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지향 고품격 복지관으로 진화 중
미래지향 고품격 복지관으로 진화 중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12.21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특집: 장애인 복지현장을 찾아서 ⑩청도군장애인복지관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코로나19 이후 장애인 복지시설 운영도 새 국면이다. 비대면 제약을 정면 돌파하며 더 적극성을 띠고 있다. 필요 서비스를 먼저 찾아 이용자 욕구를 채우는 식이다. 소위 이용자 중심의 찾아가는 ‘원 스텝 서비스’ 전략이다. 기업이 위기 때마다 구사하는 공격 마케팅과도 닮아 있다. 지역 곳곳에서 이런 위기 대응 모범사례가 포착된다. 코로나19와 역사를 함께 한 청도군장애인복지관(청도장복)이 대표적이다. 

’원어민 영어교실‘ 수업 모습. ⓒ소셜포커스
’원어민 영어교실‘ 수업 모습. ⓒ소셜포커스

청도장복은 지난 2018년 4월 처음 건립됐다. 총 사업비 70억 원(복권기금 20억·군비 50억)을 들여 청도읍 월곡리 480 일원 6천518㎡ 부지에 지었다. 연면적 1천827㎡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다. 지하에는 강당, 당구장, 노래방 등 체육·오락 시설을 갖췄다. 1층에는 보호자대기실, 체력단련실, 언어·물리치료실, 직업훈련실, 주간보호실, 프로그램실이 있다. 또 2층은 관장실, 통합사무실, 소회의실, 정보화교육실,다목적실, 상담실, 3층은 식당으로 각각 꾸몄다. 

이후 시설 위·수탁을 거쳐 이듬해 초 개관했다. 코로나19 해외 첫 확진자가 나온 시기와 맞물린다. 그간 지역 장애인 이용수요를 고려하면 늦은 출발이다. 경북지역 17개 장애인복지관 중 가장 늦게 문을 열었다. 실제, 청도군 장애인은 전체 인구 중 10% 정도이며,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경북 최남단에 있는 청도군은 693.8㎢ 면적에 2읍 7면이 있다. 북쪽으론 대구 달성군과 경산시, 동쪽으론 경주시와 경남 울산시와 인접해 있다. 또, 남쪽으론 밀양시, 서쪽으론 창녕군과 각각 경계를 마주하고 있다. 대구, 부산 등 대도시와 가까워 문화생활 접근성이 비교적 높다.

하지만,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지체·고령 장애인에겐 그림의 떡이다. 청도군 주민 10명 중 1명이 이런 불편을 겪는다. 이 지역 전체 인구 4만1천586명 중 4천329명이 장애인이다. 또, 이 가운데 1천827명(42.2%)은 지체장애인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고령화까지 동반돼 문화·여가생활 욕구는 확산 양상이다. 

나눔숲에 조성된 장애인파크골프 연습장. ⓒ소셜포커스

이때, 청도장복이 선택한 키워드는 ‘미래 지향 복지관’이었다. 변화·혁신으로 고품격 미래지향 복지관으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지역에선 장애인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프로그램부터 찾기 시작했다.

첫 시도는 ’원어민 영어교실‘이었다. 이 수업은 지난해 7월 처음 시작했다. 원어민 강사와 영어를 배우고 외국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당시 농촌지역에선 쉽게 볼 수 없던 참신한 발상이다. 지금도 원어민 영어교실은 “Hello!” 인사로 활기차다. 수강생 대부분 밝은 표정으로 서로 적극성을 띨 정도다. 수업 만족도도 꽤 높은 편이다. 생활영어를 즐기며 익힐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 수강생은 “처음 영어를 배울 땐 알파벳이 너무 어려웠는데 이제 영어로 인사까지 할 수 있다”며 “마트에 갈 때마다 보이는 물건을 영어로 말해보기도 한다. 앞으로 더 열심히 배워 지금보다 더 영어를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도 “집에서 알파벳을 쓰고 읽어보며 연습하다보니, 이제 아침식사 메뉴는 영어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장애인 파크골프교실도 빼 놓을 수 없다. 청도장복은 지난해 12월 복지관 부지 1천20m²에 나눔숲을 조성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의 ‘2021 녹색자금 공모사업’ 선정에 따른 것이다. 앞서 청도군은 2020년 10월 이 사업에 공모해 최종 대상자로 뽑혔다. 이후 사업비 1억1천900만원을 들여 나무를 심고 휴게공간을 꾸몄다. 왕벚꽃, 배롱나무, 회양목, 줄장미 등 다양한 종류의 수목을 식재했다.

