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지원 정책 ‘연신 헛발질’
장애인 활동지원 정책 ‘연신 헛발질’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1.20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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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사 못 구한 중증장애인 매년 증가세
직계가족 확대 위한 입법 1년 넘게 ‘개점휴업‘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CG)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국내 장애인 복지정책이 연일 헛발질이다. 활동지원사 운용에서 취약점이 속출하고 있다. 우선 급여단가 등 처우개선 노력이 지지부진하다. 직계가족 확대를 위한 입법도 1년 넘게 개점휴업 중이다. 그러면서 활동지원사의 중증장애인 기피현상만 심화됐다. 결국 활동지원사를 못 구한 중증장애인만 속을 끓이는 실정이다.

19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현행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장애인활동지원법)에 따라 일상·사회생활이 힘든 장애인을 돕는 활동지원사는 모두 9만5천46명이 있다. 이들은 주로 신체·가사·사회활동, 방문목욕 및 간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체활동 지원은 목욕, 세면, 식사, 실내이동 등을 돕는다. 가사활동은 청소, 세탁, 취사 등을, 사회활동은 등·하교, 출·퇴근, 외출동행 등을 각각 보조한다.

반면, 이 서비스 대상자는 활동지원사 수를 웃돈다. 전체 활동지원사의 116%인 11만2천958명 규모다. 또, 이 중 8.3%(9천391명)는 혜택을 못 받고 있다.  모두 활동지원사를 못 구해 서비스계약 미등록자 신세다. 활동지원사들이 중증장애인인 이들을 맡는 걸 꺼리면서다. 비교적 돌보기 쉬운 경증장애인부터 우선 찾는다는 얘기다. 

이런 서비스계약 미등록자 비율은 매년 증가 추세다. 최근 5년새 2.4%(4천522명) 늘었다. 연도별로는 ▲2017년 5.89%(4천869명) ▲2018년 6.15%(5천507명) ▲2019년 6.28%(6천228명) ▲2020년 7.28%(7천869명) ▲2021년 8.31%(9천391명) 등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대책 마련에 미적대는 모습이다. 서비스 단가를 높이고 대상 인원을 늘리는 게 고작이다. 그마저 전체 증가 폭은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수준이다.

올해 활동지원서비스 단가는 시간당 1만5천570원이다. 지난해 1만4천800원보다 5.2% 올랐다. 이 중 활동지원사 몫은 25%(1만1천677원) 정도다. 나머지는 자립센터 등 서비스 지원기관 운영비로 쓰인다. 이는 법정 수당과 4대보험료, 퇴직충당금을 뺀 수치다. 최저임금을 적용해 이들을 모두 포함하면 1만5천442원이 된다. 구체적으론 ▲최저시급(9천620원) ▲주휴수당(2천원) ▲연차수당(730원) ▲유급휴일 수당(653원) ▲4대 보험(1천355원)▲퇴직충당금(1천84원) 등이다.

사정이 이렇자 직계가족 확대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족이 직접 돌볼 수 있게 활동지원사 범위를 넓혀달라는 주문이다. 복지부의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안내 지침’을 보면, 배우자(사실혼 포함), 직계혈족, 형제·자매, 직계혈족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등은 활동지원 서비스를 못 하게 돼 있다. 다만, 도서 및 산간벽지, 천재지변, 전염병 환자 등에 한해 예외가 허용되지만, 급여의 절반만 지원된다.

그러자 국회에서도 뒤늦게 입법논의를 시작했다. 지난해 1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장애인활동지원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가족도 활동지원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자격취득 범위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해당 법안에 ▲활동지원기관이 매우 부족한 지역에 수급자가 거주하는 경우 ▲수급자가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또는 정신장애인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장애 정도에 해당하는 경우 ▲수급자가 신체적 변형 등 사유로 대인접촉을 기피하는 경우 활동지원인력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지금껏 1년 넘게 소관 상임위 문턱도 못 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증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A(여·42)씨는 “중증장애를 이유로 국가와 활동지원사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현실에 매일 밤잠 설쳐가며 고민하다 좌절한다”며 “매년 시늉만 내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개선책 말고, 이제라도 중증장애인과 활동지원사가 실제 매칭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내놔야 할 때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도 “장애 정도에 따라 활동지원서비스 단가를 차등 적용하는 등 중증장애인의 일상·자립생활 지원과 활동지원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고민과 노력이 절실할 때”라고 짚었다.

이에 정부는 제도개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복지부 장애인서비과 관계자는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 일상과 밀착해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는 필수 서비스라는 점에서 계속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제공인력 양성‧교육체계 및 제공기관 관리 등 제도 전반에 걸쳐 관리 노력을 강화해 서비스의 질을 지속적으로 제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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