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 장애인복지 개선 ‘하세월’
GB 장애인복지 개선 ‘하세월’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2.08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국회, 복지관 건축규제 해소 책임공방
관련 사회복지시설 실태조사 25년째 중단돼
국토교통부.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한동안 장애인복지 사각지대로 남을 판이다. 정부의 보건·의료 서비스 개선이 번번이 미봉책에 그치면서다. 이번에도 장애인복지관 입지의 핵심인 건축규제 해소는 빠졌다. 예외적으로 그린벨트 건축이 허용된 노인복지시설과는 딴 판이다. 관련 실태조사도 지난 1998년 이후 25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일각에선 근본적인 고민 없이 내린 땜질처방투성이란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장애인복지시설은 거주시설 1천535개, 지역사회 및 의료재활 시설 1천568개, 직업재활시설 773개 등 총 3천876곳이 있다.

노인복지시설의 4.5% 수준이다. 노인복지시설은 여가복지시설 6만8천823개, 재가복지시설 9천984개, 의료복지시설 5천821개, 주거복지시설 337개, 일자리지원기관 206개, 보호전문기관 37개,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 20개 등 모두 8만5천228곳이다.

각각 인구 수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장애인복지시설은 등록장애인 682명당 1곳이 있다. 반면, 노인복지시설은 65세 이상 노인 105명당 1곳꼴이다. 통계청 집계결과, 이달 기준 등록장애인은 264만4천700명, 65세 이상 노인은 901만8천명으로 나타났다.

당장 장애인복지관 수를 늘리려 해도 부지 확보가 문제다. 관계법령 규제와 지역주민 반대 등에 막혀서다. 그린벨트 건축규제가 대표적이다. 현행 개발제한구역법상 그린벨트 내 건물 건축행위는 금지돼 있다. 다만, 요양시설 등 일부 노인복지시설은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그린벨트 안에 지어야 그 기능과 목적이 달성된다는 이유에서다. 나머지 장애인, 아동, 노숙인 복지시설은 짓지 못하게 돼 있다.

이런 건축규제 해소를 위한 입법활동도 지지부진하다. 지금껏 국회에서 모두 두 차례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린벨트 내 장애인, 아동, 노숙인 복지시설의 건축행위 허용이 골자다. 하지만, 두 건 모두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실정이다.

2020년 7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발제한구역법 일부 개정안은 소관 국토교통위 소위 심사에서 찬반토론 결과 폐기됐다. 이듬해 5월 같은 당 구자근 의원도 동일한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냈지만, 2년 가까이 상임위 심사 중이다.

두 법안 심사과정에선 모두 건축규제 완화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형평성 문제를 들먹이며 정부 쪽에 입법책임을 넘겼다. 해당 법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현행법 시행령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는 노인요양시설은 개발제한구역에 입지해야만 그 기능과 목적이 달성되는 시설로 보아 개발제한구역 내 설치를 허용하고 있는데, 별다른 요건 없이 국가 또는 지자체가 설치하는 노인요양시설로만 규정하고 있어 다른 사회복지시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법의 입법목적에 부합하도록 대통령령에서 허가하는 노인요양시설에 대해 구체적인 요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돼 있다.

관련 실태조사도 25년 넘게 사실상 손 놓고 있다. 1998년 6월 ‘그린벨트 내 사회복지시설 실태조사’ 이후 잠잠하다. 당시 복지부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회복지시설은 사실상 국가사업 대행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고, 그 수요는 인구 노령화, 사회적 재해 증가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그린벨트 내 시설 설치를 허용토록 건설교통부(지금의 국토교통부)에 협의 요청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다 최근 들어 국토부가 인적 지원방안을 내놨다. 지난 2일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 시행규정 일부개정안 행정예고를 통해서다. ‘찾아가는 교통약자 편의지원사업’을 주민지원사업 유형에 추가했다. 당분간 복지관 건립이 아닌 주민 방문 서비스로 떼우겠다는 얘기다.

개정안은 개발제한구역 내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게 ▲보건(세탁, 목욕, 이·미용) ▲의료(진료, 당뇨검사, 마음건강) ▲금융(채무상담) ▲문화(예술, 공연) 서비스 제공을 주민지원사업 유형에 새로 넣었다.

그러자, 장애계 등에선 정책의지 부족과 무책임을 지적했다. 지방 소도시의 한 장애인복지관 관장 A씨는 “복지관 부지를 정할 때 이런 저런 이유로 접근성이 떨어진 도심 외곽지역 선택이 불가피한 게 현실”이라며 “노인요양시설 건축은 별 조건도 달지 않고 너그럽게 허용하면서 왜 장애인복지시설에만 불필요한 규제를 고집하는 지 도통 알 수 없다”고 짚었다.

또 다른 장애인복지관 관장도 “복지관이 없는 곳에선 지역자활센터나 장애인협회와 협약을 맺고 장애인들이 시설을 이용토록 하고 있지만, 각 시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불편하고, 각종 프로그램 이용 인원도 적어 매우 제한적”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국내 최대 규모 회원 수를 자랑하는 대한노인회 눈치만 살피면서 정작 장애인복지관 건축규제 해소 노력엔 답답할만큼 미적대고 있다. 결국, 여하한 여건으로 못 하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안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정부는 단계적 개선이라는 의례적 답변만 내놨다. 국토부 녹색도시과 관계자는 “향후 장애인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의 그린벨트 내 건축행위 허가에 대해 복지부와 충분히 시간을 두고 심도 있게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교통약자 등의 복지수요에 부응하는 개발제한구역 내 주민지원사업도 적극 발굴해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