이 때 파크골프 연습장도 함께 만들었다. 잔디를 심고, 홀컵과 안전그물망을 설치해 꾸몄다. 이로써 인근 파크골프장으로 이동해 수업받는 불편함도 사라졌다. 수강생은 물론 복지관 이용객과 지역주민들 호응도 꽤 높다는 평가다. 청도장복 관계자는 “파크골프 연습장을 이용하는 모든 분들에게 체력강화·정서적 안정을 제공하고 자유롭게 휴식하며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2020년 4월 해당 서비스 제공기관 지정 이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낮 시간 활동 및 지역사회 참여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각자 원하는 일상을 스스로 선택하고, 동료와 낮 시간을 보내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라인댄스, 영어교실 등 다양한 복지관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또, 지역 유관기관 도움을 받아 베이커리, 태권도 등 여가활동도 할 수 있다. 지난 6월엔 일반에 개방된 청와대도 함께 다녀왔다. 지자체 등을 통한 외부평가도 우수한 편이다. 최근 청도군 등의 ‘2022 상반기 발달장애인 활동서비스 제공기관 모니터링 평가’에서 최우수기관에 선정됐다. 프로그램 이용고객과 직원간 원활한 소통을 높게 평가받았다. 치밀하고 체계적인 준비로 다양한 사회경험을 제공했다는 얘기다.

올 들어선 이용편의를 위해 시설정비도 부쩍 신경썼다. 지난 7월 복지관 출입구 및 주차구역에 비가림시설을 만들었다. 또, 9월엔 복지관 진·출입로 도로 확장 및 포장 공사도 마쳤다. 내부시설 여닫이문도 자동문으로 모두 교체했다. 겨울로 접어들기 직전 이용자 안전과 편의를 위한 사전 조처다. 

복지관 미래전략 방안 모색 토론회. ⓒ소셜포커스

조직운영 및 발전방향 모색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세미나, 직원면담, 직무분석 등을 통해 논의의 장을 넓혔다. 청도장복은 지난 9월 복지관 강당에서 ‘2022 복지관 발전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성과를 통해 복지관 운영 과제와 미래 대응 전략을 고민하는 자리다.

이날 박종철 경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은 ‘지역 중심 장애복지서비스 구축의 과제와 전망’ 주제발제에서 복지관 운영조직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복지 서비스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복지관 조직을 유연하게 재구조화해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관리자와 실무자를 육성하고 제공자 중심의 성과 관리체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김동화 경북행복재단 선임연구원은 토론에서 “자립체험 홈과 코디네이터 역할 확대 등을 통한 자립지원, 고령장애인의 유형별 서비스 제공,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욕구별 서비스 강화 등을 위해 새로운 인프라 구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이에 복지관은 토론회 의견을 종합수렴해 적극 활용키로 했다. 권기섭 청도군장애인복지관장은 “당면과제인 복지관 공간 부족문제 해결을 위해 복지서비스 접근성과 편의성 향상, 지역 맞춤형 장애인복지서비스 등을 추진 중이다. 이번 세미나에서 제안된 정책 사항을 복지관 운영에 적극 수렴해 좀 더 수준 높은 장애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월례 및 간부회의 방식도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바꿨다. 우선 회의 주재는 전 직원이 한 명씩 돌아가며 하고 있다. 이 때 직장생활에 유익한 영상을 함께 보고 토론을 벌인다. 조직간 장벽을 없애고 참여도와 업무효율을 높이는 차원이다. 이밖에 직원포상 등을 통한 업무 성취도 향상에도 노력한다. 외부 공모사업 선정자와 유공자에게 포상, 인사우대 등 혜택을 준다.

권기섭 관장은 “세상 모든 것이 변하는 것처럼 우리도 변화에 따라가야 한다. 이용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직원 역량 강화를 통해 더 나은 복지관이 돼야 한다”며 “올해 개관 4년 차인 우리 복지관은 짧은 기간 많은 변화를 이루었지만,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통해 지역 장애인의 자립과 꿈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권기섭 청도군장애인복지관장과의 일문일답.

권기섭 관장.
권기섭 관장. ⓒ소셜포커스

관장 취임 2년째를 맞는 소회는

“관장 취임 이후 지역 장애인과 ‘눈을 맞추는’ 복지관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복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연구는 장애인이 즐겁고 보람차게 복지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물음표를 만들어내 이용고객 눈높이에서 욕구를 충족하고 불편사항을 예방·개선하고자 했다. 복지관 운영방식과 서비스 질 뿐만 아니라 복지관 내·외부 환경 등 다방면에서 고려했으며, 더 안전하고 편리한 복지관 이용에 신경썼다. 그 결과 이용고객에게 쉽고 편안한 복지관, 만족할 수 있는 복지관이 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지역 장애인 한 분 한 분의 의견에 귀 기울여 소통하고 성장하는 복지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복지관 기본운영 방침 및 철학은

