근에서야 방통위가 관련 시스템 개발·제공 계획을 내놨다.

12일 방송계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방송서비스(OTT) 사업자 중 티빙은 84개, 왓챠는 15개 작품에 각각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 또, 카카오와 웨이브는 자체제작 콘텐츠를 중심으로 자막을 지원한다. 넷플릭스도 해외 판권과 저작권을 가진 대부분 프로그램에서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 중이다. 지상파 역시 자사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장애인방송 제공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IPTV의 방송프로그램 주문형비디오(VOD)에 대한 장애인 콘텐츠 제공은 찾아볼 수 없다. 현행 방송법에서 강제하고 있지 않아서다. 실시간 TV 방송의 자막·화면해설·수어 의무편성비율만 규정할 뿐이다. 폐쇄자막 100%, 화면해설 10%, 한국수어 5% 등이다.

VOD와 OTT는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다만, 관련 고시에 임의규정을 슬쩍 끼워 넣었다. 민간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에 맡긴다는 내용이다.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는 제15조에서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는 장애인 시청편의 제고를 위해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이 아닌 서비스에 대해서도 장애인방송이 제공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행규정 요구도 꾸준히 있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2019년 1월 3차 개정 이후 4년여간 제자리 걸음이다.

VOD와 OTT에 자막제공이 일상화된 해외사례와는 딴 판이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2012년 자막이 제공된 방송프로그램의 인터넷 재송출(재방송) 시 자막 제공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OTT에서도 이미 폐쇄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고 있다. 같은 해 미국농아인협회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한 장애인 인권소송에서 이긴 결과다.

그새 장애인 시청권 제약에 대한 불만만 높아지고 있다. 한 청각장애인은 “첨단 IT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에서 OTT, VOD 자막 의무제공이 다른 나라에 비해 10년 이상 뒤쳐졌다는 게 대외적으로도 큰 창피”라며 “민간에 내맡길 게 아니라 정부 의지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을 여태껏 별 관심 두지 않고 미적댄 결과”라고 꼬집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도 “정부가 급변하는 미디어환경 변화에 여전히 비장애인 중심의 폐쇄적 정책논리로 대응하다 보니 결국 장애인을 시청 소외계층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짚었다.

이에 관계당국은 관련법 정비와 제도 개선 노력을 약속했다. 방통위 미디어다양성정책과 관계자는 “내년 음성-자막-수어 변환 시스템의 시범 서비스를 추진하고, 2024년에는 음성-자막 변환 시스템을 청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해외 사례 등 국제논의 동향, 기술적 가능성, 장애인방송제작 여건 등을 고려해 소외계층의 미디어 접근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장애인접근 기본법 제정도 추진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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