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된 조용한 해고(사직)
‘무소불위‘ 된 조용한 해고(사직)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1.1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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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민 기자
윤현민 기자

장애인 취업시장엔 여전히 찬 바람이 분다. 전체 절반 수준인 고용률보다 근속기간이 문제다. 힘들게 취업에 성공해도 평균 2년을 넘기기 어렵다. 평가지표를 장기근무가 아닌 채용 인원에 두면서다. 장애인 여럿이 짧은 기간 일하는 걸 선호하는 이유다. 

이 방식이 여의치 않으면 고약한 꼼수를 쓰기도 한다. 직원 스스로 관둘 때까지 일부러 내버려두는 식이다. 일을 주지 않거나 업무 피드백에서 빼는 게 대표적이다. 소위 ‘조용한 해고’의 무서운 징후들이다.

반면, 비장애인 사이에선 ‘조용한 사직’ 열풍이다. ‘조용한 해고’에 맞선 일종의 사보타주다. 주어진 최소한의 일만 하는 업무태도가 골자다.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기저엔 ‘일과 삶을 분리해 일상을 지킨다’는 인식이 있다. 스스로 업무 범위와 양을 정해 삶의 질을 관리한다는 얘기다.

물론 일과 생활의 균형은 필요하다. 일상을 망쳐가며 번아웃을 감수할 이유는 없다. 허슬컬쳐(hustle culture, 개인 삶보다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일에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는 것)도 이미 철 지난 개념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 한 때 유행처럼 번지다 사라졌다.

그렇다고 ‘조용한 사직’을 두둔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조직 전체 운영을 파괴하는 위협요소다. 각자 ‘최소한의 일’만 고집하다 모두를 망칠 판이다. 퇴사할 생각은 없으면서 시간만 때우는 것으로 비쳐진다. 그새 부서 고유업무를 위해 다른 동료 일만 늘어날 뿐이다. 단순히 바뀐 세태나 사회문화 현상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 동료 일상을 짓밟고 자기 삶만 챙기는 표독스런 이기심이다.

그래도 기업은 ‘조용한 사직’을 묵인하는 분위기다. 해고를 밀어부치다 타격받을 회사 이미지 때문이다. 조직 문화 파괴를 우려하면서도 전전긍긍하다 끝난다. 이쯤되면 무소불위처럼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와 같다. 게으름이 조직 위에 군림해 전체를 호령하는 모습이다.

장애인 노동자를 위협하는 ‘조용한 해고’와는 딴 판이다. ‘조용한 해고’, ‘조용한 사직’, 어느 쪽이든 원칙은 일관돼야 한다. 이야말로 개인 삶의 질 향상과 건강한 조직문화를 담보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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