“우리 복지관은 관훈인 ‘함께하는 마음으로’를 바탕으로 지역 장애인 자립과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자립’은 복지의 중요한 키워드로 장애인복지의 궁극 목표이다. 당사자주의에 입각해 장애인 당사자가 문제 중심에서 주체가 되어 정확히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heart‘ 사랑을 나누는 복지관을 이루기 위해 ‘hug' 따뜻하게 안아주고 ‘act' 능동적인 행동으로 실천하며 'ear' 귀 기울이고 'together' 함께하며 ‘respect' 존중해 지역사회 속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지역 장애인과 함께하겠다“

올해 역점사업과 현재 추진경과는

“올해 우리 복지관의 중점은 ’안전‘과 ’기회‘다. 먼저 ’안전‘한 이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각종 사업들을 중점 추진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교통환경개선이 대표적이다. 청도군과 청도경찰서 협조를 얻어 복지관 진입로 확·포장 및 신호등과 횡단보도 설치를 추진했으며, 복지관 이용고객을 눈, 비와 강한 햇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장애인주차장 비가림시설 설치 및 복지관 내부 시설의 여닫이 문을 자동문으로 교체하는 등 복지관 이용 안전과 편의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다음으로 ’기회‘다. 원어민 영어교실‘을 개설해 농촌지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외국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며, 이용고객 욕구에 따라 지역특화 평생교육활성화 지원사업인 씽씽(Think Think) 배움터를 추진했다. 지난 10월 ITQ교실과 정리수납교실 수강자 다수가 자격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는 좋은 성과를 펼쳤으며 이용고객분들의 배움의 욕구를 충족해나갔다. 이외에도 환경원예교실, 차산농악 등 외부지원사업을 통해 다양한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용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을 앞두고 장애인 직업재활과 취업지원 분야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장애인 복지현장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대응은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직업지원 사업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대면으로 진행되면서 안정화되고 있다. 직업훈련에 참여하는 이용고객의 안전을 위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주의를 이어감과 동시에 체계화된 훈련을 제공하고 취업을 위한 면접 교육과 알선을 지원한다. 복지관 내부 카페테리아 훈련생과 지역사회 플라스틱제품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받아 포장하는 임가공 훈련생이 훈련중이며, 훈련생 개인별 능력과 참여도를 고려하여 훈련을 진행한다. 특히, 올해부턴 카페 훈련생의 외부 카페 실습이 추진되어 실제 카페에서 음료 제조와 손님 응대 등 훈련을 실시했으며, 내년엔 카페훈련생과 임가공훈련생 모두를 대상으로 사업체 견학을 통해 실질적인 업무 과정과 환경 경험을 지원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앞으로 장애인 고용을 원하는 지역사회 업체를 개발해 취업 희망 장애인에게 다양한 직업 정보 제공 및 개별에 맞는 적합한 일자리를 연계하도록 노력하겠다“

지역사회 및 유관기관간 긴밀한 협력도 필수요소다. 그간 우수 협력사례가 있다면

“지난 9월 실시한 ‘지역 장애인단체 간담회’가 가장 대표적이다. 지역 내 재가장애인 복지향상을 위한 활성화 방안 등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복지관에서 후원받은 기부물품을 각 단체별로 나누며 지역 내 저소득장애인의 따뜻한 명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간담회 이후에도 각 단체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협조해 직원 간 교류가 꾸준히 이어졌다. 이외에도 청도경찰서와 재활병원 등 주요 기관과 업무협약을 추진했으며 지역 장애인복지 향상을 위해 활발한 교류를 추진해 복지서비스의 다양화와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서비스 개선과 관련한 현 정부에 대한 기대는

“인구 고령화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만큼 고령 장애인 대상의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장애인복지와 노인복지가 분리 진행되어 고령 장애인의 원활한 복지서비스 이용이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복지관과 노인복지관의 업무연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지금의 재활중심 기능향상에 초점을 둔 조직 운영에서 변화해 장애패러다임에 맞는 자립 기반의 운영 추진을 통해 생애주기 관점도 시급하다. 면단위 지역의 소외 방지를 위해 읍·면사무소, 보건소 등 관계기관과 협력 강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도시지역 장애인복지관과 농촌지역 장애인복지관의 차별화된 정책 모델 제시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대도시와 농촌은 인구, 연령, 편의시설 등 전반적인 상황에 큰 차이가 있어 이에 대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정 여건이 열악한 농촌지역 장애인복지관에 대한 정책 및 국비 예산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농촌의 경우 지역주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회·생활서비스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교통약자 이동지원 서비스의 경우, 이용대상이 거동이 어려운 고령자도 포함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령자가 많고 차량 수가 적은 농촌지역에서는 장애인이 서비스를 이용하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 확립을 통한 다방면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지역 장애인복지 발전의 노력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